대한항공 기내 청소 노동자 파업:
체불임금 지급하고 최저임금 인상분을 제대로 지급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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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0일 파업에 돌입한 대한항공 기내 청소 노동자들의 파업이 지속되고 있다.
현재 파업하고 있는 청소 노동자들은 한국공항의 하청회사인 EK맨파워 소속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대한항공은 비행기 객실 청소, 정비, 주유, 화물 적재 등 지원 사업을 자회사인 한국공항에 맡겼다.)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에 시달려 온 노동자들은 지난해 4월 노동조합(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한국공항비정규직지부)을 설립했고, 이후 8개월 만에 체불임금 지급과 제대로 된 최저임금 적용을 요구하며 생애 첫 파업에 나섰다.
이번 파업은 열악한 노동조건과 각종 꼼수로 저임금을 강요해 온 사측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다. 워낙 불만이 높은 상황이라, 노조가 만들어진 후 얼마 안 돼 순식간에 조합원이 늘어 전체 380명 중 240여 명이 노조에 가입했다. 이번 파업에도 조합원 대다수가 적극 참가해 상당한 열의를 보여 주고 있다.
열악한 노동조건
노동자들은 매우 열악한 노동조건에 대해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
한 명이 하루에 비행기 20대를 청소해야 할 정도로 노동강도가 상당하다. 그런데 인원이 부족하다 보니 하루 11시간 근무하고도 일손이 부족해 매달 70~80시간 연장 근무까지 해야 한다.
인천공항 내에서 열린 집회에서 만난 한 노조 대의원은 “겨울에 비행기 안은 냉골입니다. 걸레조차 꽁꽁 얼어 붙습니다. 그런데도 시린 손을 비벼 가며 객실의 온갖 쓰레기와 오물을 20~30분 내에 청소해야 합니다” 하고 고된 상황을 말해 줬다.
또 다른 노동자는 세정제 등 온갖 유독약품을 밀폐된 비행기 안에서 사용해 객실 내부가 유독약품으로 가득한데도 방재 마스크 등 보호장비 하나 지급하지 않는다고 했다.
낮은 임금에 대한 불만도 상당하다.
연장 근무까지 뼈빠지게 일해서 받는 임금이 연 2000만 원 수준이다. 이조차 사측이 꼼수를 부려 임금을 떼어먹어 왔다는 것이 최근 드러났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월급이 올라야 하는데, 매년 제자리걸음이었습니다. 사측이 상여금과 각종 수당들을 없애고 기본급에 포함했기 때문입니다.”(공공운수노조 한국공항비정규직지부 오한순 교육부장)
이 과정에서 여성 노동자 차별도 노골적으로 벌어졌다. 직원 대다수가 여성 노동자인데, 여성 노동자에게는 정근수당(17만 4000원)을 없애고 이를 기본급에 산입해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없애 버린 것이다. 이런 식으로 EK맨파워가 떼먹은 임금이 20억 원이 넘는다.
김봉섭 부지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고용노동청이 체불임금 확인서를 보내줬습니다. 3년 치 월급 명세서를 제출한 190명의 체불임금만 10억 700만 원입니다. 모든 노동자로 환산하면 20억 원이 훌쩍 넘습니다. 각종 수당을 기본급화 해서 거의 남은 수당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교통비마저 기본급화해 최저임금 인상을 피하려는 꼼수를 부리려 합니다.”
그런데 사측은 불법으로 임금 체불을 자행한 것이 명백해졌음에도 노동자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한국공항과 EK맨파워는 대체인력을 투입해 파업을 파괴하려 한다. 이들은 직원 170명과 단기 알바 50명을 대체인력으로 투입했다.
대체인력 투입으로 파업 효과가 떨어지긴 했지만, 파업 효과가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다. 오한순 교육부장은 “대체인력 때문에 더디지만 그래도 파업 효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습니다. 파업 이후 하루 평균 대한항공 30여 편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하고 말했다.
고무적이게도 정규직노조인 공공운수노조 민주한국공항지부가 사측에 대체인력 투입 중단을 요구하고, 조합원의 대체인력 투입을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최근 민주한국공항지부도 장시간 노동으로 과로사한 조합원의 ‘산재 인정’을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다. 한국공항 원하청 노동자들이 각자의 요구를 내걸고 공동의 사용자에 맞서 투쟁하는 상황은 사측을 압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대한항공 기내 청소노동자들의 정당한 파업이 승리할 수 있도록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
또 대한항공 기내 청소노동자들의 파업은 지금 곳곳에서 최저임금 인상 무력화 시도에 직면해 있는 노동자들에게 좋은 자극과 영감을 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