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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기내 청소노동자 투쟁:
손배가압류, 노조 탄압 중단하라

한국공항비정규직지부는 지난 해 11월부터 임금 인상과 단체협약을 요구하며 부분파업, 휴게시간 준수 등 투쟁을 벌여 왔다. 한국공항비정규직지부는 대한항공 기내 청소노동자들의 노조다. 지난해 1월에는 13일간 파업을 벌여 임금인상을 성취했다.

이 노동자들은 이케이(EK)맨파워라는 하청업체에 고용돼 있다. 그런데, 최근 사측이 한국공항비정규직지부 간부 12명에게 손해배상 5200만 원을 청구하고 개인 통장에 가압류까지 걸었다. ‘1100여 건의 항공기 지연’으로 손실을 입었다는 것이다.

4월 17일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열린 대한항공 청소노동자 민주노조 사수를 위한 공공운수노조 결의대회 ⓒ유병규

열악한 노동 조건 개선 요구에 복수노조를 만들어 교섭을 거부하더니, 노동자들의 파업에 밀려 패배하자 손배가압류라는 복수를 하려 하는 것이다. 한 조합원은 “점심시간 등 휴게시간을 지킨 것이 손배가압류 사유”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4월 17일에는 이에 항의하기 위해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대한항공청소노동자 민주노조 사수를 위한 공공운수노조 결의대회’(주최 공공운수노조)를 열었다. 노동자 100여 명이 하루 파업을 하고 이 집회에 참가했다. 공항, 철도, 학교 등 여러 공공부문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조합도 함께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사측의 손배가압류 5200만 원에 대해 공탁금을 걸어 가압류를 풀 수 있게 도움을 줬다.

대한항공 기내 청소노동자들은 대한항공의 자회사인 한국공항의 하청업체에 고용돼 있다. 노동자들은 진짜 원청인 대한항공과 한국항공이 책임지라고 요구했다. 실제로 한국공항이 하청업체들에게 상시적으로 보고를 받으며 노무관리에 개입해 왔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케이맨파워는 민주노총과 복수노조인 한국노총 조합원 가입 현황, 파업 대비 대체인력 투입 현황, 손배가압류 계획 등을 자세히 보고해 왔다. 원청과 하청업체가 공모해 노조를 탄압해 온 것이다.

노동자들은 열악한 임금과 노동조건 개선, 임금 차별 해소, 정년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대한항공 기내 청소노동자들의 임금은 법정 최저임금 수준이다. 올해 시급 1169원을 인상해 최소한의 ‘생활임금’을 보장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명절 상여금과 교통비 차별, 여성 노동자들에 대한 임금 차별도 없애라고 요구한다.

사측은 각종 수당을 줄여 기본급에 산입하는 방식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피하는 꼼수를 부려 왔다. 또 여성 노동자들에게는 남성 노동자에 비해 정근 수당을 17만 원 가량 적게 지급해 왔다. 사측은 남성 노동자들이 중량물 운반을 한다며 차별을 정당화하지만 노동자들은 남녀 구분없이 일해 왔다. 여성 노동자들은 ‘회사가 하라는 일만 하겠다’며 기내 오물·담요·생수 등 중량물 운반을 거부하는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휴게시간 보장도 간절하다. 노동자들은 비행 일정에 따라 휴게시간은 물론 식사 시간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다. “비행기 일정에 맞춰 일하다 보니 식사 시간도 들쭉날쭉이고 10~15분만에 허겁지겁 먹어야 했다”

산업재해도 심각하다. 지난해만도 산업재해가 21건이었다. 기내 청소 과정에서 유해물질에 노출되곤 하는데, 지난해에도 청소 중 기화식 소독제가 유출돼 노동자 4명이 병원에 옮겨지기도 했다. 사측은 노동자 안전과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에도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노동자들은 현행 60세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대체로 대한항공 기내 청소노동자들은 정년 60세 이후 6개월~1년마다 재계약하는 촉탁직 노동자로 일해 왔다. 고용이 불안정하면 더 열악한 노동조건에 내몰리기 쉽다.

대한항공은 2015년 3분기 이후 연속 흑자를 기록해 왔고 올해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1조 원 흑자를 목표로 밝혔다. 그 이면에는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조건이 있는 것이다. 임금과 노동조건 개선, 그리고 노조 탄압에 맞선 투쟁하는 대한항공 청소노동자들에게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

한국공항비정규직지부 지부장과 간부들이 삭발을 하고 있다. 여성 간부 중 한 명은 올해 9월에 자녀의 결혼식을 앞두고 있음에도 삭발에 동참했다. ⓒ유병규
발언을 하고 있는 공공운수노조 한국공항비정규직지부 김태일 지부장 ⓒ유병규
4월 17일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열린 대한항공 청소노동자 민주노조 사수를 위한 공공운수노조 결의대회 ⓒ유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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