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동대 징계 대상 학생들:
“소수자와의 연대야말로 기독교가 말하는 사랑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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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5일 한동대학교 당국이 페미니즘 강연을 개최·참가한 학생 5명에게 ‘특별 지도’ 징계 처분을 내렸다.
학교 당국은 공식적으로는 규정 위반을 결정 근거로 내세웠다. 한동대학교 학생지도위원회는 “기말시험 개시 1주일 전 … 행사 및 집회는 허가하지 아니한다”는 규정을 따르지 않은 점, 학생처장의 행사 철회 요청에 응하지 않고 강연을 강행한 점, 그 과정에서 “무례하고 공격적인 말과 행동을 보인” 점 등에 대해서 “반성의 입장”을 표명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고 했다. 사실상 반성문을 쓰라는 것이다.
학교 당국은 강연 전후로 강연의 내용(페미니즘과 동성애 옹호)을 계속 문제 삼았는데, 학교 안팎에서 비판이 거세지자 이를 의식해 공식적 이유로는 포함시키지 못한 듯하다.
형식 면에서 보더라도 학생들이 ‘반성’할 이유는 없다. 페미니즘 강연을 개최한 ‘들꽃’의 학생들은 애초 11월 말에 강연을 열려다가 당시 지진 때문에 불가피하게 일정을 연기해 기말시험 기간에 열었다고 한다. 이런 변경 사항을 포함한 강연 광고 포스터 게시를 학생지원팀(학생처)이 허가했다. 더군다나 ‘기말시험 1주일 전 행사 불허’ 규정은 사실상 사문화 돼 다른 학내 단체들도 이 기간에 행사들을 진행해 왔다고 한다. 그런데도 강연 개최 5시간 전에 갑자기 학생처장이 주최 학생들을 불러 ‘동성애 반대 대학’ 운운하며 강연을 철회하라고 압박했다. 여기에 학생들이 반발한 것은 지극히 정당하다.
징계 통보가 있기 전 1월 15일에 포항 한동대 근처에서 징계 대상 학생 3인을 만났다. 인터뷰를 한 조수아 씨(15학번)와 김도해 씨는 이번 페미니즘 강연을 주최한 학내 동아리 ‘들꽃’의 회원이다. 석지민 씨는 학교 당국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 온 학내 독립언론 ‘뉴담’의 편집자다. 이들에게서 그간의 활동과 학교 당국의 징계 시도의 문제점 등을 들었다.
학교 당국이 징계를 시도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이번 징계 시도의 문제는 무엇입니까?
조수아 : 학교 당국은 [겉으로는] 여러 이유를 들지만 그 뒤에는 학교가 생각하는 기독교적 가치와 맞지 않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즉, 학교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는 이유로 징계를 내리는 것이죠. 학교 당국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진리”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저희를 “악의 세력”이라고 불렀습니다. 이런 건 매우 폭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도해 : [우리가 연 강연이] 학교의 설립철학과 교육이념에 맞지 않다는 것입니다. 학생처장은 전 교직원들에게 우리가 연 강연이 “페미니즘을 빙자한 동성애 내용”이라고 비난했습니다. 그러나 강연 내용에서 동성애가 주된 것도 아녔고, 동성애를 다뤘더라도 그걸 이유로 징계를 내리려는 것은 부당합니다. 대체 학교의 설립철학과 교육이념이 뭘까요? 이건 교수들과 학생들 사이에서 논란의 여지가 많습니다. 동성애에 대한 입장도 그렇고요.
석지민: 절차·과정과 그 내용 모두 문제입니다. 학교 당국은 강연 직전에 학생들에게 강연 취소를 종용하고, 강연 내용을 검열하고, 이후에 학생 개인 SNS를 사찰하고 성적 지향을 폭로했습니다. 징계 절차도 사전에 알지 못했습니다. 학교 측이 일방적으로 [진술서나 경위서 작성 등을] 통보하는 식이었죠. 그때기 기말고사 기간이기도 했는데, 저는 학습권을 침해받았다고 생각합니다.
또, 이런 시도 자체가 표현·사상·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입니다. 설령 학교 당국이 징계를 내리지 않더라도 이번 시도는 학생들을 상당히 위축시키는 효과를 낼 것입니다. 학생들이 앞으로 학내에서 이런 담론을 꺼내기 두렵게 만드는 것이죠.
조수아 : 한동대학교에는 보수 복음주의 기독교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또, 학교 재원이 부족할 때 온누리 교회한테서 거액의 후원을 받기도 했습니다. 기숙사 건물 이름이 온누리 교회 목사 이름일 정도입니다.
석지민 : 보수 기독교는 최근 동성애 혐오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교리적인 문제도 있지만, 보수 기독교가 계속해서 혐오 대상을 찾으며 자신의 입지를 넓히려고 하는 듯합니다. 이 모든 것이 한동대가 계획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한동대는 이런 보수 기독교와 짙게 연관된 곳입니다.
‘들꽃’과 ‘뉴담’은 어떤 곳인가요?
조수아 : ‘들꽃’은 2015년 1학기 때 만들어졌습니다. 처음에는 청소 노동자 노동조합을 만드는 게 목표였습니다. 2015년 겨울에 노조가 만들어지고, 2016년 여름에 청소 노동자들의 근로조건 개선 파업에 연대했습니다. 저는 노조 건설 당시부터 함께했습니다. '들꽃'은 여러 강연도 개최하고 계속 연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석지민 : ‘뉴담’은 2016년 2학기부터 활동했습니다. 총장 산하의 〈한동 신문〉이 있는데, 〈한동 신문〉이 못하는 얘기를 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학교 검열을 받지 않고요.
‘뉴담’은 처음부터 기숙사비 환불 방법, 총장 업무 추진비 내역 문제점, 기숙사 건축 과정에서의 문제를 다뤘습니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졌을 때 한 교수님이 “JTBC는 가짜 언론”이라고 했던 것이나, 수업 때 여성혐오 발언을 한 교수를 폭로하고 비판하는 기사들을 썼습니다. 이러니 학교가 안 좋아할 수밖에 없었죠. 저는 지난해에 학생처장이 고故 백남기 농민 추모 현수막 게시를 불허한 일을 비판하는 기사를 썼는데, 당시 학생처장이 앞으로 저를 만나지 않겠다고까지 했어요.
세 분 다 소수자와의 연대를 중시하며 활동들을 해 왔습니다. ‘들꽃’은 “소수자와 연대”해야 한다는 자체 ‘헌법’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소수자와 연대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대학 당국이 동성애를 유독 문제 삼는 것에 대한 입장도 궁금합니다.
김도해 : 단지 ‘너희가 소수자니까 우리가 도와줄게’라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소수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연대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든 어떤 순간에 소수자일 수 있습니다. 소수자라는 이유로 사회적 폭력이 가해졌을 때 그는 매우 고립되고 좌절합니다. 저는 아직 모르는 게 많습니다. 사실 장애인의 삶도 잘 모릅니다. 그래도 ‘들꽃’에서 함께 토론하면서 배워가는 과정이 매우 좋았고 따뜻했습니다.
학교 당국이 동성애 반대 입장을 공식적으로 냈을 때 매우 분개했습니다. 어떻게 이 공간에도 있는 성소수자들을 “죄”라고 할 수 있는가? 학내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별로 토론한 바도 없는데 그걸 학교의 공식 입장으로 낼 수 있는가? 학교가 부끄러웠습니다.
학교 당국은 우리더러 “악”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저는 우리가 얘기하는 게 오히려 기독교와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기독교는 사랑을 얘기합니다. 기도는 단지 염원하는 게 아니라 실천하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저희의 활동도 기독교적인 학교 안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봅니다.
조수아 : 저는 대학교 2학년 때 성소수자에 대한 생각을 분명히 하게 됐습니다. 그 전까지는 성소수자 문제에 대한 다른 신학적 접근이 있다는 것도 몰랐고, 제가 당사자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별로 관심도 없었습니다. 아직 ‘신학적’ 결론을 내리진 못했습니다.
그러나 제 믿음에 근거해서 내린 결론은, 교회가 역사적으로 정한 한 줄의 명제에 따라서 누군가를 죄인라고 판단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만약 동성애자가 ‘저도 하나님의 축복을 받고 싶고, 그 안에서 [동성 커플에 기반한] 가정을 갖고 싶다’고 한다면 그를 누가 죄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하나님은 만들어진 모습대로 고민하고 살아가는 실존적인 사람을 본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이 누군가를 단순한 명제로 판단하고 단죄할 수 없습니다.
석지민 : 강남역 살인 사건이 [제 삶의 변화에] 큰 계기가 됐습니다. 연대란 것은 단지 동정과 시혜가 아니라 공감적 상상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세계에 타자의 세계를 들이고 함께 공존하는 것이죠. 그것이 기독교의 사랑일 수 있습니다.
지난해 반反동성애 특강에서 항의 팻말 시위를 했던 이야기를 좀 더 해 주세요.
석지민 : 저희 셋 모두 참가했습니다. 사실 매우 급박하게 준비됐어요. [반反동성애 특강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문제 의식을 가진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30명 이상 모여서 특강 전날 카톡방을 만들었습니다. 함께 문구를 정하고, 특강 시작 한 시간 전까지 팻말을 만들었습니다. 20명 정도가 직접 시위에 참가했고요. 그동안 드러내 놓고 활동하지 않은 사람도 있었습니다.
특강에는 엄청 많은 사람들이 참가했습니다. 한동대학교에서 가장 큰 강의실에서 열렸고 계단에까지 사람들이 앉을 정도였죠. 알고 보니 대형 교양 수업에서 이 특강을 들으면 추가 점수를 준다고 했더군요. 우리는 일렬로 서서 “동성애는 질병이 아닙니다”, “동성애 혐오는 치료할 수 있습니다” 하는 팻말을 들었습니다.
특강에 참가한 일부 학생들은 우리에게 “동성애는 죄야!” 하고 소리 지르며 갔고, 특강 2부의 연사는 대놓고 우리를 조롱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 특강에는 어쩔 수 없이 참가한 성소수자들도 있었습니다.
한동대 당국은 김대옥 목사의 재임용을 거부했습니다. 김대옥 목사님은 ‘들꽃’의 지도교수로 지목이 되기도 했는데요.
조수아 : 김대옥 목사님은 2015년 1학기와 2학기, 2016년 1학기 때 ‘들꽃’의 강연에서 여는 예배를 맡아주셨습니다. 학교 당국은 그때도 ‘들꽃’의 배후세력으로 김대옥 목사님을 지목했죠. 그러나 ‘들꽃’에는 지도교수가 없습니다. 이런 지목 때문에 목사님이 저희를 우려하셔서 지난해에는 여는 예배를 맡지 않으셨습니다.
‘들꽃’ 안에서 기독교 신념을 바탕으로 노동운동이나 소수자에 연대하는 활동을 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김대옥 목사님과 입장이 비슷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김도해 : 저는 김대옥 목사님과 1년 정도 성경 공부를 같이 했습니다. 제가 목사님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하지만, 목사님은 ‘하나님의 나라’는 천국이 아니라 바로 이 땅에 있어야 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 우리가 기도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기도란 단지 손 잡고 염원하는 것이 아니라 실천하는 것입니다. 즉, 옆에 굶는 자가 있으면 단지 하나님께 비는 것이 아니라 제가 나서서 그가 밥을 먹게 하는 게 기도라는 것이죠. 저는 사회 운동을 하는 것이 바로 예수의 사랑이고 기독교 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학교에서 이렇게 말하시는 분이 많진 않습니다.
징계 시도에 맞서 어떤 활동을 해 왔고,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입니까?
석지민 : 학교가 1월 5일에 저희에게 진술서를 요구했습니다. 그 요구를 받은 학생들이 공동대응을 시작했습니다. 페이스북에 페이지를 만들고 성명서를 발의해 연서를 받았습니다. [이 연서명에] 거의 1000명의 사람들과 64개 단체들이 모였습니다. 이 성명서를 오늘 학교에 제출했습니다.
1월 8일과 9일에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냈고, 10일에는 포항여성회 주관으로 여러 지역 단체들과 함께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한동대학교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당시 이 기자회견에 맞서 보수 기독교 단체 회원들이 ‘한동대를 사랑하는 모임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죠.
앞으로 학교 당국이 우리를 분열시키려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술서를 낸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 이런 식으로 말이죠. 또 우리를 일벌백계 해서 다른 학생들의 본보기로 삼으려고도 할 것입니다. 이런 부당한 징계에 맞서 싸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