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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과 동성애 변호가 “가증스러운 이야기”?:
한동대학교는 학생·교수 징계 철회하라

한동대학교 당국이 학내 진보 동아리가 주최한 페미니즘 강연을 문제 삼아서 학생 5명에 대한 징계를 예고했다. 12월 31일에는 이 동아리의 지도교수로 지목된 김대옥 교수에게 “한동의 정체성에 반하는 가르침”을 이유로 해임을 통보했다. 강연 참여를 독려한 나윤숙 교수도 징계하겠다고 했다.

한동대학교 학생 동아리 ‘들꽃’은 지난해 12월 8일 임옥희 경희대 교수와 페미니스트 작가 홍승은·승희 씨를 초청해 ‘성노동’과 페미니즘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들꽃’ 학생들은 강연 전부터 임옥희 교수의 《채식주의자 뱀파이어》를 읽으며 성매매를 어떻게 볼 것인지를 토론해 왔다고 한다.

그런데 학생처는 강연 시작 불과 5시간 전에 ‘들꽃’ 학생들을 불러 강연을 취소하라고 강요했다. 강연이 열리자 학생처장과 교목실장이 보수적인 학생 20명을 대동해 참가했다. 이 학생들은 “학생들에게 자유섹스 하라는 페미니즘 거부한다”, “하나님이 세우신 가정윤리 파괴하는 페미니즘 반대한다”, “동성애 이론 세운 주디스 버틀러 소개 반대한다” 등의 팻말을 들었다. 연사인 임옥희 씨는 《주디스 버틀러 읽기》의 저자이기도 하다.

학교는 학생들의 사상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 ⓒ출처 한동대 들꽃

이후 학내 반(反)동성애 동아리 소속의 한 학생이 이 강연은 “동성애자들의 음모”라며 주최 학생들을 제명하고 교수들을 징계하라는 서명을 발의했다. 한동대 당국은 이 서명을 빌미 삼아 징계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학교 당국은 강연에 참석한 학생의 SNS를 사찰하고, 한 학생의 연인 관계와 연애 방식 등 사생활을 공개하고 이를 징계 사유로 삼는 등 억압을 위해 야비한 짓도 서슴지 않았다.

징계 대상자 명단에 오른 학생들은 그간 학내에서 훌륭한 활동을 해 왔다. ‘들꽃’은 한동대학교 내에서 잘 알려진 진보적 동아리로, 2014년 학내 청소 노동자 투쟁에 연대하면서 만들어졌다. ‘들꽃’은 학내 청소노동자들과 계속 연대하면서 학내에서 노동자, 여성, 장애인 등을 옹호하는 강연을 열어 왔다. 이들 존재가 학교 당국에 눈엣가시였을 건 뻔하다. 징계 대상자인 한 학생은 학내 언론 〈뉴담〉의 편집자인데, 〈뉴담〉은 그동안 학교 당국자들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 왔다.

이번에 징계·해임된 교수들도 전부터 한동대 당국의 보수적 행보에 이의제기를 해 왔다. 나윤숙 교수는 지난해 5월 학교당국이 동성애 비난 입장을 공식적으로 내놓자 이를 반박하는 교수 성명에 용기 있게 연명한 바 있다. 해임당한 김대옥 교수는 동성애와 이슬람에 대한 포용적 입장을 밝혀 왔고, ‘현실 사회에 대한 성서적 비판’을 설교에 포함시켜서 학교 당국에 미운 털이 박혀 있었다. 이미 2014년에 강제전보 당해 강의나 설교에서 배제됐는데 이번에 해임된 것이다. 학교 당국은 이의신청 기회도 보장하지 않는 등 해임 절차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학생처장은 전 교직원에게 메일을 보내 ‘들꽃’ 주최 페미니즘 강연이 “온갖 가증스러운 이야기”이고, “땅이 흔들리는 염려보다 더 큰 영적 지진”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들꽃’은 “우리 모두가 또 하나의 이웃인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편견과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나 그들에게 한 걸음 다가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강연을 열었다. 대학에서 자유로운 토론을 권장하지는 못할망정, 특정한 사상(의견)을 문제 삼아 무더기 징계를 내리고 학교에서 쫓아내려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징계 대상인 학생들이 “이곳이 대학입니까?”, “우리는 한동대의 맹목적인 ‘신도’가 아닌 비판적인 ‘학생’”이라고 외치는 이유다.

반면, 한동대 장순흥 총장은 온갖 부패한 권력자들을 “이웃” 삼아 왔다. 그는 아버지가 박정희, 이명박 등과 친밀했다는 점을 각별히 내세워 왔고, 그 자신도 그 연줄로 이명박의 핵발전소 수출에 앞장서고, 박근혜 정부 인수위에서 활동하며 미래창조과학부 신설을 주도했다.

또, 그는 지난해 5월에는 동성애 반대 입장을 학교의 공식 입장으로 내놓게 해 자신의 학교에도 있을 “또 하나의 이웃”인 동성애자들을 내친 것이다. 이번 탄압도 한동대에서 섹슈얼리티에 대한 개방적 논의를 단속하는 맥락이었을 것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한동대를 비판하는 사회적 여론이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 징계 대상 학생들은 학교당국 규탄,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요구하는 연서명을 발의했다. 하루 만에 한동대 재학·졸업생 104명, 개인 727명, 단체 26곳이 서명했고, 계속 늘고 있다. 노동자연대 학생그룹을 포함한 여러 단체가 징계·해임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징계 대상 학생들은 서명 운동과 연대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도 비난받아야 한다. 그는 대통령 후보 시절 TV토론에서 공공연하게 동성애 반대를 밝혔다. 이는 개신교 우익과 일부 세속 우익이 동성애 반대를 종파적·정치적 변별 표지로 활용해 세력 확장을 꾀하는 것을 돕는 구실을 하고 있다.

성적 지향의 자유와 권리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무지의 구름”을 헤치고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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