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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증보판 현대중공업 인력감축 위협:
현중 노동자들, 파업을 결의하다

개정증보판은 파업 찬반 투표 결과 등을 반영해 약간 보강했다.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구조조정 저지를 위한 파업을 결정했다. 1000명 이상이 휴직과 직무교육 중인 상황에서도 쟁의 찬반투표 투표율이 57퍼센트를 넘었고, 투표자의 무려 91퍼센트가량이 찬성표를 찍었다. 노동자들의 분노가 상당함을 보여 준다.

사측은 조선업 위기로 유휴 인력이 3000명에 이른다며, 정규직 인력 2400명을 줄이겠다는 목표로 ‘희망퇴직’과 조기 정년제를 강행했다. 최근에는 경영정상화 때까지 기본급 20퍼센트 반납, 임금피크제 확대, 각종 수당 삭감 등을 담은 임단협 개악안까지 내놨다.

계속되는 고통 떠넘기기

그러나 사측이 말하는 ‘유휴 인력’은 결코 필요 없는 일자리가 아니다. 수주는 지난해 약간 회복됐다. 사측은 앞으로도 수주가 조금씩이나마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런데도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것은 이윤 증대를 위해 정규직을 줄이고 저임금 비정규직을 늘리려는 의도다.

사측은 “고통 분담만이 살 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수년간 동료들을 일터에서 떠나보내고 임금이 대폭 깎이고 일부가 비정규직 신세로 전락하는 등 이미 고통을 전담해 왔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3만여 명이 소리 소문 없이 해고되고 밥 먹듯 이어지는 임금 체불에 시달렸다.

사측은 2년 전에 올해까지 3조 5000억 원의 비용을 절감하는 자구안을 세웠는데, 이미 달성률이 100.5퍼센트나 된다. 여기에는 자산 매각뿐 아니라 대대적인 분사, 인력 감축, 임금 삭감 등이 포함됐다. 노동자들의 피눈물을 쥐어짜 온 것이다.

그러는 동안 사측은 어땠나? 정몽준은 기업 분할로 그룹사 지배력을 강화하고 아들 정기선에게 부와 권력을 넘겨줄 길을 닦았다. 그리고 사측의 곳간에는 사내유보금이 14조 원이나 쌓여 있다.

노조가 이 돈으로 인력을 유지·확대하라고 요구하자, 사측은 그중 현금은 얼마 안 된다고 우는 소리를 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박광온 의원실 발표를 보면, 현대중공업은 사내유보금 중 현금성 자산이 급증했다(2008년 6670억 원에서 2016년 4조 3260억 원으로 무려 648퍼센트 증가).

사측은 사내유보금은 아무데나 쓰는 쌈짓돈이 아니라고도 항변한다. 그러나 도대체 그 부를 누가 만들어 줬나? 노동자들이 무더위와 한파를 견디고 목숨 잃을 위험을 감수하며 고되게 일해 온 덕분에 얻은 것 아니던가!

노동자들은 수익성 악화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 극도의 비효율과 부패를 일삼으며 위기를 만든 장본인은 사측이다. 노동자에게 고통 떠넘기는 구조조정은 당장 중단돼야 한다.

바닥을 향한 양보 압박 악순환, 이제 멈춰야

사측은 중형 조선소 구조조정을 기회 삼아 노동자들을 더한층 쥐어짜려 한다. 지금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으면 STX조선처럼 파산 위기에 몰릴 수 있다고 협박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STX조선의 노사 합의는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가지 말아야 할 길을 보여 준다. 이번 합의로 STX조선 노동자들은 고통이 더욱 커지게 됐다. 5년간 매년 6개월씩 무급 휴직, 임금 삭감 등으로 정부와 산업은행이 요구한 인건비 40퍼센트 절감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양보가 끝이 아닐 수 있다. 산업은행은 자구 계획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거나 자금 부족이 발생하면 다시 법정관리를 신청할 것이라고 했다.

STX조선의 노동조건이 악화되자, 현대중공업 사측은 이를 이용해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의 노동조건도 끌어내리려 한다. 이런 식으로 수년 동안 조선업 노동자들의 조건이 악화돼 왔다. 현대중공업의 노동조건이 더 악화된다면 이것은 또다시 다른 조선소 노동자들의 조건을 더 끌어내리는 데 이용될 것이다.

악마에게 손가락 하나를 내주면 몸통 전체를 요구하는 법이다. 올해 초 현대중공업 임단협 때 노조 지도부가 순환 휴직, 직무교육, 상여금 월할 분할(최저임금 인상 무력화 꼼수) 등을 양보했지만, 지금 사측이 대규모 인력 감축의 칼까지 빼 든 것을 보라.

단호하게 투쟁해서 계속되는 고통 전가와 양보 압박 악순환을 저지해야 한다.

‘희망퇴직’ 거부는 모두를 위한 투쟁

현대중공업 사측은 노동자들의 단결을 가로막고 각개격파하려고 야비한 이간질을 하고 있다. “후배들을 위한 선배들의 솔선수범” 운운하며 고령 노동자들의 퇴직을 압박한다. 또, 비정규직의 고통을 명분 삼아 “이제 [정규직] 조합원들도 양보하라”고 한다.

그러나 빤히 알 수 있듯이, “양보”는 결코 후배 노동자들이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사측을 위한 것이자 노동자들의 사기를 갉아 먹는 길일 뿐이다.

사측은 바로 몇 달 전에 근속연수가 짧은 노동자들의 임금을 억제하려고 상여금 일부를 월별로 쪼개 지급하는 공격을 감행했다. 사측이 지난 수년간 구조조정 속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가장 커다란 고통을 안겼다는 것은 두 말할 나위 없다.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는 비정규직의 고통을 정규직 구조조정의 명분으로 삼는 사측을 규탄하며 이렇게 주장했다. “조선소 일자리는 이미 질 나쁜 일자리로 하향평준화되고 있다. 정규직 노동자들의 구조조정 저지 투쟁은 일자리 질을 상향평준화하기 위한 최소한의 발판을 사수하는 싸움이다.”

‘희망퇴직’에 맞선 투쟁은 고령 노동자들은 물론 전체 노동자들의 고용 조건을 지키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희망퇴직’ 대상자는 근속연수 10년 이상 노동자 모두(2015년 기준 조합원의 절반가량)에 해당하는 데다, 일부 사업부에서는 외주화와 무급휴직(해양플랜트)까지 거론되고 있다.

더구나 노동자들이 투쟁으로 사측의 인력 감축 공격에 제동을 건다면, 올해 임단투에서 사측의 임금 삭감 압박에 맞서는 데도 중요한 디딤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노동자들은 싸울 힘이 있고 이길 수 있다

- 일감 증가 추세와 정치 상황을 이용해 단호하게 투쟁하자

4월 27일까지 진행된 1차 ‘희망퇴직’ 신청자 규모는 사측의 목표에 턱없이 미치지 못했다(5분의 1 수준). 노조가 즉각 반대를 조직하고 대의원·활동가들이 기층에서 항의를 조직한 덕분이다.

이전의 경험을 볼 때, 사측은 2차 3차 ‘희망퇴직’을 이어 가며 회유·압박을 강화할 것이다.

노조는 쟁의 찬반투표를 통해 파업을 결정했다. 노동자들이 압도적으로 파업 의지를 표명한 만큼 집행부는 실질적인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무엇보다 지금 투쟁 지형이 노동자들에게 결코 불리하지 않다. 이 점을 이해하고 단호하게 투쟁에 나서면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우선, 최근 현대중공업 조선사업부는 지난해 수주한 배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일감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신규 수주가 없는 해양플랜트 사업부에서도 일감이 아직 남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생산을 멈추는 파업을 한다면 사측에 타격을 줄 수 있다.

또,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 상황을 투쟁에 유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이 많은 노동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는 데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현대중공업 구조조정 문제가 중요한 정치 이슈로 떠올랐다.

더불어민주당 울산 지역 예비 후보들이 현대중공업 구조조정 반대 성명을 발표했고, 자유한국당 울산 동구당원협의회는 삭발까지 하며 해고 철회를 촉구했다.

그동안 구조조정을 지지하거나 추진의 책임이 있는 정치인들이 이렇게 나오는 것은 일자리 지키기를 지지하는 광범한 대중 정서 때문이다. 선거의 이해득실 때문에 눈치를 보고 분열하는 것이다.

정치 상황을 이용한다는 것은 정치인들을 믿고 선거에 기대어 투쟁을 미뤄도 된다는 뜻이 결코 아니다. 정부는 조선업 빅3에게 2022년까지 매년 3000명을 신규채용하라고 요구하면서도, 모순이게도 자구안 이행을 강조한다. 정부는 이미 중형 조선소에서 고강도 구조조정을 추진해 현대중공업의 구조조정에 길을 닦아 줬다. 민주당 울산시당이 인력 감축 대신 내놓은 대안도 직무 전환배치, 일감 나누기 등 노동자들에게 임금·노동조건 후퇴를 감내하라는 것이다.

따라서 선거에 기대지 말고 오히려 정치인들이 여론의 눈치를 보고 분열하는 상황을 이용해 단호하게 투쟁해야 한다. 그러면 정치적 초점을 형성하면서 광범한 대중적 지지를 받고 실질적 성과를 거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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