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도 “사람”이라더니:
야만적인 단속 되레 강화하는 문재인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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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주는 2~3일에 한번씩 단속이 벌어지는 등 지난해보다 이주노동자 단속이 심해졌다. … 문재인 정부가 앞으로는 ‘평화’를 이야기하면서 뒤로는 [이주노동자들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고 있다.” 경주이주노동자센터 오세용 소장의 말이다.
아닌 게 아니라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 과정에서 이주노동자가 큰 부상을 입는 사건이 또다시 발생했다.
4월 25일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이하 대구출입국)는 자동차 부품 등을 생산하는 경북 영천시 소재 ㈜덕원산업에서 단속을 벌였다. 태국, 스리랑카, 필리핀 이주노동자 25명이 단속을 당했다.
단속 과정은 매우 폭력적이었고 절차도 지키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한 태국 여성 이주노동자는 창문으로 뛰어내리다가 무릎을 심하게 다쳤다. 한국인 동료 노동자들이 폭력적인 단속 과정에 항의했지만 소용 없었다.
단속반원들은 부상 당한 이주노동자에게 수갑을 채운 것도 모자라 고통을 호소하는데도 진통제 한 알만 주고 외면했다. 다음날 오후에야 병원에 데려갔는데 전방십자인대 파열 등 전치 14주 진단이 나오자 이후 치료의 책임을 떠넘기려 그를 사업주에게 보냈다. 그는 단속된 후 일주일이 지나서야 동료 노동자들과 경주이주노동자센터의 도움으로 입원할 수 있었다.
민주노총은 이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며 “특별한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단지 행정적 처분을 넘겨 일을 하고 있는 이주노동자” 단속을 중단하고 이번 단속 담당자를 징계하라고 요구했다.
이번 사건은 문재인 정부가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을 강화하는 맥락에서 벌어졌다. 정부는 지난 1월 특별단속지역, 합동 단속 기간, 단속 인원을 모두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내국인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며 단속을 정당화 한다. 3월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는 ‘건설현장 불법 외국인 억제를 위한 업계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이런 주장은 위선이다. ‘일자리 정부’를 자처한 문재인 정부는 한국GM, 조선소들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쫓고 잔인하게 희생을 강요했다. 일자리의 질과 양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노동시간 단축을 제대로 하지 않았고, 최저임금도 개악하려 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은 내국인이 기피하는 열악한 곳이나 일손이 부족한 곳에서 일하며 한국 경제에 기여해 왔다. 경제 위기 속에서도 이주노동자 수가 줄지 않아 현재 100만 명을 넘어섰는데, 그만큼 이주노동자는 한국 경제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주노동자 유입을 늘리면서도 차별과 규제를 강화해 왔다. 임금을 올리길 한사코 꺼리면서도 저임금 노동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길 원하는 고용주들의 요구를 충족시켜 주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이주노동자 권리를 제약하고 엄격히 통제해 왔다. 입국부터 취업 제한, 체류 기간 제한 등 규제가 상당히 까다롭다. 단속 강화는 이런 통제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목적이 크다. 이를 통해 정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 규모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고 싶어한다.
단속은 전체 이주민 통제 목적
미등록 체류자는 정부의 이런 위선적인 규제 때문에 생기는 것이지, 대개 이주민들이 잘못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취업을 허가 받고 들어온 이주노동자들은 대개 사업장을 옮기는 것이 금지되고, 체류기간 연장 권한도 사업주에게 있다. 고용허가제가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은 꼼짝없이 열악한 노동조건과 저임금을 강요당한다. 지난해 8월에는 고용허가제에 따른 사업장 이동 금지 때문에 네팔 이주노동자 두 명이 연이어 자살하기도 했다. 이런 끔찍한 상황을 견디다 못해 미등록으로 내몰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결혼 이주 여성은 영주 자격을 얻거나 귀화를 하기 전에는 배우자(남편)의 신원 보증이 있어야 체류 자격을 갱신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배우자와의 갈등이나 이혼으로 체류 연장을 하지 못해 미등록이 된 경우가 적지 않다.
난민 신청자는 난민 불인정을 받는 즉시 ‘불법’이 되는데, 한국의 난민 인정률은 4퍼센트 대에 불과하다. 그러다 법원 소송을 통해 난민 인정을 받으면 다시 ‘합법’이 된다. 난민 신청 후 6개월이 되기 전에 취업해서 생활비를 벌어도 ‘불법’이 된다. 정부가 이주노동자들이 체류 기간 연장을 목적으로 난민 신청을 하는 것을 막겠다며 난민 신청 후 6개월이 지나야 취업을 허용하기 때문이다.
이런 미등록 체류자들을 상대로 한 단속은 전체 이주민을 통제하는 구실을 한다. 이주노동자를 고용주에게, 결혼 이주민을 배우자에게 종속시키고 난민이 오래 머물지 못하게 만드는 규제들은 이를 어겼을 때 단속해 강제 출국시킨다는 위협이 없으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은 전체 이주민의 권리를 더욱 약화시키고 있다.
따라서 이주노동자의 권리는 보장돼야 하지만 ‘불법 체류’는 규제해야 한다는 태도로는 이주민 권리를 일관되게 방어할 수 없다. 이런 견해는 꽤 광범한데, 건설노조 지도부도 ‘모든 이주노동자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불법 취업을 반대’한다는 논리를 편다.
그러나 이주민에 대한 통제가 강화될수록 이주노동자들은 더 낮은 임금과 열악한 노동 조건을 강요받게 된다. 그러면 이는 다시 내국인 노동자들에게 노동 조건 하향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므로 이롭지 않다.
따라서 노동운동은 이주민 단속을 반대하고 체류 자격에 관계 없이 모든 이주민을 일관되게 방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