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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주도성장 정책 때문에 불평등이 커졌다고?:
임금 상승 정책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진정한 문제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상위 10퍼센트의 소득은 10.7퍼센트 증가했지만 하위 10퍼센트의 소득은 12.2퍼센트 감소했다. 문재인 정부의 말과 달리, 하위 50퍼센트의 명목 소득은 감소했고 불평등은 더욱 커졌다.

이를 두고 우파들은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 때문이라며 공격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실업이 늘어서 불평등이 커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올해 최저임금 인상이 1~3월 고용에 미친 영향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2018년 최저임금 인상은 3월까지 고용량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홍민기, ‘2018년 최저임금의 고용효과 추정’)

임금 인상이 곧장 일자리를 줄이는 것은 아니다. 고용은 전체적인 경기 상황과 이에 따른 자본가들의 투자가 큰 영향을 준다.(관련기사) 임금과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계급 투쟁 또한 중요한 요소이다.

한편, 정부는 개별 노동자들의 임금 상승폭은 늘었다며 자화자찬했다. 그러나 올해 1분기 근로자 가구의 근로소득은 하위 20퍼센트가 0.6퍼센트, 하위 20~40퍼센트가 0.9퍼센트 상승하는 데 그쳐,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가구당 실질 근로소득은 감소했다.

이와 같은 하위 분위의 소득 감소는 우파들의 억지 주장과는 다르게 임금 상승을 위한 정책이 턱없이 부족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실제로 정부가 내세운 최저임금 1만 원,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노동시간 단축 등 주요 공약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실망감과 분노를 낳고 있다.

줬다 뺏냐! 최저임금법 개악에 많은 노동자들이 분노하고 있다 ⓒ출처 〈노동과세계〉

지난해에 최저임금을 올렸지만, 이를 다시 삭감하는 최저임금 제도 개악으로 저임금 노동자들의 소득 증대에 별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비정규직, 저임금 노동자들의 (미약한) 처우 개선을 명분으로 정규직의 양보를 이끌어 내려 해 왔지만, 실상은 소득 하위 분위의 처지도 개선하지 못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말했지만, 전체 비정규직 62만 명 중 2017년에 무기계약직이나 자회사 고용 정규직으로 전환된 노동자가 10퍼센트에 불과하다. 노동시간 단축 정책은 사용자들의 인건비 부담을 최대한 줄여 주기 위한 근로기준법 개악으로 돌아왔다.

일자리 상황도 나쁘다. 체감실업률을 보여 주는 확장실업률은 올해 4월 11.5퍼센트로 최근 13개월 연속 상승했다. 청년 4명 중 1명이 실질 실업 상태일 정도로 청년실업률은 역대 최고 수준을 이어 가고 있다.

반면,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은 지지부진하다. 정부가 공공기관 일자리 81만 개를 늘리겠다고 공약했지만, 올해 공공기관 신규 채용은 2만 8000명에 불과하다. 게다가 신규 채용을 위해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명예퇴직을 장려하겠다고 하니 그야말로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이다. 게다가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조선업 구조조정, 금호타이어 해외 매각 등을 밀어붙여 노동자들이 한꺼번에 일자리를 잃기도 했다.

정부는 교사 수도 줄여 나갈 계획이고, 노동자들의 임금을 줄일 직무급제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문재인 정부가 입으로는 “노동 존중”을 말하면서도 실제 행동은 기업 이윤 지키기에 기울어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사실 문재인 정부가 표방한 소득주도성장론 자체가 근본적으로 모순을 내포하고 있다. 소득 증대를 말하지만, 그것이 경제 성장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는 노동자를 착취해서 뽑아 낸 이윤을 바탕으로 성장하는 체제이므로, 경제 성장이라는 전제를 받아들이면 노동자들의 처지 개선은 부차화될 수밖에 없다.

특히나 지금과 같은 장기 불황 시기에 이윤이 압박받는 상황에서 기업주들이 임금 인상을 순순히 수용할 리 없다. 소득주도성장론은 노동자와 자본가가 윈-윈 할 수 있다며 계급 협력을 통한 개선을 약속하지만 이는 환상일 뿐이다. 노동계급 삶의 실질적인 개선은 계급 투쟁을 통해 가능하다.

정부와의 협력 추구는 노동자들을 수동적으로 만들어 투쟁을 억제하는 데 이용될 수 있다. 실제로 노조 지도자들과 진보·좌파진영의 여러 세력은 다양한 ‘사회적 대화’ 기구와 노사정 테이블에 참가하는 것을 지지하고, 또 참가해 왔다. 그러나 올해 2월 근로기준법 개악에 이어 이번 최저임금법 개악에서 제대로 싸워 보지도 못하고 뒤통수를 맞은 것을 보면 이런 협력 추구가 누구에게 이로운지 분명히 드러난다. 이것이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론을 내세워 진정으로 얻고 싶은 효과일 것이다.

최근 경제가 미약한 성장세에서 다시 심각한 침체를 겪을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노동자들의 처지를 조금이나마 개선하려는 정책조차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자본가들의 공격도 거세지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 노조 조직률이 상승하는 등 삶을 개선하려는 노동자들의 열망은 증가하고 있다. 이를 현실화하려면 노동자 투쟁과 연대를 일관되게 추구하는 정치와 조직이 더욱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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