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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증보 교육 개혁 열망을 저버린 대입제도 개편안:
시작도 하지 않고 파탄난 문재인 교육 개혁

8월 17일 교육부는 ‘2022학년도 대학입학제도 개편방안 및 고교교육 혁신방향’을 발표했다. 지난 7일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가 발표한 ‘2022학년도 대학 입시 개편 권고안’을 대부분 수용한 것이다.

핵심 내용은 수능 정시 전형을 확대하고(현재 20여 퍼센트인데 30퍼센트 이상으로), 수능 상대평가를 유지하는 것이다. 학생부를 중심으로 평가하는 수시에서도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을 없애지 않고 대학이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했다.

제2외국어와 한문에 절대평가를 도입하기로 했지만, 국어, 수학 등 주요 과목의 상대평가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이는 생색내기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내신·수능·논술에 수상 경력 등 학생부까지 챙겨야 하는 학생들의 무거운 어깨는 조금도 가벼워지지 않게 됐다. 오히려 수능 준비를 더 신경 써야 한다는 압력만 커졌다.

게다가 입시 전문가들은 수능을 통한 선발이 강화되면 수능에 강한 특목고·자사고 학생들이 유리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문재인 정부는 특목고·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해 고교 서열화를 없애겠다고 공약했지만, 이번 입시 개편안대로라면 특목고·자사고 입시를 위한 경쟁은 오히려 더 커질 것이다.

실제로 교육부가 이번에 발표한 ‘고교교육 혁신방향’을 봐도 고교 서열화를 없애겠다는 공약은 물 건너 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정부는 2020년까지 특목고·자사고의 “일반고로의 단계적 전환을 유도”하고, 2020년까지 안을 마련해 또다시 “사회적 합의를 거쳐” 방안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집권 기간 내내 논의만 하다 시간을 다 보내겠다는 것이다. 문재인의 핵심 공약이었던 고교학점제(입시 경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애초에 취지를 살리기 힘든 공상적인 공약이었다)도 2022년부터 부분 도입해 2025년에 본격 시행하겠다고 해 차기 정권으로 공을 넘겼다.

교육부는 공론화 과정이 민주적이었고, 이번 권고안이 시민참여단 490명의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시민참여단은 매우 제한적으로 설정된 선택지 네 개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그 선택지들은 입시 경쟁을 완화할 수 있는 진정한 대안이 아니라 수능 강화냐, 내신 강화냐, 현행 유지냐 하는 형식적인 차이만 있었다. 여론조사 결과도 절대평가 도입 보다는 수능 강화에 힘을 싣는 방향으로 편파적으로 해석됐다.

이번에 미흡한 결과가 나온 것은 문재인 정부가 공을 공론화 과정으로 넘겼을 때 사실상 예견된 것이었다. 이미 탈핵 공약을 폐기하는 데도 공론화 위원회가 활용됐듯, 이번 공론화 과정도 공약을 폐기하고 정부의 책임 회피를 정당화하는 수단일 뿐이었다.

교육처럼 계급적 이해관계에 따른 좌우 정치적 대립이 첨예한 쟁점에서 협의를 통한 해결을 추구하다 보면 어정쩡한 타협과 현상 유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교육부 장관 김상곤은 최근 “민중은 개·돼지”라는 발언으로 공분을 산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 나향욱을 교육부 산하 중앙교육연수원 연수지원협력과장으로 복직시키기도 했다. 해직 교사 복직은 커녕 해직 교사가 조합원에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진행된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조차 외면하고 있으면서 말이다. 김상곤이 누구의 편에 서 있는지 분명히 보여 주는 사례이다.

대학 서열화

중등교육을 망가뜨리고 있는 경쟁적 입시 체제의 폐해를 없애려면 서울대를 정점으로 서열화돼 있는 대학 서열 체계를 없애야 한다. 그래서 좌파들은 대학 평준화, 입시 폐지, 수능 자격고사화 등을 주장해 왔다. 더불어 대학 서열화는 경쟁적이고 위계적으로 조직된 자본주의 체제에 그 뿌리가 있기 때문에 체제의 경쟁 논리에 맞선 저항이 커져야 한다.

그런데 진보 교육운동 진영의 일각에서는 당장의 실현 가능성을 중시하며 대학 서열 폐지 요구를 제기하는 것은 점점 소홀히 했다. 이번 논의 과정에서도 대학 서열 폐지 요구보다는 수능 절대평가만이 강조해서 제기됐다.

물론 일반적으로 상대평가보다 절대평가가 낫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대학 서열 체계가 여전하다면 절대평가가 도입되더라도 선별을 위해 시험 난이도가 높아지거나, 다른 평가 기준들이 강화되는 것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밥 먹기 경쟁이 계속되는 상황이라면 숟가락을 쓰든 젓가락을 쓰든 별 차이가 없는 것”이다. 이제까지 다양한 입시 개편안이 나왔지만 모두 실패한 것은 이 때문이다.

실현 가능한 방안을 우선시해서 진정한 대안을 제기하지 않는다면 입시 경쟁에 시달리는 학생·학부모·교사들의 열망을 불러일으키지 못할 것이다. 이번 대입제도 개편안 논의가 기층 운동으로 이어지지 않고 상층의 회의 테이블 수준에서 제한된 데에는 이런 영향도 작용했을 것이다.

전교조 등 교육운동 단체들은 이번 정부의 대입제도 개편안을 규탄하며 “김상곤 교육부 장관 퇴진”을 요구했다. 문재인 정부의 내각에서 가장 개혁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김상곤에 대한 사퇴 요구가 나오는 것은 문 정부에 대한 개혁 염원 대중의 실망을 보여 주는 또 하나의 장면이다.

이번 결과에서 드러났듯 문재인 정부와 협의를 통한 개혁에 기댈 것이 아니라 아래로부터 대중 동력을 강화해야 한다.

프랑스에서 부분적으로나마 대학이 평준화된 것은 1968년에 거대한 대중 투쟁이 있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전투적인 투쟁을 벌이고 1000만 노동자가 한 달간 파업을 하며 체제를 뒤흔든 것을 통해 부분적인 개선을 이룰 수 있었다.

이런 전망 속에서 경쟁 교육에 맞서는 투쟁을 건설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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