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에게 중형을 선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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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만 아니라 노동자·민중 탄압 범죄도 처벌받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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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6일 이명박 재판에서 검찰은 징역 20년에 벌금 150억 원, 추징금 111억여 원을 구형했다. 재판부의 선고는 10월 5일 있을 예정이다.(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이명박 구속 자체가 이미 촛불 운동의 성과지만, 이명박의 죗값으로 치면 구형 형량인 징역 20년도 부족하다. 이명박은 감옥에서 더 오래 고통받아야 하고, 더 많은 재산을 추징당해야 한다. 이명박이 중형을 받는다면, 쌍용차 노동자, 용산 참사 피해자 등 이명박이 못살게 굴고 궁지로 몰았던 수많은 사람들의 응어리가 조금 풀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조금’일 뿐이다. 이명박이 노동자들과 차별받는 사람들에게 저지른 야만적 탄압과 야비한 괴롭힘을 떠올리면, 1000년형에 전 재산 몰수를 해도 분이 다 풀리지 않을 것이다.
광우병 위험 소고기 수입 문제를 계기로 불거진 이명박 반대 촛불 운동에서 강경 진압을 해서 여중생, 여고생들까지 경찰 군홧발에 짓밟혔다. 인터넷에 정부 비판 글을 올렸다고 구속되고 직장에서 잘리는 일이 벌어졌다.
2009년 초에는 강제 철거에 반대했다고 경찰특공대의 공격을 받아 철거민 1인이 불에 타 죽었다. 오히려 피해자의 아들이 구속돼 수년간 고초를 겪었다.
해고에 반대해 파업을 한 쌍용차 노동자들도 지옥을 봤다. 진압 경찰은 헬기를 동원해 발암물질 포함 최루액을 수십 톤이나 뿌려댔다. 테이저 건 등 대(對) 테러 진압 무기와 부대들이 동원됐다. 그런 공격을 받으며 노동자들은 수십 일을 물과 전기가 끊긴 공장에 갇혀 있어야 했다.
파업이 끝나고도 이명박이 드리운 죽음의 그림자는 걷히지 않았다. 구속, 손배·가압류가 또 그들을 옥죄었다. 경찰이 잘한 일로 쌍용차 진압을 꼽았던 잔인무도한 자들은 뻔뻔하게도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20억 가까운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충격과 트라우마가 더 오래 간 이유다.
한 노동자는 헬기 소리를 듣고 어린 자녀 앞에서 벌벌 떨며 숨어야 했고, 한 노동자는 혼자 살던 자기 집을 생수통 등으로 가득 채우는 등 요새처럼 만들어 놓고 자살했다.
용산 참사, 쌍용차 파업 모두 이명박이 강경 진압을 직접 지시한 일이 드러났다. 최근에는 이명박이 댓글 공작을 독려한 녹취록까지 나왔다. 폭력 진압을 진두 지휘한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 김석기(현 자유한국당 의원)와 경기지방경찰청장 조현오도 죗값을 치러야 한다. 그러려면 이명박에게 중형이 내려져야 한다.
이 밖에도 좌파와 정권 반대자들에 대한 광범한 사찰과 음해 공작, 2012년 대선 여론 조작 개입, 경남 밀양 송전탑과 제주 강정 해군기지 공사 강행과 건설 반대 운동 탄압, 노동법 대폭 개악 등 간단히 정리하기가 힘들 정도이다. 이를 위해 언론 장악도 시도해 장기 언론 파업이 벌어졌고, 해직 언론인이 다시 생겨났다.
사법 농단을 주도한 양승태를 대법원장에 임명한 것이 이명박이므로 양승태의 죄목 대부분이 박근혜만이 아니라 이명박의 죄목과 연결된다. 이처럼 박근혜의 온갖 야비한 탄압 작태 대부분이 이명박 때 시작됐다.
이명박, 박근혜 같은 사악한 권력자가 범죄자로 선 것은 노동자·민중이 저항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침내 이들을 재판대에 세운 바로 그 사람들이 지금 이명박에게 중형 선고를 바란다.
본지도 이명박의 탄압으로 곤경을 겪었다.
2010년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1년 넘게 같은 장소에서 〈노동자 연대〉(당시 〈레프트21〉) 신문을 정기 홍보·판매를 해 오던 독자 5명이 “사상 검증” 운운하는 경찰들에게 연행된 것이다. 결국 신문 홍보·판매가 집시법으로 처벌되는 초유의 일이 일어났다.
제주 해군기지를 위한 폭력 진압에 반대한 김지윤 기자도 형사 고발 등을 당하고 국정원과 해군 등의 조직적 음해 공작에 시달렸다.
민간인 사찰 수첩에서 노동자연대 관련 메모들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명박은 2008년 촛불 운동에 대항해 인터넷 공작을 벌였는데, 노동자연대에 대한 황당한 인터넷 음해도 이때 매우 극심했고 일부는 아직도 유포되고 있다.(최근엔 친문 열성분자들이 이를 재활용하고 있다.)
특별 사면 어림없다
검찰의 ‘구형 의견’을 보면, 이명박을 대통령의 책무를 저버린 권력형 부패 범죄자로 규정했다. 검찰은 삼성의 뇌물을 받고 이건희를 사면해 줬고, 다스의 실소유주로 비리를 저질렀다고 봤다. 이명박을 거짓말쟁이로 단정한 것이다.
정치체제 안정을 위해서는 (박근혜에게 한 것처럼) 이명박을 처벌해 대중을 달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계산하는 듯하다.
“피고인은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력을 남용한 것을 넘어 이를 사유화했고 ... 국가 운영의 근간인 법치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했음에도] … 진실을 은폐 ...측근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기에 급급[했다.] … 엄중한 사법적 단죄를 통해 … 자유민주주의, 법치주의의 근간을 굳건히 확립할 필요가 있다.”
그럴 만도 하다. 다스 실소유주 의혹은 이명박이 대통령 후보 때 불거진 BBK 주가 조작 사건과 연결돼 있다. 결국 검찰 수사와 새로운 폭로들로 의혹 제기자들이 옳았음이 드러났고, 지배자들은 사기 범죄자를 대통령으로 앉힌 게 된 셈이다.
물론 우파 정부를 이끌다가 대중의 원성을 산 전직 대통령이 둘이나 중형을 받는 것을 지배자들이 썩 좋아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중형을 선고해 대중을 일단 달랜 뒤에, 항소를 포기해 빠르게 형을 확정하고는 정치 상황을 보며 대통령 사면권을 재촉할 계산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박근혜는 재판에서 핵심 혐의를 거의 인정하지 않았으면서도 대법원 상고를 하지 않았다. 형이 빨리 확정돼야 사면권 대상이 될 수 있어서 그런 거라는 추측이 공공연하게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그럼에도 검찰과 박영수 특검이 뇌물죄 무죄 부분에 대해 상고해 실제로는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문재인이 말과 달리 적폐 청산에 어정쩡한 것이 문제다. 법원이나 기무사 등의 반동적 행태들이 드러났고, 적폐 집단이 하극상을 불사하며 적폐 청산에 저항하는 데에도 대응이 미적지근하다. 최근에 문화체육부 장관 도종환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업에 연루된 문화체육부 직원들을 사실상 징계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