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잡월드 노동자들:
자회사 강행에 맞서 무기한 전면 파업에 돌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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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9일 한국잡월드 노동자들이 자회사 설립에 맞서 무기한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노동자들은 성남시 분당에 있는 한국잡월드 로비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가 성과로 내세우는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이 엉터리임이 분명해지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까지 나서게 된 것이다.
종합직업체험시설인 한국잡월드는 고용노동부 산하 기관으로, 2012년 개관 이래 전체 노동자 380여 명 중 50명만 정규직이고 나머지 노동자들은 모두 간접고용 비정규직(용역, 파견)이다. 정부가 재정 지출을 최소화하려고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최저임금 수준의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내몬 것이다.
1년 전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 정규직화 대책을 말했을 때 한국잡월드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큰 기대를 품었다. 그러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는 말뿐이었다. 정부가 지난해 7월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전환 가이드라인’은 직접고용뿐 아니라 자회사 방안도 “정규직 전환 방식”이라고 제시했다.
이렇게 정부가 돈 안 들이고 생색내려고 자회사 방안을 정규직화인 것처럼 포장한 덕분에 한국잡월드는 마음껏 자회사를 밀어붙일 수 있었다. 사측은 간접고용 노동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강사 직군(275명)의 의견을 묵살하고 올해 4월 노사전문가협의체에서 자회사 방안을 밀어붙였다.
강사 직군 노동자들은 비민주적으로 진행된 노사전문가협의체 결정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들은 “자회사는 꼼수”라며 노조를 결성해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 투쟁에 나섰다.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자회사 방안의 문제점이 사회적으로 알려져, 국정감사에서도 도마에 올랐다. 그런데 10월 16일 국정감사에서 한국잡월드 이사장 노경란은 자회사 방안이 “민주적”으로 결정됐다고 뻔뻔한 거짓말을 반복했다. 게다가 마치 강사 직군 노조 대표와 함께 좋은 자회사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식으로 황당한 주장을 폈다. 한국잡월드 노동자들은 국정감사에 맞춰 파업을 하고 국회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사기극으로 드러난 “좋은 자회사” 방안
사측은 노동조건이 개선되고 고용이 보장되는 “좋은 자회사”를 설립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그러나 구체적 노동조건도 밝히지 않은 채 자회사 전환 채용에 응하지 않으면 사실상 해고하겠다고 협박했다.
시설, 경비, 청소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자회사 1차 채용 면접 합격자 발표가 나고서야 급여체계안이 나왔다. 박영희 한국잡월드 분회장은 “자회사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복지 급여는 고작 식대 13만 원에 명절상여금 80만 원(설, 추석 각 40만 원), 복지포인트 40만 원이다. 정규직 전환이 되면 마땅히 받아야 하는 항목인데도, 사측은 자회사 전환으로 복지 수준이 높아진 양 노동자들을 우롱하고 있다. 식대는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포함되기 때문에 내년 임금도 사실상 최저임금 수준이다.
한 강사 노동자는 자회사 임금체계로는 처우 개선되는 게 거의 없다고 말했다. “식대는 그동안 8만 원씩 지원됐다. 복지포인트도 지급돼 오던 거다. 자회사에 채용되면 신규 사원이 되는데 현재 15일 받고 있는 연차가 오히려 11일로 줄어든다.” 어린이체험관에서 일하는 강사 노동자들은 주52시간제 도입 이후 임금이 보전되지 않아 월급이 16만 원 깎였다.
실상이 이런데도 사측은 강사 직군 노동자들에게 자회사 채용에 응하라고 협박하고 있다. 강사 직군이 포함된 2차 채용 대상자들은 289명이다. 자회사 전환 절차에 따르면 11월 2일부터 8일까지 채용 공고 기간이다.
강사 직군 노동자들은 사측이 제시한 자회사 채용을 거부하고 무기한 전면 파업으로 맞서고 있다. 이진형 한국잡월드 부분회장은 이렇게 투쟁 의지를 보였다. “공공운수노조 경기본부장이 21일간 단식을 해도, 국정감사에서 지적을 받아도 한국잡월드는 꿈적하지 않는다. 자회사 방안은 완전 껍데기다. 도저히 채용에 응시할 수 없다. 12월 말에 해고된다 해도 끝까지 투쟁하겠다.”
노동자들은 문재인 정부가 책임지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 파업은 다른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자회사 전환에 맞설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자극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한국잡월드 노동자들의 파업에 적극적인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