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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자회사”는 없다:
또다시 처우 개선 투쟁에 나선 한국잡월드 노동자들

올해 5월 1일 세계 노동절 집회에 참가한 한국잡월드 노동자들 ⓒ이미진

자회사로 고용된 한국잡월드 강사 직군 노동자들이 형편없는 노동 조건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용역업체 소속이었던 한국잡월드 강사 직군 노동자들은 지난해에 자회사 전환을 거부하고 투쟁한 바 있다. 자회사는 용역 회사의 또 다른 이름에 불과하다고 항의하며 말이다. 노조를 처음 만든 노동자들이 무기한 전면 파업을 하고, 청와대 앞 집단 단식 농성까지 하며 완강하게 저항했다.

그러나 결국 자회사로 전환하되 향후 고용과 처우 개선을 논의하는 상생발전협의회를 구성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그리고 한국잡월드가 100퍼센트 출자해 만든 한국잡월드파트너즈로 소속이 변경됐다.

지난해에 한국잡월드 사측은 “좋은 자회사”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노동운동 일각에서도 원청의 책임성을 높이고 원청과의 단체교섭이 보장되면, 자회사로 전환해도 노동조건을 개선할 수 있을 것처럼 주장했다.

자회사 ‘정규직’으로 신분이 바뀌었지만 용역 회사와 달라진 점이 하나도 없다. 노동자들은 여전히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고, 복리후생은 전보다 후퇴했으며, 상생발전협의회마저 진행되지 않는 현실에 분노하고 있다. 자회사로 고용되면서 근속연수를 인정받지 못해, 올해 입사한 신규 사원과 7년차 노동자들의 임금이 똑같다. 기본급이 177만 6570원에 불과하다.

좋은 자회사는 없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위한 가이드라인’에는 용역업체 이윤과 관리비 등 “정규직 전환 시 절감되는 비용(전체 비용의 10~15퍼센트)은 반드시 처우 개선에 활용”하라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한국잡월드는 용역업체에 지불하던 돈을 고스란히 자회사 운영에 쓰고 있다. 한국잡월드 용역계약비 내역을 보면 자회사 전환 이후 인건비 비중이 오히려 줄어들었다. 처우 개선은커녕 생일 축하금이나 회식비, 개인 포상제도 등 용역회사가 지불하던 복리후생마저 없앴다.

한국잡월드파트너즈는 원청의 예산이 부족하기 때문에 자회사가 수익사업을 해야 한다면서 ‘수익 창출 사업 진출을 위한 신사업개발 담당 직원’을 공개모집하기도 했다. 고용노동부 산하 공공기관을 돈벌이를 위한 기관으로 전락시키면 공공 서비스의 질이 낮아질 뿐 아니라 노동강도도 강화될 것이다.

공공운수노조 지도부는 지난해 말에 한국잡월드, 한국잡월드파트너즈, 한국잡월드분회가 참여하는 상생발전협의회를 구성하기로 한 것이 성과인 것처럼 평가했다. 그러나 상생발전협의회는 원청인 한국잡월드의 회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자회사 방식은 원청이 자회사의 임금과 노동조건 전반에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지만 법적 책임은 지지 않는 간접고용의 한계를 그대로 가지고 있다. 그래서 원청이 교섭에 나오지 않아도 강제할 수단이 없다. 공공운수노조가 상생발전협의회에 참여하라고 한국잡월드에 공문을 보냈지만, 한국잡월드 사측은 한국잡월드파트너즈를 통해 참여 의사가 없다는 뜻을 밝혀 왔다고 한다.

원청 직원이 화학 물질의 위험성을 자회사 소속 현장 노동자들에게 직접 전달하지 않아 강사 노동자들이 한 달 동안이나 유독한 화학 물질에 노출되는 산재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주용 잡월드분회 부분회장은 자회사로 들어와서 노조 하기가 더 힘들어졌다고 말한다. “용역회사인 서울랜드는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조합비 공제, 단체교섭 등 액션이라도 취했습니다. 그러나 잡월드파트너즈는 액션조차 취하지 않습니다.”

잡월드파트너즈는 조합원이 150명이 넘는 한국잡월드분회를 과반 노조로 인정하지 않고, 조합원 규모가 훨씬 적은 제2노조를 핑계 삼아 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이주용 부분회장은 “마사회 등 다른 공공 기관에서 한국잡월드 자회사 방안을 기준으로 제시한다고 하는데, 한국잡월드파트너즈의 행태를 보면 좋은 자회사는 없다”고 말한다.

한국잡월드분회 노동자들은 원청이 합의문을 이행하고, 자회사는 교섭에 응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에 원청이 협상장에 나와 합의문을 작성하게 된 것은 노동자들의 단호한 투쟁 덕택이었다. 사측을 강제하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의 힘을 보여 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