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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난민들의 목소리
“인도적 체류 지위는 1년짜리 시한부 인생”

필자는 예멘 난민 여러 명을 만났다. 예멘 난민들이 말하는 현실은 한국 정부의 대처가 얼마나 터무니없는지를 보여 준다.

지난달 정부는 제주도에 입국한 예멘 난민들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대부분 ‘인도적 체류’ 지위를 부여했다. 정부는 예멘인들에게 ‘보호’를 제공한 것이라며 생색이다.

인도적 체류 지위를 받은 예멘 난민들은 출도 제한이 해제돼 제주도를 벗어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정부는 난민들에게 일자리, 주거, 생계비 어느 것도 지원해 주지 않는다. 전쟁통에서 간신히 탈출해 나온 이들에게 말도 통하지 않는 타국에서 자력갱생하라는 식이다.

예멘 난민들은 일자리가 가장 절실하다고 말한다. 일을 해서 번 돈을 예멘으로 보내 줘야 가족들이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어떠한 일자리 연계도 해 주지 않는다. 겨우겨우 얻은 일자리도 프레스 공장, 마늘 농장 등 대부분 한국인들이 기피하는 곳들이다.

예멘 난민들은 자발적 지원 단체나 개인들의 도움이 없으면 제주를 떠나 잠잘 곳조차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A는 난민 심사 과정이 결론을 미리 정해 놓고 인터뷰하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전쟁을 피해 왔고 절박해서 왔다는 말을 꺼내려 하면, [심사관이] 말을 끊어 버렸다. 이미 결론은 정해져 있었다. 이걸 노골적으로 티를 냈다. [예멘 난민 중] 한 명이라도 난민으로 인정하면 자기들[정부]에게 명분이 없어지니까 [그런 것 아니냐.]”

난민 불인정을 통보받으면 30일 안에 법무부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예멘 난민들은 대부분 이를 포기했다고 한다. “이미 결과가 다 정해져 있는데 싸워서 뭐 하나 하고 생각했다.”

A는 인도적 체류 지위(1년간의 체류만 허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시한부 인생이 1년 정도 연장된 것 같다. 1년 지나면 이제 너네 나라로 돌아가라고 내쳐 버릴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예멘에서 법학을 공부했다는 B는 고향에 두고 온 어린 두 딸의 사진을 보여 주며 너무 보고싶다고 말했다. 그는 군대에서(아마도 정부군인 듯하다) 탈영해서 수배가 내려졌다고 한다. B는 정부군이 이기든 반군이 이기든 수배가 해제되지 않을 거라 예멘으로는 영영 돌아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런데 인도적 체류 지위로는 가족들을 한국에 데려올 수 없다. 정부가 난민으로 인정해 주지 않으면 가족들과 영영 볼 수 없는 처지인 것이다.

ⓒ조승진

제주도에서 정부가 얼마나 인종차별적이었는지도 들을 수 있었다.

C는 예멘에서 수단, 카타르, 우크라이나를 거쳐 벨라루스로 갔다. 물가가 너무 비싸 생활하기가 어려워 몇 개월 뒤 말레이시아를 거쳐 제주도로 왔다. C는 제주도가 “도시인지 국가인지 섬인지도 모르고 왔다”고 했다. “제주도만 비자 없이 올 수 있었다.”

그런데 제주도에 도착한 C는 “호텔에만 머무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밖에 나가서 아이들 만지지 말고 아이들 보고 웃지 말라고 했다. 일할 수도, 공부할 수도 없다며 허가가 있을 때까지 호텔에 머무르라고만 했다.” C는 24일간 호텔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일을 하려고 했을 때, 출입국 사무소가 내민 선택지는 두 가지뿐이었다. 예멘에서 영어 교사였던 C는 평생 해 본 적 없는 식당 설거지와 농장 일만을 소개받았다.

C는 인도적 체류 지위에 대해 “1년간의 제한된 삶”을 받았다며, “1년 후에 다시 출입국에 가서 또 삶을 연장해야 하는 게 가장 힘들다” 하고 말했다.

정부는 난민들의 삶이 이토록 열악한데도, 난민 인정을 더 어렵고 까다롭게 할 난민법 개악을 추진 중이다. 이를 정당화하려고 난민들에게 ‘가짜’이며 ‘범죄자’라는 이미지를 덧씌우고 있다. 인종차별적 편견을 강화하는 위험한 일이다.

정부는 전쟁과 굶주림에서 벗어나 그저 안전한 삶을 찾아온 난민들에게 법적 난민 지위를 부여하고 실질적 지원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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