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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노동자들의 저항:
“죽도록 일해서 회사 살렸는데, 또 임금 깎이다니!”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는 사측의 기본급 동결, 상여금 월할 분할(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젊은층 노동자들의 임금 억제를 위한 조처) 압박에 반대해, 12월 3일부터 파업을 하고 있다.

7일과 10일에는 각각 전면 파업과 7시간 파업을 했다. 노조는 임금 4.1퍼센트 인상, 실적에 따라 호봉에 차등을 두는 제도 폐지(단일 호봉제), 인력 확충 등을 요구하고 있다.

대우조선 노동자들은 10월 중순에 치러진 노조 선거에서 구조조정에 맞선 투쟁과 원하청 연대를 공약한 좌파 지도부를 선출했다. 지난 4년간 정부와 사측의 구조조정 공세가 계속됐지만 이전 노조 지도부가 거듭 사측에 양보하며 고용·조건 후퇴를 막지 못한 데 대한 불만의 반영이다.

지난해에 대우조선이 6년 만에 적자에서 벗어 나고 올해에도 3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자, 노동자들의 자신감이 부분적으로 회복한 듯하다.

“죽도록 일해서 쓰러져 가는 회사를 정상화 시켰는데, 또 임금을 양보하라니 말이 됩니까” 12월 4일 파업 집회 ⓒ제공 대우조선노동조합

불균등성

한국 조선업은 올해 수주량 세계 1위를 달성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11월 현재 수주 잔량도 지난해 말보다 27.8퍼센트 증가했다. 그럼에도 그 규모는 조선업 경기가 바닥으로 추락하던 2016년 수준에 그친다. 아직 업황 회복을 말하기에 이른 데다, 조선업체들 사이에 불균등성도 크다.

성동조선, STX조선 등 중형 조선소들은 매각 추진과 무급휴직 등 혹독한 구조조정에 시달리고 있다. 조선업 ‘빅3’(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의 수주가 조금씩 늘고 있지만,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올해 1~3분기에도 수천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4분기 연속 적자를 본 삼성중공업은 최근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신청자가 사측 계획보다 적어 추가 인력 감축 가능성도 점쳐진다.

반면, 대우조선은 다른 업체들보다 실적이 좋다. 12월 10일에도 주력 선박인 LNG선을 수주해 올해 수주 목표치의 85퍼센트를 달성했다. 연말까지 목표치의 100퍼센트를 수주하면 영업이익이 1조 원가량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일감은 늘어나는데 인력은 대폭 줄어 일할 사람이 부족한 지경이다. 사측도 이 점을 고심하고 있다. 그래서 최근 대우조선 사장 정성립은 ‘매출이 회복된 만큼 추가 인력 감축은 불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주 채권단인 산업은행은 2016년에 마련한 자구안대로 ‘정규직 1000여 명을 더 줄여야 한다’고 밝혀 갈등을 빚고 있다.

이처럼 전반적 경기 침체기에도 산업·기업별로 불균등성이 있다. 그리고 특정 부문의 경기 회복은 해당 노동자들에게 싸울 자신감을 줄 수 있다. 정부와 사측이 콘크리트같이 견고하게 뭉치지 못하고 분열하는 상황도 투쟁의 기회가 될 수 있다.

터져 나오는 불만

파업 집회에서 만난 노동자들은 불만을 터뜨렸다. 대우조선이 흑자로 돌아섰지만, 엄청난 고통을 견디며 성과를 일군 주인공들은 정작 잔치에 초대받지 못하고 있다며 말이다.

“4년을 참았습니다. 3년 연속 기본급 동결, 임금·성과급 반납, 인력 감축. 고통이 말도 못 합니다. 그렇게 죽도록 일해서 쓰러져 가는 회사를 정상화시켰는데, 또 임금을 양보하라니 말이 됩니까? 도대체 우리가 무슨 죄입니까?”

“2014년 즈음과 비교하면 임금이 2000만 원가량 깎였습니다. 예전에 3명이 하던 일을 혼자 합니다.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어요. 회사는 오늘도 배를 수주했다고 합니다. 영업이익이 이미 7500억 원 이상 났다고 합니다. 이제는 우리가 희생한 대가를 줘야 합니다.”

“상여금이 월할 분할되면, 기본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3~10년차 조합원들이 피해를 봅니다. 지금은 400~500명 정도인데, 내년에는 그 수가 800명으로 늘어납니다. 열 받은 젊은 조합원들이 선거에서 강성 집행부를 지지했습니다. 파업에도 나오고 있고요.”

노조는 산업은행 앞에 농성장을 차리고 조합원 수백 명을 동원해 상경 집회도 했다. 문재인 정부와 산업은행이 돈줄을 꽉 쥐고 노동자들에게 희생을 전가하는 데 항의하기 위해서다.

대우조선은 산업은행이 대주주인 정부 소유 기업이므로 정부가 직접 인건비·인력·노동조건 등을 관장한다. 대우조선의 실적이 회복됐는데도 정부가 노동자들에게 희생을 계속 강요해 분노를 사고 있는 것이다.

신상기 대우조선지회 지회장은 말했다. “산업은행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책은행입니다. 그런데 하는 짓은 사채업자입니다. 사사건건 교섭을 방해하고 노동자들의 피를 빨려고 합니다. 문재인 정부도 이전 정부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정부 책임

대우조선과 중형 조선소들이 밀집해 있는 경남 지역에서 조선업을 “재건”하려면 정규직 노조가 임금·조건을 양보하는 대신 정부·지자체의 지원을 끌어내는 ‘대타협’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노동운동 내에도 있다.

그러나 위기에 책임이 없는 노동자들이 희생을 감내할 이유가 없다. 대우조선 노동자들이 임금·조건 개선을 위해 투쟁하는 것은 전적으로 옳다. 정부가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며 경제 위기 구조조정의 고통에서 노동자들을 구하는 데 돈을 쓰라고 요구해야 한다.

대우조선지회는 당분간 파업을 지속하고 2~3차 상경 투쟁도 이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지회장 등 간부 2명은 11일 공장 안 크레인에 올라 고공 농성을 시작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기층 노동자들의 대중적 투쟁을 확대하는 것이다.

“파업 대오가 수천 명씩 되는 건 아니에요. 아직 크지는 않죠. 그래도 조합원들이 맨날 양보만 하던 집행부를 갈아치웠고 젊은 조합원들이 투쟁에 나서고 있어요.”

대우조선 노조 투사들이 노동자들의 힘을 결집시키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 이런 긍정적 변화를 더 진척시킬 수 있길 바란다.

ⓒ제공 대우조선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