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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인력 감축, 노동자 고통 낳을:
대우조선 매각(인수합병) 중단하라

문재인 정부가 대우조선 매각에 팔을 걷어붙였다. 2월 12일 산업은행은 ‘현대중공업이 최종 인수 후보로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이제 최종 심사를 거쳐 3월 초에는 본계약을 체결하는 등 본격적인 절차에 착수한다.

대우조선은 1999년 대우그룹 부도 이후 지금까지 산업은행이 소유한 국유기업이다. 지난 20여 년간 몇 차례나 매각설이 제기되곤 했지만, 워낙 덩치가 큰 데다 조선업 위기까지 겹쳐 번번이 협상이 실패했다.

그런데 이번 매각 협상이 빠르게 추진되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들을 종합해 보면, 지난 몇 달간 정부와 금융위원회가 막후에서 현대중공업 사측과 직접 접촉하며 협상 조건, 방식, 정책 지원 등을 조율했다. 이 과정에서 애초 인수에 소극적이었던 현대중공업도 생각이 변해 온 듯하다.

실제로 정부가 현대중공업 측에 제시한 인수 조건은 가히 파격적이다. 현대중공업은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대우조선을 손에 넣게 된다. 산업은행은 현대중공업한테 인수대금을 받기는커녕 현대중공업그룹이 1대 주주인 통합지주회사에 현물출자하고 주식을 지급받기로 했다. 게다가 그 주식 가치는 2조 원 규모가 될 것이라고 하는데 이는 매우 헐값이다.(대우조선에 투입된 공적자금만 10조 원 이상 된다!)

시장 경쟁력

정부가 대우조선 매각에 이토록 공을 들인 이유는 조선산업의 시장 경쟁력을 위해 급진적인 기업 재편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번 매각은 한국 조선업을 빅3 체제(현대중공업, 대우조선, 삼성중공업)에서 빅2 체제로 재편하는 것으로, 박근혜 정부 시절부터 논의가 무성했는데 실제 추진은 문재인 정부가 하고 있다.

이번 매각-인수합병이 노리는 바는 명확하다. 세계 1위, 2위인 두 기업을 통합해 저가수주 경쟁을 줄이고, 인력‍·‍비용 절감으로 효율성을 높이고자 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 4월 발표한 ‘조선산업 발전방안’에서 대형조선소의 M&A(인수합병), 대우조선 매각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중국과 일본, 유럽 등의 경쟁국들이 기업 통폐합, 생산성 향상을 위한 구조조정 등으로 맹렬히 쫓아오고 있다면서 말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산업 구조조정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음을 다시 한 번 보여 준다. 정부는 지난해 연말 발표한 ‘자동차 부품산업 활력제고 방안’에서도 부품사들의 인수‍·‍합병(M&A) 등 구조조정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그리고 이런 산업 구조조정은 필연적으로 인력 구조조정, 임금‍·‍조건 하락 등을 동반한다. 산업 구조조정의 중요한 목적의 하나는 바로 노동자들을 해고하거나 더 효과적으로 쥐어짜 비용을 절감하는 데 있다. 법률적으로 봐도 매각은 ‘경영 정상화’를 위한 기업 회생 과정이므로, 이를 위한 끔찍한 노동자 희생이 전제되기 일쑤다.

인력 구조조정

산업은행장 이동걸은 “인위적 인력 감축은 없다”고 말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노동자들은 거의 없다.

당장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은 상선‍·‍플랜트‍·‍특수선 등 겹치는 사업분야가 많다. 인수합병 과정에서 설비 축소, 인력 감축, 전환 배치, 외주화 등이 추진될 수 있다. 예컨대, 수주가 바닥인 해양플랜트 부문이나 사무‍·‍연구직을 일부 통폐합하거나, 외주화‍·‍전환배치 등으로 유연성을 높이려는 공격이 벌어질 수 있다.

대우조선 노동자들은 지난해에 ‘이제 더는 못 빼앗긴다’며 임금 회복을 요구하는 투쟁에 나섰는데, 이런 열망이 짓밟히고 임금‍·‍조건 하락 압박을 받게 될 공산도 크다. 금호타이어가 지난해 더블스타에 매각됐을 때도, 고용을 3년 보장하는 대신 성과금 반납, 임금 3년 동결, 각종 복리후생 삭감‍·‍종결 등 끔찍한 희생이 강요된 바 있다.

이런 고통 전가에서 현대중공업 노동자들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현대중공업 특수선 부문 노동자들은 기술경쟁력이 더 뛰어난 대우조선으로 편입되거나 인력 감축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 몇 년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보듯, 현대중공업 사측은 애당초 자기 노동자들에 대한 신의 따위도 없다. 오히려 인수합병을 기회로 고용을 위협하면서 그동안 요구했던 임금‍·‍복지 삭감, 비정규직화와 외주화 확대 등을 밀어붙이려 할 수 있다.

이런 구조조정은 연관 산업과 지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대우조선은 지역의 여러 중소 협력업체들의 부품 공급에 의존하는데, 대규모 구조조정이 추진되면 협력업체 노동자‍·‍가족들의 생계도 위협을 받을 것이다.

설 연휴 직전에 전해진 청천벽력 같은 소식 지난해엔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올해는 대우조선 매각. 문재인 정부의 강력한 구조조정 정책이 또다시 노동자들을 고통에 내몰고 있다 ⓒ출처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

파업 결의

대우조선과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매각-인수합병 추진에 분노를 터뜨리는 것은 정당하다.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와 현대중공업지부는 반대 입장을 발표하고 투쟁을 예고했다. 대우조선지회는 2월 13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매각 반대 파업을 결의하고, 18~19일 이틀간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한다. 거제 지역의 노동사회단체들도 최근 대책위를 구성하고 투쟁 지원을 시작했다.

경제 위기 하에서 조선업 노동자들이 싸울 힘을 잃었다는 항간의 주장과 달리, 노동자들은 상당한 투쟁 잠재력이 있다. 특히 상선 수주가 늘어난 조건을 이용해 파업과 점거 등에 나선다면 정부와 사측에 타격을 가할 수 있다. 더구나 대우조선 노동자들은 지난해 하반기 양보교섭으로 일관하던 집행부를 좌파 집행부로 갈아치우고 파업에 나서는 등 조금씩 자신감을 회복해 왔다.

노동자들이 단호하게 싸운다면, 문재인 정부에 실망한 광범한 노동계급의 지지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지난 몇 달간 문재인 정부의 우경화에 대한 노동자들의 반감은 빠르게 확대돼 왔다. 1월 28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경사노위 참여 안건이 부결된 이유도 거기에 있다. 정부가 설 연휴를 앞두고 추진한 광주형 일자리, 대우조선 매각은 이런 노동자들의 불만을 더한층 자극하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

특히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는 이 투쟁을 단지 해당 노동자들이나 지역의 투쟁으로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경제 위기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돌리며 구조조정과 임금‍·‍조건 공격에 나선 상황에서, 책임감 있게 대정부 정치투쟁을 조직해 맞서야 한다.

일자리 보호 위해 영구 국유화하라

금속노조와 대우조선‍·‍현대중공업 노조는 올바르게 정부의 매각 방침에 반대한다.

다만, 노조 지도자들은 “일방적” 매각에 반대한다며 전제를 달고, 노조가 참여하는 ‘매각협의체 구성’ 등을 주장하고 있다. 대우조선지회 집행부는 이를 통한 “바람직한 매각”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어떤 방식으로든 매각은 구조조정을 동반하고 따라서 노동자들의 희생이 붙박이장처럼 따라붙는다. 더구나 이번 매각은 정부가 이윤에 눈 먼 민간자본에 기업을 팔아넘기는 것이다. 노동 친화적인 매각은 있을 수 없다. 노조가 매각 협상에 참여한다 해도 양보 압박만 받기 십상일 것이다.

노동운동은 매각 자체에 단호히 반대해야 한다. 그리고 노동자들의 일자리 보장을 위해 대우조선을 영구 국유화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대우조선은 이미 공적자금이 10조 원 넘게 들어간 정부 소유 기업이다. 이를 영구 국유화하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다. (정부의 결단을 강제해야 하는 문제가 있을 뿐이다.) 더구나 정부는 대우조선의 위기를 만든 책임도 져야 한다.

물론, 지금도 대우조선은 사실상 국유기업이 아닌가, 그런데도 노동자들이 끊임없는 구조조정에 시달리지 않았는가 하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실제로 지난 몇 년만 봐도, 노동자들은 대대적인 인력 감축(비정규직 해고 포함), 외주화, 연속된 기본급 동결, 임금‍·‍성과급 반납 등 끔찍한 고통에 시달렸다.

그러나 이런 현실은 국유화가 대안이 될 수 없음을 보여 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온전한 국유화, 영구 국유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 준다.

대우조선은 1999년 법정관리 때부터 지금까지 ‘일시 국유화’ 상태였다. 이 기업의 경영 목표에는 항상 매각이라는 과제가 최우선으로 부여됐고, 이를 위해 수익성을 높이려면 노동자들이 희생해야 한다는 압력이 가해졌다.

이런 고통을 끝내기 위해서는 매각을 위한 ‘일시 국유화’가 아니라 온전한 국유화가 필요하다. 노동운동은 정부에게 대우조선을 영구 국유화해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보장하라고 요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