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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인상 파업에 나선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들

대우조선에서 파워 그라인더 노동자들(일명 파워공)이 2주째 파업을 벌이고 있다. 이 노동자들은 용접 후에 배 표면을 매끄럽게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조선소 일 중에서도 매우 힘들고 어려운 일로 알려져 있다.

노동자들은 대우조선 사측의 구조조정 속에서 임금이 대폭 삭감됐다. 대체로 20만 원이던 일당이 15만 원으로 깎였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임금을 인상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 노동자들은 퇴직금 적립 제도를 폐지하고 퇴직금을 별도로 지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일부 하청업체들은 일당에서 일부를 떼어 내 적립한 후 노동자가 퇴직할 때 퇴직금으로 지급했다. 게다가 1년 미만으로 일한 노동자들에게는 법적으로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유로 퇴직 적립금을 주지 않았다. 사실상 임금을 떼먹은 것이다.

대부분 조선소 하청 노동자들은 노조로 조직돼 있지 않다. 조선소 사용자들의 탄압과 심각한 고용 불안 속에서 조직화가 잘 안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들은 높은 불만 속에 자발적으로 파업에 나섰다. 2월 25일 순식간에 몇백 명이 파업에 돌입했다.

ⓒ제공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
ⓒ제공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

이 투쟁에 함께하고 있는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김동성 지회장은 투쟁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생생하게 전했다.

“처음에는 투쟁 계획을 논의하면서 우리가 노동자들에게 공장 문 앞에서 하는 홍보전을 조심스럽게 꺼냈어요. 그런데 노동자들이 ‘기왕 할 거 공장 안에서 합시다’라고 했어요. 그 후 대우조선 서문 안 삼거리에서 매일 한 200명이 모여서 출근 홍보전을 했어요. 얼마 전에는 최대 350명 가까이 모이기도 했어요.”

“그러다 어느 날 ‘야, 이거 우리 그냥 잠깐 행진을 해 보자’ 그랬죠. 한 200명이 정규직노조가 제공한 방송차를 앞세우고 행진을 했어요. 현수막 10개 정도를 들고 도로를 점거하고 쭉 간 거예요. 그렇게 하고 공장 밖에 있는 공원에 모여서 집회하고 토론도 했죠.”

“또, ‘도로로 행진하는 것도 좋은데, 작업 현장을 관통해서 가자’는 말이 나왔어요. 그러면 동료들을 만나게 되니까. 그렇게 행진해서 대우조선에서 가장 큰 1도크에 갔어요. 1도크에는 파워공이 굉장히 많거든요. 도크 사이드라고 도크 입구에 쭉 서서 홍보전을 했어요.”

이를 본 노동자들의 호응이 좋았다고 한다.

“분위기가 상당해요. 행진을 보는 노동자들이 손도 흔들어 주고 호응이 굉장히 좋습니다. 특히, 파업 때문에 연관 작업자들이 피해 본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다들 잘한다고 한답니다.”

노동자들의 투쟁은 다른 하청 노동자들도 고무하고 있다.

“다른 일을 하는 하청 노동자들 중 일부가 ‘우리도 임금인상 요구하고 작업 거부하겠다’라고 말하고 있답니다.”

노동자들이 이렇게 투쟁을 벌이고 있는데도, 노동자들이 속한 업체들은 각개격파를 시도하고 있다.

“어떤 업체는 2만 원을 인상하겠지만, 복귀하지 않으면 해고할 거라고 협박했습니다. 어떤 업체는 단계별 인상을 제시했습니다. 이런 거에 넘어가면 안 됩니다. 개별적으로 약속 받으면 나중에 임금이 또 깎이고 다른 업체는 안 올라갈 수 있어요. 공동으로 싸우고 공동으로 타결해야 합니다.”

크게 보면, 박근혜 퇴진 운동의 여파 속에서 지난해 대우조선에서 투쟁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대우조선의 식당 노동자들이 노조(금속노조 웰리브지회)를 결성하고 파업을 벌여 성과를 얻었다. 또, 정규직 노동자들도 오랜만에 좌파 집행부를 선출하고, 지금도 매각에 맞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들의 파업은 이런 투쟁의 분위기와 맞물려서 벌어지고 있다.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가 2017년 출범한 후 계속 현장에서 선전전을 진행해서 하청 노조가 생겼다는 인식이 생겼습니다. 하청 노동자들은 ‘저렇게 해도 되는구나’하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리고 웰리브지회의 파업을 봤을 것이고, 정규직 노동자들이 매각으로 들썩거리는 모습을 봤을 겁니다.”

최근 대우조선 매각으로 하청 노동자들의 고용도 더 불안해졌다. 그런데도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선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한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보면서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모습에서 힘도 받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노동자들은 위축되지 않고 오히려 투쟁에 나선 것이다. 이 투쟁은 조선업 불황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려는 시도에 맞선 정당한 투쟁이다.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 파업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

ⓒ제공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제공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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