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황리에 치러진 좌파 토론회:
경사노위 참여 반대를 투쟁 건설로 연결시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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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 참가에 반대하고 문재인의 노동 개악을 저지할 투쟁을 적극 건설하자는 토론회가 1월 13일(일) 성황리에 열렸다.
“2019년 정세전망 문재인 정부와 노동운동의 과제 : 경사노위 참가 말고 투쟁 건설로”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 토론회는 노동당, 노동자연대, 노동전선, 사회변혁노동자당 등 좌파 단체들과 금속과 공공 부문의 현장 좌파 활동가 모임 등 23곳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토론회가 열린 민주노총 13층 대회의실은 각 지역과 부문, 단체에서 온 110명가량의 활동가들로 입추의 여지 없이 들어찼다. 의자가 부족해 자리를 새로 마련하느라 시작이 늦어질 정도였다. 토론 분위기도 시종일관 진지했고 중간에 자리를 뜨는 사람들도 거의 없었다.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서 문재인 정부가 친기업·반노동 기조와 개악 공세를 노골화하고 있다. 노동계 교란도 시도한다. 이에 발 맞춰 민주노총 정기대의원대회에는 경사노위 참가 안건이 올라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사노위 참가를 거부하고 노동 개악에 맞선 대중 투쟁을 건설하자는 좌파 공동 토론회가 성황리에 열린 것은 그 출발로서 고무적인 일이다.
노동계 지도자들 다수가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면 우파가 강화된다며 그동안 개악에 맞서고 투쟁을 보편화하는 일에 소홀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14일 아침에는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비밀리에 청와대 김수현 정책실장을 만난 게 알려졌다.)
이날 토론회의 주된 초점은 28일 민주노총 정기대의원대회에서 경사노위 참가 안건 부결을 위한 노력을 다각도로 하고 이를 대중 투쟁을 설득하는 기회로 삼자는 것이었다.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현재 고(故) 김용균 씨 사망 항의 운동이 정규직화 같은 계급 문제를 제기하며 더 강화돼야 한다는 공감대도 확인됐다. 1월 19일 전국노동자대회 참가도 물론 강조됐다.
김형계 노동전선 대표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는 양동규 민주노총 부위원장, 김하영 노동자연대 운영위원, 이승철 사회변혁노동자당 활동가(전 민주노총 사무부총장)이 발제자로 나섰다.
발제에서는 현재의 경제·정치 상황, 문재인 개혁의 성격, 경사노위의 성격, 향후 실천 과제들이 다뤄졌다.
사전에 조직된 특별 발언 시간에는 이인근 금속노조 콜트콜텍 지회장과 김수억 기아차 비정규직 지회장이 발언했다. 이인근 지회장은 “경사노위 참여 반대만이 아니라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노동악법을 철폐시키는 투쟁을 조직하는 원년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대법원 판례(흥국생명)로, 사측이 미래의 경영 위기를 대비해 정리해고하는 것이 ‘합법’으로 인정돼 노동자들의 목을 죄어 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김수억 기아차 비정규직지회장은 1월 19일 전국노동자대회에 맞춰 18일부터 1박2일로 비정규직 투쟁을 할 것이고, 구의역에서 청와대로 가는 행진 계획도 있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어 진행된 자유 토론에서는 1월 28일 민주노총 정기대의원대회에서 경사노위 참가 안건을 어떻게 저지시킬 것인지, 경사노위 반대를 어떻게 투쟁과 연결시킬 것인지 등이 토론됐다. 경사노위는 노동 개악을 관철하려는 수단이라는 것에 참가자 모두 이견이 없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태도
발제자들은 문재인의 정책 방향은 노동 개악 관철이라고 지적했고, 올해 경제 상황 악화 때문에 노동시간 유연화, 임금 삭감, 구조조정 등 반(反)노동 공세가 더 강화될 것으로 봤다.
양동규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던진 개악 내용은 최저임금 결정 구조, 탄력근로제, 직무급제, 광주형 일자리 확대, 규제 완화, 국민연금 개악까지 박근혜 정권도 하지 못한 ‘노동 개악 종합 패키지 세트’”라고 말했다.
김하영 노동자연대 운영위원은 문재인 개혁(개악)의 성격을 경제·지정학적 상황과 연결지어 폭넓게 설명했다.
“주로 미국과 중국으로의 수출에 크게 의존해 온 한국 경제는 미국 경제와 중국 경제 모두의 둔화, 중·미 간 무역 갈등의 심화 등으로부터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성장률이 둔화하고 고용 상황이 악화한 데다 경제 전망이 어두워지자 문재인은 지난 몇 달간 친기업 행보를 더 노골화했다. … 문재인 정부의 (말이 아니라) 실천은 기업 투자를 지원하는 것이다. [이처럼 문재인 개혁의 성격은] 한국 자본주의를 효율화하는 개혁일 뿐이다. 노동자들에게 만족할 만한 개혁을 제공하기도 어렵고, 그럴 의지도 없다. 따라서 문재인은 괜찮고 경제 관료만이 문제라는 생각은 순진한 것이다. … 경사노위는 대화 테이블에 앉혀 양보를 강요하려는 것이다.”
경사노위를 둘러싼 쟁점을 중심으로 발제한 이승철 변혁당 활동가(전 민주노총 사무부총장)도 노동 유연화 공세가 거세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경사노위의] 개문발차 직후부터 고압적 태도를 보이는데 노동 정책들이 매우 반노동적이다. 거의 박근혜 수준이다. 이 내용을 수용할 의지 없으면 대화할 게 없다는 태도다. 노동시간과 임금이 경사노위의 핵심 목표가 될 것이다. 재벌의 이윤 보장을 위한 법제도 개악 과정에서 노동의 양보를 제도적으로 더 보장받기 위한 경사노위 활용 목적을 점점 더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여기에 제 발로 들어가자는 주장은, 미련하거나 혹은 투항하려는 것이거나 둘 중 하나다.”
발제자들은 민주노총 집행부의 경사노위 참가 의지가 현재 필요한 투쟁 건설에 족쇄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양동규 부위원장은 지난해 투쟁을 비판적으로 돌아봤다.
“연초부터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악이 있어 이를 저지해야 했는데 교섭과 투쟁의 병행 기조 하에서 사회적 대화 재개에 방점을 찍고 1년을 보냈다. … 대통령 면담에 들어갔다 나왔다가 하면서 시간을 다 보냈다. … 최저임금, 비정규직 투쟁, 잡월드 투쟁 등 공공부문 정규직화 투쟁, 김용균 씨 투쟁, 전교조, 특수고용, 지엠과 조선소 구조조정 투쟁 등이 있었다. 이를 총투쟁 전선으로 민주노총이 받아 안았다면 상당한 투쟁 전개가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도부는 투쟁 동력을 보지 않고 경사노위 참가하지 않고는 얻지 못한다는 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다.”
최근까지 민주노총 집행부로 일했던 이승철 활동가도 지도부의 태도를 비판했다.
“민주노총 집행부는 자신감이 있다. 정부에 대한 지지가 곧 [정부와 협력하려는] 자신들에 대한 지지라 보고 내용 토론은 잘 하지 않으려 할 것 같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이 현안 투쟁과 경사노위 논의를 분리하려는 태도다. 같은 정부를 두고 각각의 문제에서 다르게 보자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 현안 문제 해결 없이 경사노위에서 해결해 보자는 것은 [기층의] 자발적, 원칙적 투쟁을 가로막고 있다.”
김하영 운영위원은 우파의 위협을 핑계로 문재인 비판을 유보하는 태도를 비판했다.
“[최근] 우파 정당이 반사 이익을 얻자 우파로부터 문재인 정부를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러나 애초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 진보 염원을 배신한 탓이므로 이런 주장은 대중을 [노동 개악 공세 앞에서] 무장해제시키자는 것이다. 노동운동은 문재인을 유보 없이 비판해야 하고 아래로부터의 투쟁에 매진해야 한다. 대안 없이 반대 투쟁만 한 것이 문제라고 하는데 투쟁이 불충분한 게 문제였지, 투쟁을 해서 문제였던 게 아니다.”
각자 강조점은 조금씩 달랐지만, 발제자들 모두 경사노위 참가 대신 대중 투쟁을 건설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양동규 부위원장은 1월 28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투쟁 계획을 통과시키는 것을 강조했다. 그리고 1월 19일 전국노동자대회 후 중집 일부가 주최하는 대의원 토론회에 참가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승철 활동가는 발제를 경사노위에 천착해서 하겠다고 한 만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의 경사노위 안건 부결을 위한 대의원·조합원 교육을 강조했다. 지역별·산업별 대의원 모임도 하자고 했고, 이런 모임에 좌파들도 불러 달라고 호소했다. 민주노총 대의원 설득을 위한 여러 방법들도 제안했다. 단위사업장들의 현안과 경사노위 쟁점이 연결돼 있음을 설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하영 운영위원도 현장 토론과 설득 과정의 의의를 강조했다. “[경사노위 참가가] 단위 사업장에서 양보를 강요하는 것과 연결돼 있음을 보여 줌으로써 기층의 투쟁 활성화에 도움을 주자는 것이다.”
또 김하영 운영위원은 투쟁의 전진을 위한 좌파의 과제로 몇 가지를 제시했다. 문재인 정부와의 협력주의에 반대해 대안 내놓기, 일자리 방어를 위한 재정 지출 요구, 비정규직에 대한 일관된 방어와 정규직 노동조건 방어를 결합해 단결 추구하기, 여성·성소수자·이주노동자·난민 등 차별받는 사람들과의 연대, 총선에서 좌파가 공동 선거 대안 내놓기 등.
대의원대회
자유 토론에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다. 참가자들이 발언 하나하나를 주의 깊게 듣고 반응하는 모습들이 인상적이었다.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 신학기를 앞두고 해고된 대학 강사 노동자, 이주노동자와의 연대를 고민하는 건설 노동자, 전교조 교사 노동자 등이 발언했다. 다들 민주노총 집행부의 어정쩡한 태도에 대한 불만과 답답함을 드러냈다. 좌파의 과제에 대한 고민들도 나왔다.
경사노위 참가 반대를 대중적인 노동 개악 저지 투쟁으로 연결시키자고 주장한 조합원들은 이를 위해 좌파들의 협력이 강화되길 바랐다. 사실 이날 토론회의 성공 자체가 그런 관심과 바람을 보여 준 것이기도 할 것이다.
발언하지 않은 참가자들도 현장 토론을 어떻게 조직할지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토론회 말미에 사회자인 김형계 노동전선 대표도 현장에서 토론들을 많이 조직하는 게 필요하다며 오늘 발제로 나선 활동가들도 많이 불러서 활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하영 운영위원은 좌파 공동 입장문이 세 차례나 나왔으므로 이런 문서들도 대의원들을 만날 때 활용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한편,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경사노위 참가 안건을 어떻게 막아낼지는 논쟁이 됐다. 일부 활동가들은 대의원들을 설득해 대의원대회에서 부결시키자는 발제자의 주장이 미흡하다고 주장했다. 토론과 설득을 과제 회피인 듯 보는 일부 주장들에는 [노사정위 복귀가 쟁점이 된] 2005년 대의원대회 때처럼 물리력을 써서라도 막아야 한다는 함축이 담겨 있었다. 아예 김명환 퇴진을 내걸자는 의견도 나왔다.
이에 대해서는 김하영 노동자연대 운영위원이 정리 발언에서 답했다.
“경사노위 불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문재인의 노동개악을 좌절시키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고, 경사노위 불참 선언을 투쟁 건설로 이어가려면 대의원들의 동의를 받아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대의원대회에서 부결을 위한 물리력 동원은 효과적이지 못할 것이다. 한 발언자 말대로 [활동가들에게] 패배주의가 있다면 물리력 동원 방식은 더 설득력을 갖지 못할 것이다. 1998년 정리해고 합의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부결시킨 것도 물리력이 아니었다. 현장 대의원들의 분노가 엄청나서 공개 거수 투표로 [민주노총] 지도부 불신임안이 통과된 것이다. 그 이후 들어선 지도부가 총파업을 제대로 조직하지 않은 것이 진짜 문제다. 지도부가 이런 일을 벌일 때 기층에서 좌파들이 투쟁을 조직해 낼 역량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끝으로 양동규 부위원장은 대의원대회에서 투쟁 계획도 통과시켜야 한다고 호소했다.
“노동계급 자신의 힘을 잘 알아야 한다. 박근혜 퇴진까지 이끈 힘을 신뢰해야 한다. 지난해 분출한 투쟁의 양상들을 모아내지 못한 것을 반성하면서 … 이번 대의원대회를 힘 있게 치러야 한다. 대의원대회 사업 계획을 보면 최저임금 개악 등에 맞선 총력 투쟁, 총파업이 있는데, 대화 기조라면 이런 계획이 빠져야 맞을 텐데 들어 있다. 집행부의 처지를 보여 준다. 실질적 계획으로 만들도록 대의원대회에서 노력해야 한다.”
[연서명] 민주노총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불참과 대정부 투쟁 결의 연서명에 동참해 주십시오
※ 민주노총 대의원·현장간부(와 조합원) 연명을 받아 1월 28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때 발표합니다. 연명 마감은 1월 26일(토) 저녁 6시까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