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정세와 사회적 대화 어떻게 볼 것인가?’ 민주노총 활동가 토론회:
“경사노위 불참과 투쟁 결의를 다지는 대의원대회가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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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9일 서울 용산 철도회관에서 ‘2019년 정세와 사회적 대화 어떻게 볼 것인가?’ 민주노총 활동가 토론회가 열렸다. 1월 28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다뤄질 경사노위 참여 안건을 두고, 민주노총 내 활동가들이 모여 토론하는 자리였다.
한 주 앞서 1월 13일에 열린 좌파 토론회에도 110명가량이 참가해 이 문제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여 준 바 있다. 19일 토론회에도 활동가 100여 명이 토론회장을 가득 채웠다. 토론회를 제안한 민주노총 경북·충북·충남·전북·대구 본부장도 참석했다.
임순광 비정규교수노조 위원장의 사회로 열린 이번 토론회에서는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과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 김덕종 민주노총 제주본부장이 발표했다. 세 연사는 모두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에 부정적인 입장이었지만, 13일에 열린 좌파 토론회의 연사들처럼 선명한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은 김덕종 본부장뿐이었다.
먼저, 민주노총 이상진 부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개혁 역주행 속에서 경사노위에 참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사회적 대화에는 주어진 상황과 맥락, 취지에 따라 참여할 수도 있고 참여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영삼 정권에서는 노동을 들러리로 세우는 사회적 대화를 추진했으므로 반대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경사노위 참여 논의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 노동 정책 후퇴와 개혁 역주행 흐름 속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최임 개악, 탄력근로제 확대 시도뿐 아니라 규제프리존처럼 박근혜 정권에서도 통과시키지 못한 규제 완화법, 제주 영리병원 등 역주행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불가피하지만 싸워야 할 시기입니다.”
금속노조 김호규 위원장은 조건부 불참 입장을 밝혔다.
“금속노조는 지난 12월 중집에서 경사노위 참여에 대한 입장을 정리한 바 있습니다. 적어도 네 가지 문제, 즉 탄력근로제 개악 철회, 최저임금제도 개악 철회, 노조법 개악 철회 및 ILO 핵심협약 비준, 노정교섭 정례화 정도가 균형감 있게 정리되지 않으면 경사노위 참여는 부적절하다 하는 것입니다. 이런 의견을 민주노총에도 서면으로 제출한 바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경사노위 참여는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면서도 정부와의 사회적 대화는 여전히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금 금속노조에서 제일 중요한 문제는 구조조정 문제입니다. 금속노조는 노동 주도의 산업 정책 전환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금속노조는 [정부와] ‘자동차산업 노사정 포럼’을 하기로 약속한 바가 있습니다. 사회적 합의까지는 아니지만 서로간의 신뢰를 쌓아가는 출발점으로서 이걸 만들어 갈 생각은 있습니다.”
김덕종 민주노총 제주본부장은 가장 선명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제 발제문 제목이 이겁니다. ‘달라 보이지도 않는 사회적 대화, 경사노위 참여는 권력의 품에 백기투항하는 꼴이다.’ 문재인 정권이 얘기하는 노동존중 사회의 실상이 어땠습니까. 촛불의 민의와 멀어져 가는 정권의 질주를 지난 한 해 봤습니다. 최저임금 개악을 지켜봤습니다. 노사정대표자회의를 가동했지만 노동계의 요구는 철저히 묵살당했습니다.
“민주노총 제주본부는 영리병원 저지 투쟁에 총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원희룡의 개인적 일탈입니까? 지금 문재인 정권이 신자유주의 정책을 노골화하고 있습니다. 규제프리존법 등 박근혜 정권에서도 못 한 걸 문재인 정부가 막 해 제끼고 있습니다.
“며칠 전 문재인이 기업총수들 만나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기업 활력을 제고하고, 장애가 되는 규제를 혁파하는 데 적극적 의지를 갖고 있음을 확인하고 믿음을 가질 수 있는 자리로 기억되길 바란다.’ 이런 상황에서 경사노위, 사회적 대회는 사회적 명분 쌓기에 불과합니다. 또다시 속을 것입니까? 투쟁을 조직해야 할 때입니다.”
조건부 참여, 사회적 대화 활용론
청중토론 시간에는 조합원, 활동가 10명이 발언을 했다. 먼저 금속노조 위원장의 조건부 참여 입장과 사회적 대화 활용론에 대한 질문과 반대 의견이 여럿 제기됐다.
“조건부 참여론은 사실 김명환 위원장이 얘기하던 겁니다. 문재인 정부가 그거 다 무시하고 개악을 밀어붙이고 있는데 김명환 위원장은 계속 참여하겠다는 거 아닙니까. 정부가 너무 명백하게 보여 주고 있는데 ‘조건부 참여’ 수정안을 내는 건 우리 측의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습니다.”(김우용, 민주노총 대의원, 금속노조 조합원)
“요즘은 상대적으로 보수적이라는 ILO 내에서도 ‘사회적 협약은 유효하지 않다’고 지적하는 것을 고려해 보면 ‘자동차 산업 노사정 포럼’ 참여도 숙고해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김어진, 비정규교수노조 조합원)
“조합원들이 지도부의 투쟁 의지를 의심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총력 투쟁은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닙니다. 산별 연맹들이 침묵해선 안 되고 경사노위 참여 반대 입장과 투쟁 계획을 내놔야 합니다. 그러려면 경사노위 참여 안건이 완전히 부결되도록 힘써야 합니다.”(박태현, 전교조 조합원)
“업종별, 지역별 사회적 대화도 대안이 되기 어렵습니다. 보건의료노조의 표준임금제 합의, 잡월드 투쟁 당시 경사노위의 중재, ‘좋은 자회사’ 방안에 대한 노정협의 등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건 모두 노동자들에게 유리한 게 아닙니다. 지난해에 정부가 구조조정 특위를 거부한 것은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겁니다. 우리는 구조조정에 반대해야지 다른 ‘구조조정안’을 내놓으려 해서는 안 됩니다. 업종별 위원회에도 참여하지 말아야 합니다.”(김현옥, 민주노총 대의원, 전교조 조합원)
“저는 노동조합의 교섭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그러데 교섭이 잘 되려면 회사보다 세력관계에서 우위에 있어야 합니다. 각종 분열책을 이겨내고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줘야 하고 그러려면 노조 활동가들이 회사와 정부의 문제점을 끊임없이 제기해야 합니다. 세력관계에서 우위를 만드는 것이 먼저입니다.”(권준모, 현대중공업 조합원)
2015년 공무원연금 개악 당시의 경험을 돌아보며 ‘사회적 대화’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조합원들도 있었다.
“김명환 위원장은 경사노위에서 이뤄지는 국민연금 논의에 민주노총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런데 2015년 공무원연금 개악 때를 돌아보면 당시 ‘대타협기구’는 연금을 얼마나 삭감할지 논의하는 기구였을 뿐입니다. 지금도 정부는 국민연금 더 내거나 덜 받으라고 하고 있습니다. 이걸 경사노위 연금특위에서 논의하겠다는 건데 결국 타협과 양보만 강요받을 가능성이 큽니다.”(양윤석, 공무원노조 조합원)
기층 분위기를 전하며 투쟁 조직에 힘을 쏟자는 의견도 많았다.
“얼마 전 〈한겨레〉 김영희 논설위원이 ‘투쟁 조직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 것 같은데 정신승리에 가깝다’고 했습니다. 저는 이게 민주노총에 대한 친문 세력의 조롱이라고 느꼈습니다. 이번 민주노총 대의원 대회는 우리가 이런 조롱을 지켜보고 있을 것인가, 아니면 투쟁의 대안을 보여 줄 것인가 하는 선택의 장이기도 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층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문재인에 기대 걸었던 강사들도 분노하고 투쟁 나서겠다는 얘기 많습니다.”(김어진, 비정규교수노조 조합원)
“우리는 싸울 수 있습니다. 민주노총 조합원이 100만 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구조조정으로 금속노조가 일자리 학살을 당했다는데도 조합원이 18만 명으로 늘었습니다. 잡월드 노동자들이 점거파업 할 거라고 예상했습니까? 민주노총 가입하는 노동자들, 저기 들어가면 내 삶을 지킬 수 있겠구나 해서 들어온 겁니다. 금속노조에서 조합원 많이 늘어난 곳이 자동차 부품사, 모비스 같은 곳입니다. 모비스가 한 시간 라인 서면 기아차 공장도 섭니다. 같이 파업해서 싸울 수 있고 잘 싸우면 노동조합도 성장할 수 있습니다.”(김우용, 민주노총 대의원, 금속노조 조합원)
13일 토론회에 이어 이번에도 청중 중 일부는 단상 점거 등 물리력으로 대의원대회를 무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거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임순광 비정규교수노조 위원장과 김형계 노동전선 대표는 토론을 마치며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전까지 활동가들이 이런 토론을 확산시키고 각급 노동조합에서 참여 반대 입장을 내도록 조직하자고 호소했다.
[연서명] 민주노총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불참과 대정부 투쟁 결의 연서명에 동참해 주십시오
※ 민주노총 대의원·현장간부(와 조합원) 연명을 받아 1월 28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때 발표합니다. 연명 마감은 1월 26일(토) 저녁 6시까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