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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북·미 정상회담 앞에 놓인 전망

김영철 북한 조선로동당 부위원장의 워싱턴 방문을 계기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가시화됐다. 김영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최측근으로,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들고 워싱턴에 가 미국 대통령 트럼프를 만났다.

백악관은 트럼프가 “2월 말에” 김 위원장을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로선, 정상회담 장소는 베트남이 유력하다.

싱가포르에 이어 베트남이 정상회담 장소로 거론되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두 국가 모두 미국이 동남아시아에서 중국을 포위·견제하는 데 교두보로 삼고 있는 곳이다. 동시에 북한의 거부감이 덜하거나 없는 곳이기도 하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 ⓒ제공 싱가포르 정보통신부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북·미 관계는 탄탄대로를 달릴 듯했다. 그러나 지난해 후반부 내내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트럼프 정부는 6월 합의를 금세 망각한 듯, 북한에게 비핵화 조처를 일방으로 단행하라고 압박했다. 그 와중에 미국의 대북 제재는 되레 강화됐다.

교착 상태였던 협상이 최근 급물살을 타게 된 데는 미국 국내정치 상황과 관련 있는 듯하다. 트럼프 정부와 민주당의 갈등 속에 셧다운(연방정부 폐쇄)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러시아 게이트’와 뮬러 특검도 트럼프를 계속 괴롭히는 문제다. 그 와중에 트럼프는 미·중 무역협상과 2차 북·미 정상회담 카드를 꺼내 들었다.

미국과 북한은 여전히 2차 회담에서 합의할 세부사항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물론 다음달 김정은과 트럼프가 마주보며 악수를 나눌 공산은 커졌다. 그럼에도 진정한 문제는 그다음에 벌어질 일일 것이다.

국제 정세

미국 권력층 다수는 여전히 2차 북·미 정상회담이 탐탁지 않다. 1월 18일 〈워싱턴 포스트〉는 사설에서 트럼프를 믿을 수 없으니, 국무장관 폼페이오 같은 참모들이 2차 회담에서 그가 “무모한 행동”을 하지 않게 말려야 한다고 썼다. 21일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새롭지도 않은 북한 미사일 기지 문제를 새로운 문제인 것처럼 제기했다.

한국 우파들도 김정은과 트럼프의 만남이 싫다. 물론 미국 주류나 한국 우파들이 가리키는 방향은 퇴행적이며 심지어 위험하기까지 하다. 지난 30년 동안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대북 압박·고립 시도는 ‘북핵 문제’를 악화시키는 결과만 낳았다.

그럼에도 2차 북·미 정상회담으로 가는 길이 꽃길은 아니다. 회담 테이블을 둘러싼 국제 정세가 매우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비록 3개월 휴전을 설정하고 미국과 중국이 협상에 들어갔으나, 두 거인들의 무역 전쟁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게 분명하다. 미국은 대중국 무역 적자를 해결하는 것뿐 아니라, 중국이 미국 패권에 도전할 만한 역량을 갖추지 못하게 억제하고 싶어 한다.

지난해 11월 〈파이낸셜 타임스〉 수석 칼럼니스트 기디언 래치먼은 양국의 점증하는 군사적 긴장 때문에라도 미·중의 무역 전쟁 휴전이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월 3일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은 대만은 중국의 일부이며 필요하다면 무력 사용도 불사하겠다고 천명했다. 트럼프 정부의 대만 지원 강화에 대한 경고였다. 그러자 18일 미국 해군참모총장은 앞으로 미군 항공모함이 대만해협을 통과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이 와중에 일본은 중국을 견제하고자 대대적인 군비 증강과 함께 항공모함 도입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동아시아에서 제국주의적 경쟁이 악화하는 것은 북·미 대화의 중장기적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대만해협, 남중국해에서 미국과 중국이 대립하는 상황은 한반도도 비켜갈 수 없다.

트럼프 정부 하에서도 미국은 북한 ‘위협’을 과장해 자국의 동아시아 정책에 이용한다. 1월 17일에 나온 미국 국방부의 새 미사일방어보고서는 북한을 “불량 국가”로 다시 지목하며, 불량 국가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미사일방어계획 추진과 그것을 위한 동맹 강화를 합리화했다. 이날은 트럼프가 김영철을 백악관에서 만나기 하루 전이었다.

테이블 안에서는

시선을 회담 테이블 안으로 돌려도 난관이 많아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주류 언론에서는 미국과 북한 간에 “빅딜”이나 “스몰딜”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북한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폐기하거나 반출하면 미국은 제재를 완화한다는 등의 거래 조건이 언급된다. 보도 내용이 다 일치하진 않지만, 미국과 북한이 단계적 문제 해결을 시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가 이번 회담의 목표를 어떻게 설정하고 있는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미국이 북한 핵·미사일 능력 동결에 일차적으로 만족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하지만, 여전히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북한 비핵화(FFVD)”가 정부 공식 발표에 나온다.

그리고 지난 30년의 경험을 돌아보건대, 단계적 접근 방법이 처음 있는 일도 아니며 역진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합의 이행의 “검증”을 어떻게 할지는 이번에도 최대 쟁점이 될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밝혔듯이, 북한은 비핵화 (초기) 조처에 상응해 미국이 제재를 완화해 주기를 원한다. 종전선언은 그보다는 부차적인 목표인 듯하다. 적어도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미국이 용인해 줬으면 하는 듯하다.

그러나 17일 한·미 워킹그룹회의에서 미국은 기업인 개성공단 방북을 가로막았다. 트럼프 정부는 먼저 북한이 많은 것을 내놓기를 원한다.

지난해 미국이 협상 과정에서 북한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이자, 중국을 끌어들인 다자 협상으로 판을 키우자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그러나 과거 6자회담이 열렸던 10여 년 전에 견줘 동아시아 강대국 간 관계가 더 험악해졌음을 감안하면, 그들을 한데 모으는 것이 해법은 못 된다.

외교를 통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현존 제국주의 질서 속에서 그 질서와의 평화 공존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강대국 간 경쟁이 지배하는 제국주의 세계 질서는 그 자체로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어떤 메시지를 줄지 모르겠지만, 거기에 항구적 평화의 희망을 걸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