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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2019년 정기대의원대회:
경사노위 불참하고 투쟁하자는 주장이 상당한 지지를 얻다

1월 28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 참여가 또다시 무산됐다. 김명환 집행부는 “(경사노위 참여 외에) 플랜B는 없다”며 강한 의지를 표명했지만, 뜻을 관철하지 못했다. 지난해 10월 정책대의원대회 유회에 이어 두 번째다.

1월 28일 오후 서울 KBS아레나홀에서 ‘민주노총 67차 정기 대의원대회’가 열리고 있다. ⓒ이미진

이번 결과는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의 우경화와 반노동 공세 속에 노동자들의 불만이 커져 온 것이 반영된 것이다. 최저임금 개악, 탄력근로제 확대 개악, 노동기본권 후퇴, 민영화와 규제 완화, 광주형 일자리 추진 등 친기업 정책은 많은 노동자들의 분노를 샀다. 고 김용균 씨의 비극적 죽음을 부른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도 제대로 해결되지 않아 대중적 공분을 키웠다.

1월 25일 경사노위 산하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이하 노사관계개선위)에 제출된 공익위원 안은 이런 불만을 증폭시켰다. 사용자들이 줄곧 요구해 온 대체근로 허용, 유니온숍 폐지, 노조 측의 부당노동행위 신설, 사업장 내 쟁의 규제 등으로 파업권을 크게 제약하고 노조를 약화시킬 개악안을 내놨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이 대의원대회에서 경사노위 참여 건을 다루던 바로 그날, 이 개악안에 반발해 한국노총조차 경사노위 참가를 잠정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지금은 대화가 아니라 개악을 막기 위해 싸워야 할 때’라는 주장이 강력하게 제기됐다. 좌파 활동가들이 이런 흐름을 주도했다. 1월 28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장소는 대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경사노위 불참과 대정부 투쟁을 촉구하는 목소리로 뜨겁게 달궈졌다. 노동자연대, 노동전선, 노동당, 사회변혁노동자당, 공공운수현장활동가회의, 금속활동가모임, 실천하는 공무원현장조직 등 좌파들은 공동 주최로 집회를 열었다.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 앞서 1월 28이 오후 서울 KBS아레나홀 앞에서 경사노위 참가에 반대하는 현장 활동가들이 결의대회를 열고 “경사노위 참가가 아닌 투쟁 건설”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진

집회의 첫 발언에서 김형계 노동전선 대표는 “경사노위는 자본과 정권이 친 덫에 불과하다” 하고 규탄했다. “문재인은 기업 성장, 노조 파괴, 자본의 자유를 무한으로 열어 주는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경사노위에 참여하게 되면 경사노위만 바라보다가 오히려 노동악법을 막을 수 없는 조건에 처할 수밖에 없다. 오늘 대의원대회를 경사노위 불참하고 투쟁을 결의하는 자리로 만들자!” 김진 전교조 조합원, 김어진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조합원, 이승수 공무원노조 조합원 등 현장 활동가들도 “경사노위에 들어가면 양보만 강요받게 될 것”이라며 투쟁에 힘을 쏟자고 주장했다.

이 좌파 단체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동 성명을 발표하며 경사노위 불참과 대정부 투쟁을 선명하게 주장해 왔다. 올해 1월 13일에는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110명 규모의 성공적인 토론회를 개최해 상당한 주목을 끌었다. 곧이어 기층에서 연서명을 조직해 민주노총 조합원 3000여 명(대의원 160명, 현장간부 783명 포함)의 동참을 끌어내는 등 운동을 건설했다.

이날 대의원대회에서도 좌파들은 경사노위 불참안을 수정안으로 발의(대의원 181명 발의)하며 토론을 선제했다.

날카로운 문제제기들

대회사에서 김명환 위원장은 “제가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자고 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에 환상이 있어서도 아니고, 타협하고 양보하기 위해서도 아니고, 개혁 과제를 관철하기 위한 것”이라며 경사노위 참여를 결정하자고 호소했다.

그러나 여러 대의원들은 왜 경사노위가 개혁의 통로가 될 수 없고, 오히려 개악을 정당화하고 양보를 압박 받게 될지 주장했다. 본격적인 안건 토론에 앞서 진행된 질의응답에서도 날카롭고 비판적인 질문들이 쏟아졌다.

먼저 경사노위의 의결구조에 관한 문제가 제기됐다. 김명환 집행부는 경사노위가 이전의 노사정위와 달리 합의기구가 아니라 협의기구일 뿐이고, 민주노총이 동의해 주지 않으면 개악을 합의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금속노조·공공운수노조 소속의 여러 대의원들은 경사노위가 단순 협의기구가 아니라 의결 구조를 가지고 있고, 그 규정상 민주노총이 불참하거나 동의해 주지 않아도 개악을 합의할 수 있다고 조목조목 따졌다.

김명환 집행부가 사회적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요구들이 계속 무시되는 상황에서도 경사노위 참여에 매달리고 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전교조 소속 서지애 대의원은 말했다. “지난해 5월 22일 노사정대표자회의를 탈퇴할 때 최저임금 삭감법 폐기를 요구했다. 8월에 노사정대표자회의 복귀할 때는 정부의 ‘신뢰 회복 조처’를 요구했다. 과연 그런 조처가 있었는가? 집행부는 경사노위에 참여하자고 하면서 이런 요구들이 이행됐는지에 대한 평가를 전혀 내놓지 않고 있다.”

경사노위 산하 노사관계개선위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이 위원회는 민주노총이 요구해서 만들어진 만큼 대표적인 개혁의 통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김명환 집행부는 말해 왔다. 그러나 지금 바로 그곳에서 개혁은커녕 개악이 논의되고 있다.

교육공무직본부 소속 김진국 대의원은 노사관계개선위가 “쟁의 금지(규제)를 얘기하는 등 노동3권을 전면 부정”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도 경사노위 참여를 논의해야 하느냐?” 하고 제기했다. 또 다른 대의원은 지난해 12월 공익위원 만장일치안도 교사·공무원, 특수고용 등 노동자들의 단결권을 보장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뜨거운 논쟁

질의응답이 종료되자마자 김현옥 대의원이 수정안(이하 ‘좌파 수정안’)을 발의했다. 좌파들이 공동으로 추진해 대의원 181명이 발의한 이 수정안은 경사노위 불참과 대정부 투쟁 방침을 선명하게 제시했다.

그런데 의장인 김명환 위원장은 좌파 수정안이 부담스러웠던지 ‘원안 반대에 해당하므로 수정안이 될 수 없다’고 안의 상정을 거부하려 했다. 그러나 대의원들은 회의 규정에도 없는 ‘의장 권한’을 인정하지 않았다. 특히 대의원 181명이 공동 발의하고, 조합원 3000여 명이 연서명에 동참했다는 점에서 수정안 묵살은 지지 받기 어려웠다.

수정안은 이 외에도 두 개가 더 나왔다. 둘째 수정안은 금속노조 중앙집행위원회가 발의한 것(이하 ‘금속 수정안’)으로, 조건부 참여가 그 내용이었다. 즉, 정부가 탄력근로제·최저임금·노조법 개악 철회와 노정교섭 정례화 등 신뢰 조처를 우선 내놔야 경사노위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 수정안은 서비스연맹·보건의료노조 등 산별노조 대표자 8인이 발의한 안(이하 ‘8인 수정안’)으로, 경사노위에 적극 참여하자는 집행부를 지지하는 입장이다. 다만, ‘개악 강행 시 탈퇴’를 포함시켰다. 아무 단서도 없이 경사노위에 참여하자는 원안이 부결될 수 있다고 우려해 제출된 것이다.

좌파 수정안(경사노위 불참안)이 첫째로 다뤄졌다. 수정안 제안자들이 원안에서 가장 먼 안부터 토론·표결한다는 회의 규정 적용을 요구한 덕분에 이 수정안이 맨 처음 다뤄지면서 논의를 선도할 수 있었다.

김현옥 대의원이 경사노위 불참을 결정하고 대정부 투쟁에 나선다는 요지의 수정안을 설명하고 있다. ⓒ이미진

대표 발의한 김현옥 대의원이 수정안 취지를 설명했다.

“경사노위는 노동자 양보 압박 수단임이 분명해지고 있다. 청와대가 직접 경사노위 1호 안건으로 탄력근로제 확대 개악을 내놓고, 우파 야당들과 2월 국회 처리를 합의한 상황이다.

“임금, 노동시간, 노사관계 등 경사노위의 의제들은 민주노총 조합원뿐 아니라 전체 노동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아주 중요한 사안들이다. 이런 개악이 추진되고 민주노총이 이를 정당화해 주는 구실을 한다면 광범한 미조직 노동자들로부터 실망이 얼마나 커지겠나? 민주노총이 양보를 단호히 거부하고 싸워 전체 노동자를 위한 책무를 다해야 한다.”

이어진 찬반 토론에서도 좌파 활동가들은 문재인 정부의 본질을 들춰 내며 투쟁의 필요성을 힘줘 말했다. 손덕헌 대의원은 “‘노동 존중’은커녕 노동 탄압과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문재인 정부를 믿지 말고 투쟁하자”며 수정안 지지를 호소했다.

김수억 대의원은 “과연 문재인이 노동자들을 위해서 경사노위에 들어오라고 하는 것이냐”고 반문하면서 말문을 열었다.

“경사노위는 촛불 항쟁의 역행과 민주노총에 대한 약속 파기와 굴욕적인 노동자 (희생) 강요 속에 서 있다. … (일부 사람들은) 경사노위에 들어가지 않으면 대화 창구도 없이 대안이 있느냐고 묻는다. 역사적으로 민주노총의 대화 창구는 투쟁이었다. 민주노총은 총파업과 투쟁으로 노동악법 막아 냈고, 박근혜 정권을 퇴진시켰다. 노동조합에 굴욕적으로 강요하는 경사노위 참여 말고 민주노총답게 투쟁하자.”

좌파 수정안은 재석 958명 중 331명의 지지를 받았다. 비록 부결됐지만, 선명한 좌파적 입장이 35퍼센트 찬성이라는 의미 있는 지지를 얻은 것이다.

이어 다뤄진 금속 수정안(조건부 참여안)은 재석 936명 중 362명(39퍼센트)이 지지했다. 지난 1년 동안에도 이러저러한 조건을 전제로 노사정대표자회의 참여, 탈퇴, 복귀가 있었기 때문에 사실 조건부 참여안은 전혀 새로운 제안이 아니었다. 그런 점에서 집행부 안에 대한 효과적인 대안이 되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 그럼에도 발의자들이 이 수정안을 처음 공개했을 때보다 현 상황에서의 경사노위 참여를 좀더 선명하게 반대하고 투쟁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내용을 보완하면서, 경사노위 참여에 반대하는 대의원들 상당수의 지지를 얻었다.

경사노위 참여 무산과 남은 과제

우선 다뤄진 수정안 두 개가 부결된 뒤 이제 사실상 집행부를 지지하는 안이 남았다. 긴장감이 고조된 가운데 8인 수정안에 대한 찬반 토론이 시작됐다.

건설연맹, 보건의료노조, 서비스연맹 위원장이 줄줄이 나와 8인 수정안 지지를 호소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가 우경화했다는 데 동의한다”면서도, 경사노위에 참여해 그 안에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다가 개악이 강행되면 “다시 나오면 된다”고도 했다.

반대 발언에 나선 이성우 대의원은 그런 주장의 허점을 파고들어 통렬히 비판했다.

“수정안은 정부가 개악을 강행하면 경사노위를 즉각 탈퇴한다고 한다. 그러나 탄력근로제 확대는 이미 청와대가 4당 대표들을 불러서 2월에 강행하겠다고 공언한 것 아닌가? 2월에 강행 통과될 것을 뻔히 다 알면서, 그때 가서 탈퇴하겠다고 하는 게 말이 되는가?

“지금부터 투쟁을 조직해도 1996년 총파업처럼 응수할 수 없는 게 우리 실력인데, 2월에 국회에서 강행 통과되고 나서 파업을 준비하겠다는 것인가? 그런 주장은 대중을 현혹하고 기만하는 것이다. 이 안은 결국 집행부가 내놓은 원안과 다를 바 없다. 투쟁과 교섭을 병행한다지만, (실제로는) 전혀 투쟁을 준비할 수 없는 안이다.”

표결에 앞서 김명환 위원장은 8인 수정안에 힘을 싣는 발언을 거듭 했다. “원안을 더 이상 주장하지 않겠다”, “동지들의 결의가 있다면, 저는 [8인 수정안] 결의를 수행해 나가겠다.”

그런데도 8인 수정안은 재석 912명 중 과반에 훨씬 못 미치는 402명(44퍼센트)의 지지만 받았다. 사실상 집행부가 지지한 경사노위 참여안이 부결된 것이다.

8인 수정안이 부결된 뒤, 몇몇 대의원들이 앞선 위원장 발언을 상기시키며 예리하게 주장했다. “표결 직전에 의장이 원안을 (고집하지 않고) 포기하겠다고 했다.” 8인 수정안을 통과시키고자 편파적으로 회의를 진행해 놓고, 8인 수정안이 통과되지 않자 이제 와서 원안 포기 발언을 은근슬쩍 없었던 셈 치려던 것을 꼬집은 것이다.

김명환 위원장은 정회 끝에 8인 수정안이 사실상 집행부 안임을 인정하고, 원안을 철회했다. 이로써 민주노총은 경사노위 불참을 결정하게 된 셈이다.

민주노총은 ‘정기대의원대회 결과 보도자료’에서 “경사노위 참여에 대한 대의원의 의지는 확인했으나 아쉽게도 결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확인된 대의원들의 의지는 결코 경사노위 참여가 아니었다. 사실상 집행부 안이었던 8인 수정안이 44퍼센트의 지지밖에 얻지 못한 것이 이를 분명히 보여 준다. 집행부 원안을 표결에 부쳤어도 결과는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집행부 원안에 반대하는 대의원들 중에는 좌파 수정안과 금속 수정안을 지지하지 않은 대의원들도 상당수 있었기 때문이다. 김명환 집행부는 이런 엄연한 사실을 곡해하지 말고, 대의원대회의 결과를 제대로 수용해야 한다.

김명환 위원장은 대회를 마무리하며 경사노위 참여가 결정되지 못한 만큼 “사업 계획을 수정해 제출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제 민주노총은 경사노위 불참 기조 위에서 당면한 2월 국회에서의 개악 저지와 김용균 문제 해결을 위한 투쟁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그것이 대의원대회 결정을 실천적으로 이행하는 길이다.

대의원대회 이후 우파와 정부는 ‘민주노총이 대화를 거부했다’며 비난을 쏟아냈다. 그러나 대의원대회에서 좌파 대의원들이 여러 차례 지적했듯이, 그것은 왜 양보를 수용하지 않느냐는 압박일 뿐이다. 국무총리 이낙연은 민주노총의 결정을 비난하며 재고를 압박하는 한편, 경사노위 합의와 무관하게 탄력근로제 확대 개악을 예정대로 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그런 점에서 정의당이 정책위원회 명의로 낸 논평에서 정부의 우클릭을 비판하면서도, 양대노총을 향해 사회적 대화 복귀를 은근히 압박한 것은 부적절하다. 논평은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가) 비록 부결되었지만 현 집행부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는 등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주장은 대의원대회 결정을 무시하는 것이자, ‘민주노총이 대화를 거부했다’는 우파와 정부의 비난에 힘을 실어 주는 효과를 낼 위험도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민주노총이 우파와 정부의 비난에 흔들리지 말고 경사노위 불참 기조를 분명히 하며 단호한 투쟁으로 맞받아치는 것이다. 좌파 활동가들은 이런 투쟁을 건설하는 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1월 28일 오후 서울 KBS아레나홀에서 ‘민주노총 67차 정기 대의원대회’가 열리고 있다. ⓒ이미진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 앞서 1월 28이 오후 서울 KBS아레나홀 앞에서 경사노위 참가에 반대하는 현장 활동가들이 결의대회를 열고 “경사노위 참가가 아닌 투쟁 건설”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진
경사노위 불참을 결정하고 대정부 투쟁에 나선다는 수정안에 찬성표를 던지는 대의원들 ⓒ이미진
1월 28일 오후 서울 KBS아레나홀에서 열린 ‘민주노총 67차 정기 대의원대회’에 고 김용균 동지의 동료들과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참가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미진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 앞서 1월 28이 오후 서울 KBS아레나홀 앞에서 경사노위 참가에 반대하는 현장 활동가들이 결의대회를 열고 “경사노위 참가가 아닌 투쟁 건설”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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