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IST

김경수 경남도지사 법정구속
부패에 이어 여론 조작에서도 민주당과 한국당은 막상막하

민주당 소속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법정구속됐다. 드루킹 일당과 인터넷 기사 댓글 조작을 공모한 혐의 등이 인정됐다. 업무방해로 징역 2년, 공직선거법 위반은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판결을 받았다. 민주당도 돈과 조직으로 인터넷 등에서 여론 공작 행위를 벌였다는 게 법원에서 인정된 것이다.

이 판결을 두고 댓글 조작 원조 정당이었던 자유한국당이 “대선 불복” 어쩌고 하는 것은 역겹기 짝이 없다. 두 정권에 걸쳐 국가기관들을 총동원해 온오프라인 모두에서 여론 조작에 나섰던 자들이기 때문이다. 꽁꽁 숨겨둔 그 죄상들이 드러나 결국 이명박과 박근혜 등 대통령부터 국가정보원장, 군 사령관 등까지 정권의 요직을 차지했던 자들이 온통 사법 처리 대상이 됐다.

무엇보다 민주당의 댓글 조작 때문에 박근혜가 쫓겨나고 정권이 바뀐 게 아니다. 댓글 조작으로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면, 정권 취임 후 매주 문재인 퇴진 집회를 해 온 우익들이 지금 똑같이 그런 운동과 정권 교체를 재연하지 못할 이유가 뭔가? 민주당의 ‘음모’는 왜 (박근혜 퇴진 대중 운동이 성공적으로 일어난) 2016년 말에야 통하는 것처럼 보였을까?

박근혜는 노동자와 서민층에게 고통을 전가해 경제·안보 위기를 해결하려 하다가 대중의 분노와 원한을 너무 많이 사서 쫓겨난 것이다. 특히, 노동개악에 맞선 노동자들의 저항이 결정적으로 더 많은 사람들을 거리로 불러모았다.

권력형 범죄

김경수는 판결 뒤에 담당 재판부의 성향을 문제 삼았다. 담당판사 성창호는 양승태의 대법원에서 대법원장 비서실, 법원행정처 등을 거쳤다. 그리고 최근 사법농단 수사에서도 동조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

그래서 법정구속까지 한 것은 양승태를 구속시킨 문재인 정권에 대한 보복 의도를 의심할 수도 있다. 김경수는 차기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친문 핵심 그룹의 일원이다. 경남도지사였던 홍준표는 과거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서 징역형 유죄 판결을 받고도 현직 도지사라는 이유로 법정구속되지 않았었다.

그러나 성창호는 영장전담판사 시절 김기춘과 조윤선 등을 구속하는 판결도 내렸었다. 박근혜 재판에서도 유죄 판결을 내렸다. 판사의 성향만으로 판결을 다 설명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드러난 사실관계와 정황 등을 종합해 볼 때, 유죄 판단 자체는 납득 가능하고 합리적이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쟁점에서 김경수 본인만 진술이 다르다. 댓글 자동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 시연회에 김경수가 참석해 개발을 승인했느냐 하는 점 말이다.

시연회 이후 김경수에게 꼬박꼬박 댓글 작업 리스트가 갔고 김경수는 이를 확인했다. 김경수가 기사 리스트를 보내고 드루킹(김동원)이 “처리했습니다”라고 답한 것도 확인됐다. 사실 이미 폭로 초기에 드루킹을 아예 모른다고 공개적으로 거짓말을 했던 김경수의 진술을 드루킹 일당보다 더 신뢰할 이유도 없다.

오사카와 센다이 등 주일영사 인사 문제에서도 드루킹이 당시 자기 일당에게 김경수에게 들었다며 전한 상황과 실제 진행된 인사가 거의 유사하다. 이후 이 인사 문제에 인사 담당에 속하는 청와대 민정비서관(백원우)가 왜 직접 나섰는지에 대한 당사자들의 해명도 납득하기 어렵다.

민주당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서 친문 핵심 전해철을 밀어주기 위해 이재명을 흠집 내라고 김경수가 지시했다는 문자 메시지도 나왔다. 이명박의 국정원장 원세훈, 박근혜의 기무사령관 이재수 등이 댓글 하나하나에 지시를 한 증거가 없다고 해서 그들이 유죄가 아닌가? 게다가 수사 초기 경찰의 부실 수사 때문에 김경수에게 불리한 증거 수집이 확보되지 않은 것도 고려해야 한다.

차이가 있다면, 당시 햇수로 9년째 야당이던 민주당은 국가기관을 동원하지 못하고 사설 부대를 동원했다는 정도다. 그러나 우파 정권의 국정원, 심리전 부대, 새누리당 당조직도 모두 사설부대를 이용했다. 지배계급 정당과 거래하면서 여론을 호도하는 댓글 공작을 벌인 데에서 십알단(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를 위해 온라인 선거운동을 한 조직으로, 십자군알바단의 줄임말)이나 드루킹 일당 사이에 차이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드루킹 일당의 댓글 조작은 좌파에게 호의적이지도 않았다. 어이없게도 드루킹 일당을 경찰에 처음에 신고한 것이 민주당 자신이다.

이처럼 김경수 유죄 판결은 당연해 보인다. 오히려 이 스캔들의 몸통이 누구냐까지 의혹이 발전할지도 모르겠다. 문재인도 드루킹 그룹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정황 증거가 있으니 말이다.

진보진영은 어중간한 태도를 취해서는 안 된다

물론 우파 야당들이 이 판결을 세력균형 뒤집기에 이용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들은 두 전직 대통령, 대법원장이 구속되는 등 수모를 겪었고 이를 만회하고자 절치부심한다. 문재인을 헐뜯기만 하는 게 아니라, 촛불의 적폐 청산과 진보 개혁 염원도 뒤집으려 하는 것이다. 공식 정치 영역에서의 분열은 더 심해질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전투는 거기에 있지 않다.

우파의 호들갑과 반동 공세가 꼴보기 싫다고 해서 진보·좌파가 권력형 범죄를 비호해선 안 된다. 이런 부적절한 진영논리는 운동의 대의를 약화시키고 급진성을 제약할 것이다. 이는 민주당에 실망한 진보 개혁 염원 대중(특히 청년층)에 환멸을 부를 뿐이다. 좌측에 선다면 중도(문재인 정부)와 우파(자한당 류)를 모두 비판할 수 있다.

문재인과 민주당의 배신은 계속될 텐데, 진보·좌파는 실망하고 분노하는 사람들에게 대안을 제시할 책무가 있다. 민주당과는 다른 대안이 있음을 원칙있는 말과 투쟁으로 보여 줘야 한다. 문재인이 기업주와 손잡으면서 추진하는 개악에 맞서 우리 편도 계급투쟁을 찬양·고무해야 한다. 그것이 우파의 준동에 맞설 진정한 힘을 건설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