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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에 갇힌 루렌도 가족 난민을 방어하라

콩고민주공화국(이하 콩고) 출신 앙골라인 루렌도·보베테 씨 가족이 12월 말부터 여지껏 인천공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 정부에 의해 입국조차 가로막힌 상태다. 특히 어린 자녀 넷과 함께 공항에서 살고 있고 보베테 씨의 몸이 매우 안 좋은 상태라는 점 때문에 이 일은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다.

그런데 일부 인종차별적 우익들은 루렌도 씨 가족을 강제 추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오늘 인천공항에서 기자회견도 열었다. 예멘 난민을 비난하며 난민법 폐지 법안을 발의한 자유한국당 의원 조경태도 얼마 전 루렌도 가족 난민을 강제 추방하라는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런 매정한 자들과 달리 많은 내국인들이 이 가족의 사연을 듣고 안타까워하며 도움을 주고 있다.

인종차별적 우익들은 루렌도 씨 가족이 난민인정회부 심사에서 ‘불회부’ 결정(난민 심사 절차를 받을 수 없고 강제 송환 대상이 됨)을 받았으므로 ‘가짜 난민’이라고 주장한다. 꿰어 맞추기식 주장이다. 사실은공항에서 이뤄지는 난민인정회부 심사 자체가 난민억제책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 심사 제도 때문에 많은 난민들이 공항 밖을 내딛어보지도 못하고 강제 송환당하거나 구금되고 있다. 문제는 난민인정회부 심사이지 루렌도 씨 가족을 비롯한 난민들이 아니다.

루렌도 씨 가족이 받은 난민인정회부 심사가 매우 졸속적이었다는 게 이 심사의 진정한 목적을 보여준다. 〈셜록〉의 보도를 보면,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 측은 다 작성되지도 않은 난민 신청서를 가져가 버렸고, 인터뷰도 2시간 남짓이 전부였다. 통역도 부정확했다고 한다.

여행객이 없는 시간, 보베테 씨가 화장실에서 아이들을 씻기고 있다 ⓒ제공 루렌도 씨

졸속적

루렌도 가족은 앙골라 정부의 콩고 출신 박해를 피해 도망 왔다.

앙골라와 콩고는 해저 석유 통제권 등 자원을 놓고 갈등을 벌여왔다. 이는 2007년경부터 해상 경계선 분쟁으로 불거졌다. 이런 국가 간 갈등 고조 속에서 지난해 10월 한달 동안만 콩고 출신 이주민 40만 명이 앙골라에서 쫓겨났다.

이 과정은 매우 폭력적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고문당했다. 앙골라 정부는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물리적·성적 폭력을 체계적으로 저질렀다고 비난받고 있다.

앙골라 국적자이지만 콩고 출신인 루렌도 씨도 모진 박해를 받았다고 한다. 루렌도 씨는 경찰서에 끌려가 고문당했고, 그의 아내 보베테 씨는 경찰관에게 성폭행 당했다. 루렌도 씨는 앙골라로 돌아가면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이런 상황인데도 인종차별적 우익들은 이들을 ‘가짜 난민’이라고 비난하며 강제 추방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정부 역시 이미 세 차례나 강제 송환을 시도했다.

나아가 우익들은 이참에 난민들이 불회부 결정에 대한 불복 소송을 못하게끔 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가짜난민들이 공항만에서 난민 신청을 악용해 의식주를 제공받으며 무한정 머무른다”는 것이다. 루렌도 씨 가족은 소파를 이어 붙여 쪽잠을 자고 돈을 아끼려 부모는 하루 한끼만 먹고 화장실에서 씻어 가며 한달 반 넘게 버티고 있다. 공항에서 이렇게 살려고 난민들이 몰려올 거라고? 정신 나간 소리다.

인천공항 터미널에 있는 소파에서 잠을 청하고 있는 루렌도·보베테 씨의 어린 자녀들 ⓒ제공 루렌도 씨

인종차별적 우익은 ‘국민이 우선’이라는 포퓰리즘 기치로 포장해서 난민·이주민에 대한 편견을 퍼뜨려 왔다. 난민을 수용하면 “경제와 치안이 훨씬 더 나빠질 것”이라면서 말이다. 또 난민·이주민들이 대단한 복지 혜택을 누리고 있는 양 주장한다.

이런 주장은 아무런 근거가 없다. 난민을 수용하면 범죄가 는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경제가 안 좋은 것도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위기 때문이지 이주민 유입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또한 난민·이주민은 기본적 권리로 보장돼야 할 의료보험 혜택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인종차별적 우익은 난민·이주민들이 ‘국민의 부’를 빼앗아 가는 존재라고 비방할 뿐, 이들 대부분이 노동자로서 한국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은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본주의 지배자들은 경제 위기의 고통에 대한 대중의 불만을 피하기 위해 난민·이주민 같은 엉뚱한 집단에 화살을 돌려왔다. 대중의 삶이 향상되길 바란다면 난민이 아니라 자본주의 지배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 이유다.

난민은 본국에서 이미 고통받은 사람들이다. 안정적으로 체류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이들을 위한 최소한의 조처다. 인종차별적 우익은 강제 추방 선동을 중단하라. 문재인 정부는 루렌도 가족에게 국경을 열고 체류를 보장해야 한다.

공항 터미널에서 먹고 잔 지 벌써 한 달 반째다 ⓒ제공 루렌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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