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남성의 낮은 문재인 지지율은 무엇을 보여 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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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남성의 문재인 지지율이 20퍼센트대로 추락하자, 이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리얼미터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조사(12월 10일~14일, 2509명 대상)에 따르면, 20대 남성의 문재인 지지율은 29.4퍼센트로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낮았다. 반면 이들의 부정평가는 64퍼센트로 가장 높았다(평균 부정평가 46.8퍼센트, 긍정평가 48.4퍼센트).
리얼미터는 20대 여성의 지지율은 63.5퍼센트로 높았다며 이런 현상을 ‘젠더 갈등’으로 설명했다. “남성과 여성 간 혐오, 즉 성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우파 정당인 바른미래당이 문재인에 실망한 20대 남성을 포섭하겠다고 “워마드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은 역겹다. 문재인이 실질적인 친여성적 정책을 편 것도 없는데, 젠더 갈등과 문재인 지지율을 연동시키는 것도 황당한 일이다.
그러나 20대 여성의 문재인 지지율이 20대 남성과 차이가 있지만 20대 남성과 거의 유사한 지지율 등락을 보여 왔다. 20대가 성별에 따라 문재인 정부에 대해 완전히 다르게 평가했다면 지지율 등락은 상반돼야 할 것이다.
한편, 일각에선 20대 남성의 낮은 문재인 지지율을 20대 남성이 보수화한 결과라고 본다. 많은 언론들을 비롯해,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여론조사 비서관을 지냈던 이근형 씨 등이 이렇게 주장한다.
그러나 문재인에 실망한 것을 두고 곧장 20대의 보수화라는 결론을 이끌어내는 건 비약이다. 실증적으로도, 청년층에서 보수 정당들에 대한 지지가 유의미하게 증가하지 않았다.
갤럽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지지율이 전반적으로 높았던 2018년 5~6월(20대 84퍼센트, 20대 남성 79퍼센트)과 지지율이 하락한 11~12월을 비교해 봐도 20대 전체와 20대 남성의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지지율은 각각 10퍼센트를 넘지 않았다.
무엇보다, 20대 보수화 주장은 ‘문재인 지지는 진보고 문재인 반대는 보수’라는 잘못된 이분법에 근거한 것이다. 민주당 정부의 개혁 염원 배신 때문에 낮아진 지지율을 20대의 의식 탓인 양 몰아가는 억지다.
피상적
물론 20대 남성의 낙폭이 좀 더 큰 것은 문재인에 대한 이들의 기대가 더 컸거나, 정치적 경험이 적은 20대 특유의 성급함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20대 남성의 지지율 하락만을 떼어내서 강조하는 주류 언론들의 관점은 피상적이다. 오히려 지난 1년간의 문재인 지지율 추이를 보면 모든 연령, 성별에서 하락세가 나타난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개혁 후퇴와 배신에 따른 진보층의 지지 철회가 두드러진다. ‘촛불 대통령’에 대한 높은 지지율로 표상됐던 개혁에 대한 기대가 지난 2년 사이에 전반적으로 실망으로 돌아서고 있는 것이다.
〈한겨레〉의 20대 남성 심층 인터뷰 중 “당장 삶의 변화가 있을 것 같았는데, 지금까지는 기대에 조금도 부응하지 못했다”는 말이 청년층의 심경일 것이다.
실제로 문재인 취임 직후(2017년 5~8월) 동안 20대 남성 지지율은 80퍼센트 중후반 대를 유지하며 평균 지지율을 웃돌았고, 30대 남성, 40대 여성 등과도 거의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갤럽 조사)
그러나 지난 2년여 동안 청년들의 조건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가 청년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우파 정부 때와 다를 바 없는 청년 정책만 내놨다. 청년 실업률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고 청년들은 여전히 비정규직 일자리를 강요받았다. 발전소 하청 노동자 김용균 씨의 죽음은 문재인 정부 하에서 청년들이 여전히 끔찍한 조건을 강요받고 있다는 현실을 드러냈다.
더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은 문재인의 친기업 행보 가속화 때문에 지지율이 성별과 세대를 가리지 않고평범한 사람들 사이에서 떨어져 왔고 앞으로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2019년 경제 상황이 여전히 안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는 노동자·서민에 대한 공격을 빠르게 밀어붙이고 있다. 민주노총 경사노위 불참이 결정된 것도 기층에서 정부에 대한 불만이 상당히 빠르게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연령대에서 지지율은 더욱 추락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큰 맥락을 보지 않은 채, 남성 지지율만 떼어 놓고 보면 온갖 아전인수격 해석이 생겨난다. 마치 20대 남성은 별세계에 사는 양 다른 세대·성별과의 격차를 과장하며 착시 현상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우파들이 문재인에 대한 실망감을 아전인수해서 반사이익을 얻지 못하도록 문재인 왼쪽에서 진정한 진보적 대안을 내놓는 것이다.
진보·좌파와 노동운동이 문재인 정부의 배신을 폭로하고 맞서면서 청년층에게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