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대선은 20대 남성의 극우화를 보여 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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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대선 이후, 많은 언론과 평론가들은 20대 남성들이 극우화했다고 주장한다.
극우 후보들이 도합 49퍼센트에 달하는 지지를 얻은 상황에서조차 20대 남성만 문제시하는 것은 애초에 잘못됐다.
사실 그런 주장은 짧게 보면 서부지법 폭동 때도 나왔다. 본지는 그때도 그런 주장이 사실도 아닐뿐더러 오히려 젠더 갈등을 부추긴다고 비판했다.(관련 기사 : 본지 535호, ‘서부지법 폭동 등 극우 부상은 이대남 문제인가?’)
주류 언론은 이번 대선에서 20대 남성의 이준석 지지율이 37.2퍼센트로 1위였고, 김문수가 36.9퍼센트로 2위였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재명은 24퍼센트로 3위에 머물렀다.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이준석이나 김문수나 분명 극우이지만, 그들에게 표를 던진 사람들이 모두 극우는 아니라는 점이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이준석은 극우 면모를 최소화하면서도, 교묘하게 쿠데타 세력과 선을 그으며 중도 우파인 양 가장했다.
20대 전체는 윤석열의 쿠데타 시도에 압도적으로 반대했었다. 계엄 미수 직후에 진행된 2024년 12월 2주차 갤럽 조사에 따르면 18~29세에서 93퍼센트가 윤석열 정부가 ‘잘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잘하고 있다’는 답변은 겨우 3퍼센트였다.
서부지법 폭동 참가자들이 20대 남성 전체를 대표한다고 보는 것도 부당하다. 20대 남성의 65퍼센트가 이 사건을 “도저히 용납 불가”하다고 답했는데, 이는 전체 평균과 비슷한 비율이다.
오히려 서부지법 폭동이 “저항권 행사”라고 가장 많이 답한 집단은 6070 여성이었다.
이준석의 정치적 메시지는 민주당의 위선과 내로남불을 폭로하는 데 집중돼 있었다. 문제가 된 이준석의 발언도 민주당과 정의당이 여성차별에 이중잣대를 갖고 있다고 공격한 것이다.
민주당이 국민연금 개악에 앞장선 것도 청년층에게는 큰 불만이었다.
‘20대 남성 보수화’ 주장은 이미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등장했다. 이런 낙인 찍기의 목적은 문재인 정부의 실패와 지지율 하락을 20대 남성 탓으로 돌리는 것이었다.(관련 기사: 본지 275호, ‘20대 남성의 낮은 문재인 지지율은 무엇을 보여 주는가’)
유동적
우파는 민주당의 배신과 위선을 이용해 청년들 사이에서 민주당 등 진보진영에 대한 환멸과 반감을 더 키우는 계기로 삼아 반사이익을 얻으려 했다.
일부 극우 세력은 일부 페미니스트들의 공격성이 불러일으킨 반감을 이용해 안티 페미니즘 백래시를 선동했다. 이런 요인들이 청년층에서 성별 간 투표 차이를 일부 만들었을지라도, 그 핵심에는 말로만 페미니즘을 내세우며 개혁 염원을 배신한 민주당에 대한 환멸이 자리잡고 있다.(관련 기사: 본지 546호, ‘극우는 어떻게 안티 페미니즘을 이용하는가’)
청년층의 특징은 정치 경험이 적고, 급변하는 사회·정치 상황 속에서 그만큼 유동적이며 변화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문재인 정부 초기에 20대 청년층은 남녀 공히 정부를 적극 지지했었다. 그 다음 대선에서는 20대 남성이 윤석열에게 더 많이 표를 던졌지만, 금세 이반했다.
청년층의 의식을 고정된 것으로 간주해 낙인을 찍고 책임전가식 비난을 하는 것이 문제지만, 그저 당장의 정서에 추수만 하려는 태도도 (동전의 앞뒷면 관계이고) 위험하다.
서구에서도 극우들의 표를 빼앗아 오기 위해 차별 문제를 회피하고 경제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일부 좌파들이 등장했다. 한국에서도 진보진영 일각에서 이와 같은 목소리가 나온다.
청년들의 의식이 가변적이고 그만큼 그 속에 모순이 큼을 알아야 한다. 특히, 그들은 투쟁 속에서 빠르게 의식이 바뀔 수 있다.
20대 여성에서 권영국 지지율이 높았던 것이 20대 남성에 대한 폄하로 이어질 필요는 없다.
극우가 부추기는 각종 이간질에 맞서야 하고 평범한 여성과 남성 청년이 함께 단결할 수 있는 기층 대중 운동이 강력해져야 한다.
극우 운동은 “남성성”의 발현?
김문수의 구식 보수주의나 이준석의 신식 보수주의, 특히 안티 페미니즘은 분명 많은 여성 유권자들이 그들에게서 등을 돌리는 요인이다.
또한 서부지법 폭동 등 물리적 충돌 국면에서 남성 극우가 더 부각되는 것도 사실이다. 서구 파시스트 조직들에서도 직접 폭력을 행사하는 준군사조직은 거의 다 남성들로 구성돼 있다.
1930년대 나치는 “여성은 부엌과 교회, 아이들 곁에 있어야 한다”고 공공연히 주장했다.
하지만 《혐오와 차별은 어떻게 정치가 되는가》의 저자 카스 무데는 오늘날 극우 정당이 좌파 조직에 비해서는 남성 중심적으로 보이지만, 전통적 보수단체와 비교하면 남녀 비율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한다. 성차별을 경험한다고 해서 인종차별 등 다른 반동적 사상에 꼭 면역돼 있는 것은 아니다.
서구의 많은 파시스트 정당들은 무슬림 혐오를 선동하기 위해 여성 인권을 이용하기도 한다. ‘무슬림 남성들로부터 프랑스 여성들을 보호하자’고 선동하는 프랑스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이 대표적이다. 국민전선 당원의 절반이 여성이다. 이탈리아, 독일의 극우 정당의 최고 지도자가 모두 여성이고, 그중 이탈리아의 조르자 멜로니는 총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