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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노동당의 브렉시트 2차 국민투표 수용:
대기업과 우파만 이롭게 하는 일이다

오른쪽 압력에 굴복하는 코빈 ⓒ출처 Neil Terry

영국 노동당의 좌파적 지도자들이 당내 우파의 브렉시트 [여부를 다시 묻자는] 2차 국민투표 요구에 굴복했다.

2월 25일 노동당은 언론 브리핑에서 향후 2차 국민투표 실시 수정안을 발의하거나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25일 저녁, 당내 좌파인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의원단 회의에서 이 같은 정치적 방향 전환을 발표했다.

노동당 예비내각 브렉시트부 장관 키어 스타머는 노동당이 2월 마지막 주에 의회에서 보수당의 브렉시트 계획에 대한 대안적 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서 스타머는 그 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노동당은 “[2차] 국민투표를 지지할 것”이라고 했다.

노동당 예비내각 브렉시트부 전 장관 매튜 페니쿡은 [세간에] “의구심”이 많지만, 이제는 노동당이 “2차 국민투표를 발의하거나 지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노동당 전 총리 토니 블레어의 대변인이자 ‘거짓말 제조기’였던 알라스테어 캠벨은 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노동당 중진이 ‘민중의 투표’[2차 국민투표] 지지 입장을 표명했다니 매우 좋은 소식이다.”

노동당이 지지하겠다는 2차 국민투표의 내용이 무엇일지는 아직 불명확하다.

합의

그 내용은 영국 총리 테리사 메이와 유럽연합의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해 노동당 우파 의원 필 윌슨과 피터 카일이 제출한 수정안을 지지하는 것일 수 있다. 그렇다면 노동당 의원들은 메이의 합의안을 국민투표에 부친다는 조건으로 통과시킬 것이다.

코빈이 [2차 국민투표 지지로] 입장을 바꿨다고 해서 2차 국민투표 실시안이 의회를 통과할지는 확실하지 않다. 보수당 의원 소수는 찬성할 테지만, 노동당 의원 수십 명이 반대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동당 우파는 코빈의 이번 타협이 2016년 6월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를 뒤집고 노동당이 영국의 인종차별적·신자유주의적 유럽연합(EU) 잔류를 지지하는 데로 나아가는 일보 전진이라고 본다.

25일 발표를 앞두고 한 주 동안 노동당 우파 의원 9명이 탈당하면서, 노동당 지도부는 엄청난 압박에 시달렸다. 코빈을 굴복시키려는 우파의 오랜 공작이 최고조에 이른 것이었다.

그런 공작과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막으려는 대기업의 압박이 먹힌 결과 코빈이 국민투표 지지 입장으로 돌아선 것이다.

노동당 우파는 브렉시트 반대[유럽연합 잔류]를 보수당에 맞설 방법으로 제시한다. 그러나 사실 보수당은 유럽연합 잔류를 바란다. 유럽연합이 영국 대기업 대부분이 지지하는 민영화·자유시장 옹호 정책을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기득권층

2016년 6월의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는 모순된 면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그 결과의 핵심은 일자리·임금·복지 공격에 오랫동안 시달리던 평범한 사람들이 지배자들에 한 방 먹인 것이었다.

코빈이 2차 국민투표를 반대해 왔던 것은, 2016년 6월 국민투표에서 유럽연합 탈퇴를 지지했던 노동당 지지자들이 보기에 2차 국민투표 지지 입장은 엘리트들과 한편에 서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었다. 2차 국민투표에서 유럽연합 잔류 표가 더 많이 나오면, 인종차별적 극우파가 지배자에 맞선 유일한 대안으로 보이게 되는 데 일조할 것이다.

그러나 2월 19~22일에 유럽연합 지지 성향 노동당 의원들이 탈당한 후, 코빈은 노동당 중진들의 엄청난 압박에 시달렸다.

노동당 부대표 톰 왓슨은 코빈이 “훌륭한 동료들이 탈당을 원하는 이유에 응답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당내 우파가 원하는 바를 코빈이 들어주지 않으면 탈당과 혼란이 이어질 것이라는 협박이었다.

노동당 우파는 노동당 안에 유대인 배척이 있다는 비난도 재개하며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이들은 코빈이 이스라엘에 맞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기 때문에 유대인 배척자들이 노동당으로 꼬인다는 주장을 코빈이 인정하기를 바란다.

코빈 등 노동당 좌파 지도자들은 당내 우파와 타협하면 코빈에 대한 공격이 중단되고, 코빈이 당대표 자리를 지킬 수 있으리라 기대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25일 코빈이 굴복한 지 몇 분 지나지 않아, 우파는 코빈이 공개적으로 브렉시트를 반대하지 않는다고 공격하기 시작했다.

코빈이 의회 내 술책으로 보수당과 당내 우파와 대결하려 하면서, 브렉시트 문제에서 점차 궁지에 몰리고 있다.

바로 그 덕에 메이가 총리직을 부지하고 있는 것이다. 또, 유럽연합 잔류야말로 위기에 처한 보수당을 저지할 유일한 방법이라는 노동당 내 우파의 기만 살아날 뿐이다.

노동당의 2차 국민투표 지지 입장 발표는 메이에게 흔치 않은 희소식이다. 이 때문에 메이는 브렉시트 자체가 실패할까 봐 걱정하는 보수당 의원들이 자신의 합의안을 지지하도록 설득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메이는 [국민투표 결과를 무시하는] 민주주의 전복 세력에 맞서는 민주주의의 수호자를 자처할 수도 있다.

한편 이런 거대한 정치 위기의 와중에 평범한 사람들은 구경꾼 신세로 방치돼 있다.

노동당은 긴축과 인종차별에 반대하고 재국유화를 옹호하며 임금·일자리·복지 재정 확충 요구를 대변하는 대안적 브렉시트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보수당과 노동당 우파에 맞서 대중이 거리와 일터에서 벌이는 행동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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