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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기·한상균 3·1절 사면 제외:
민주주의 문제에서도 한참 못 미치는 문재인

문재인 정부가 3·1절 특별 사면에서 통합진보당 이석기 전 의원과 민주노총 한상균 전 위원장을 제외했다.

국제앰네스티를 비롯해 한국의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오랫동안 두 사람을 포함해 양심수들을 석방할 것을 요구해 왔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2년이 되도록 이 요구를 일관되게 무시했다.

문재인은 최근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역겨운 5·18 망언을 비판하고 광주 항쟁을 기리며 “완전한 민주주의를 이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우파 정권의 정치 탄압 피해자들을 외면하는 위선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 정부는 민주주의 문제에서도 좀처럼 믿을 수 없다. 두 사람의 사면을 극렬히 반대해 온 우파들의 기를 살려주는 꼴이다.

법무부는 이번 사면에서 “부패범죄를 저지른 정치인·경제인·공직자나 각종 강력범죄자는 대상에서 배제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청와대 대변인 김의겸은 정례브리핑에서 이석기 전 의원은 일반적인 정치인과 성격이 다르다며 사면 제외를 정당화했다.

그러나 이석기 전 의원 구속 수감은 박근혜 정부가 자행한 사상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공격이었다. 그는 동료들과 토론을 했을 뿐인데도 마녀사냥을 당하고서 형법상 내란 선동 조항으로 6년째 수감 중이다. 더군다나 이석기 전 의원 탄압과 여기에 밀접히 연관된 통합진보당 해산 판결은 사법 농단의 일부이기도 하다.

한상균 전 위원장의 경우에 ‘7대 시국사건에 포함되지 않아서’ 사면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청와대 설명은 궤변일 뿐이다. 한상균 전 위원장의 구속 사유는 민중총궐기 조직이었다. 민중총궐기가 바로 그런 우파 정부의 악행들에 맞선 투쟁들을 모아서 대변하고 정권에 항의하는 시위였다.

2월 26일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사건 피해자 한국구명위원회가 청와대 앞에서 3·1절 특사 이석기 의원 배제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출처 이석기의원 내란음모사건피해자 한국구명위원회

양심수석방추진위원회는 이번 사면 발표에 “실망스럽다”면서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래 단 한 명의 양심수도 형기를 앞당겨 석방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문재인이 이번 사면에 대해 공식 언급을 하지 않는 것을 두고 “오죽 부끄러우면 사면권자 스스로가 입을 다물었을까 생각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민중당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 “7대 종단 수장들을 비롯한 각계 인사들의 청원이 이어지고 엄동설한에 2만 명이 모여 외쳐도 그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대통령과 정부라면 촛불정부라는 호칭부터 버려야 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의당도 대변인(정호진) 논평에서 한상균 위원장 제외를 “아쉽다”고 평했다. 그런데 이석기 전 의원 제외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이석기 전 의원 체포동의안에 찬성했던 부끄러운 과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한편, 이번 사면 대상 사건에는 애초 알려진 한일 ‘위안부’ 합의 반대, 사드 반대,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 투쟁과 세월호 참사 항의 시위에 쌍용차 파업이 추가됐다. 그러나 이마저도 일부 소수만 포함돼 ‘생색내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양심수와 우파 정권에 의해 부당하게 처벌받은 이들이 모두 사면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