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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망언에 대한 정당한 분노와 민주적 진보 염원

2월 27일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관심사는 ‘누가 당 대표가 될까’ 만이 아니었다. “5·18 북한군 개입” 망언으로 국회의원 제명을 요구받는 세 명 중 이종명을 제외한 두 명(김진태·김순례)이 당 대표와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했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이종명 당원 제명 징계 방침만 정하고(이조차 확정된 건 아닌 데다 의원직이 유지된다), 나머지 둘은 당 지도부 선거 후보라며 징계를 미뤄 버렸다. 이들 망언자 두 명은 후안무치하게도, 표를 몰아줘 자신들을 지켜 달라고 선거 내내 당원들에게 호소했다.

황교안 대세론 속에서 김진태는 3위로 낙선했지만, 김순례는 최고위원에 당선됐다. 황교안도 공안검사 출신으로 우파의 지지를 받아왔으니 한국당의 우파 본성이 드러난 셈이다. 망언 의원 셋의 의원직 박탈은 계속해서 쟁점이 될 듯하다.

지금 한국당 규탄과 망언 의원 제명 여론은 2년여 전 박근혜 탄핵 여론과 비슷하다. 말 그대로 범국민적 여론인 것이다. 한국당이 전당대회를 통해 기대한 지지율 상승 효과가 전혀 일어나지 않는 배경이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된 것은 본지가 이미 지적했듯이, 북한군 개입설이 표현의 자유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에 대한 반동의 표지이기 때문이다.

광주 학살 세력 후신 정당의 5·18 모욕 참을 수 없다 5·18 망언 규탄 집회, 2월 23일 청계광장 ⓒ출처 서울진보연대

2월 23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5·18 망언 규탄 집회에 수천 명이 참가해 분노를 표출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망언 의원 국회 퇴출과 한국당 해체를 외치며 광화문 일대를 행진했다.

이날 집회에는 진보 정당들과 민주노총 소속 산별연맹들도 참가했다. 그 전 주에 대규모 집회를 열었던 광주 지역 단체들도 대거 참가했다.

5·18 유공자와 유족들은 물론이고 진보 정당들과 더불어민주당·민주평화당·바른미래당, 민주당 소속의 광주시장·전남도지사도 상경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들을 환영하며 민주주의 훼손 세력에게 관용을 베풀어선 안 된다고 역설했다.

이 집회에서는 지만원에 의해 북한군으로 지목된 당시 시민군 출신 곽희성 씨도 발언했다. 그는 자신과 두 아들이 모두 군대를 만기 제대했는데, 자신들이 어떻게 북한군이냐고 반문했다. 이런 평범한 사람들이 항쟁의 주역이었고, 우익의 공세가 바로 이런 이들을 모욕하는 것임을 느끼게 하는 발언이었다.

민주노총과 진보단체 활동가들은 2월 27일 한국당 전당대회 장소(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도 한국당 해체 등을 외치며 항의 행동을 했다.

그러나 민주당을 믿어서는 안 된다. 민주당은 민주주의 문제에서도 일관되지 않다. 전두환·노태우를 풀어 줬을 뿐 아니라 그 두 자를 청와대로 불러 전직 대통령의 예우를 갖춰 환대한 정부가 김대중·노무현 정부였다. 문재인도 반민주적 판결로 처벌됐던 한상균 민주노총 전 위원장 사면·복권과 이석기 전 진보당 의원 석방을 하지 않고 있다.

자유주의자들의 비민주적인 이런 행보들이 바로 우파의 사기 진작에 도움이 돼 왔다.


5·18 망언과 우파, 한국당

한국에서 권위주의 정치 체제에서 자본주의적 민주주의로의 전환은 바로 군부 독재의 총칼에 맞서서 1987년 이후 노동계급 투쟁이 쟁취한 것이다.

그전, 광주 민중의 항쟁은 이후 민주화 운동의 큰 정신적 동력이자 전통이었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기억되고 계승돼야 할 위대한 전통이다.

그래서 한국 사회의 민주화는 광주 학살이 잘못이고 광주 시민의 저항이 정당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이뤄진 것이다.

우파의 북한군 개입설은 이런 위대한 역사와 전통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물론 한국당의 친박 우파 정치인들이 이런 북한군 개입설을 공식 정치의 장으로 끌고 들어온 배경에는 최근의 정치적 양극화가 있다.

친박 우파는 박근혜가 임기 중에 쫓겨난 것 때문에 민주주의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왔다. 그들이 말하는 “민주주의 대한민국”은 오로지 기업 이윤을 위한 정치권력이 전 사회적으로 관철되는 나라이다.

김진태 등의 행태는 양극화의 오른쪽 축이 한국당을 매개로 표현되는 한 방식이다.

이에 대한 광범한 민주적 반감이 표출된 것은 촛불 운동의 효과가 아직도 공식 정치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런 대중적 압력 때문에 바른미래당조차 한국당 규탄 대열에 합류했다.

대중 항의 투쟁에 밀려 정권을 빼앗기고 급속히 약화됐던 한국당은 그동안 공식 정치 바깥의 우익 지지층에 의존해 기력을 회복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실패에 따른 반사이익을 노려 왔다.

그러던 중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노골적으로 진보 개혁 염원을 배신하며 친기업·반노동 기조로 기울자, 실망한 진보 염원층이 가을부터 급속히 지지를 철회하기 시작했다. 최근 한국당이 옛 지지층 일부를 복원하면서 점차 기력을 회복했던 배경이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5·18 망언으로 역풍을 맞은 것이다. 한국당의 전신들은 전통적으로 지배계급의 제1선호 정당 지위를 유지해 왔다. 촛불은 바로 이에 타격을 가했던 것이다. 박근혜의 부패한 통치에 염증을 느껴 중도층마저 이탈했다.

조중동 등 우파 언론들과 한국당 소속인 대구시장조차 5·18 망언을 비난한 이유다. 중도층을 더 멀어지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당 전당대회에선 우파 성격이 두드러졌다. 공안검사 출신 황교안과 태극기부대 대표를 자임한 김진태의 표를 더하면 70퍼센트이다.

황교안 대표 체제 하에서도 당 지지의 확장성을 두고 한국당의 내분은 계속될 것이다. 이는 지배계급의 제1선호 당으로서, 성장하고 있는 대중 운동의 표적이기 때문이다. 황교안이 경선 막판에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이는 최근의 손석희 비방과 연결돼 있다), 박근혜 탄핵 부당론 등에 동의한 것은 이 자들이 국민 대중의 정서와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 거의 외계인 같은 존재임을 입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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