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집트 혁명가가 말하는:
‘아랍의 봄’ 8년, 이집트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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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의 ‘아랍의 봄’ 혁명이 일어난 지 8년이 지난 지금, 이집트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들어 보기 위해 이집트 사회주의 활동가를 만났다. 타헤르 무크타르는 이집트의 혁명적 단체 ‘혁명적사회주의자(RS)’ 회원이자 2011년 ‘아랍의 봄’ 혁명 당시 의사노조 파업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프랑스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아 유럽에서 이집트 정부에 반대하는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 활동가 앤 알렉산더와 ‘노동자연대’ 활동가이자 아랍어 통번역 전공자인 박이랑이 인터뷰했다.
먼저 현재 이집트의 정치적 상황에 대해 말해 줄 수 있나요? 2011년 혁명 이후 8년이 지난 현 상황을 어떻게 보시나요?
1월 25일은 혁명 8주년이었습니다. 당시 혁명은 여러 측면에서 희망과 변화의 기회였습니다. 그러나 2013년에 군부 쿠데타가 일어났고, 압델 파타 엘시시가 대통령에 당선했습니다. 쿠데타 이후 상황은 큰 혼란이었습니다. 기존의 정치 활동 영역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정권은 혁명에 참여했던 청년들을 보고 교훈을 얻었습니다. 즉, 무바라크 정권이 2011년 혁명의 청년들에게 정치 활동에 참여할 여지를 줬기 때문에 몰락했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래서 정치 활동의 숨통을 아예 조여 버리려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인권 상황이 완전히 비극적인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매년 수백 명이 납치·실종되고 있습니다. 고문이 대놓고 광범위하게 체계적으로 행해지고 있습니다. 저도 감옥에서 고문을 당했었는데요. 제가 체포됐을 때 함께 수감된 30명 중 28명이 구타와 전기 고문 등 체계적 고문 등을 겪었습니다. 정부는 이렇게 고문을 통해서 사건을 날조한 후 활동가들을 장기 수감하거나 사형을 선고합니다. 2017년 12월 26일과 2018년 3월 사이에만 30명이 군사 법정을 통해 처형당했습니다. 그 뒤 국제적 압력이 어느 정도 가해져서 사형 집행이 연기됐습니다.
작년 봄에 시행된 대선에서는 엘시시만이 입후보했습니다. 입후보하려던 다른 후보들은 엘시시 지지 선언을 하고 사퇴하거나 체포돼 구금되는 등 방해와 압력 탓에 아예 출마하지 못했습니다. 이렇듯, 현재 이집트에서는 정치 활동 공간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고, 의회는 엘시시가 장기 집권할 수 있도록 헌법까지 개정하고 있습니다. 의회의 배후에는 정보부가 있는데, 의회의 역할은 바로 군부 독재의 수발을 드는 것입니다.
정권을 지지하는 세력은 누구인가요?
외부의 지원은 이집트 정권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애초에 이집트 정권은 유럽과 서방의 지원이 없었다면 쿠데타 감행을 비롯해 시위대를 학살할 힘과 용기도 없었을 것입니다. 주변국 중에서는 가장 대표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가 이집트 정권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아랍에미리트가 쿠데타를 위해 군부에게 막대한 금액의 자금을 지원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 있습니다. 아랍에미리트·사우디아라비아·이집트 사이에는 지역적 차원에서 외교적 협력을 비롯해 정보기관들 간의 교류도 긴밀합니다. 물론 다른 한편에는 현재 이집트 정권에 전폭적 지지를 보내는 이스라엘도 있습니다.
이집트 사회 내부에서 엘시시 정권을 지지하는 세력은 누가 있나요?
일단 정권은 이집트 국가 기구 바깥에 기댈 곳이 없습니다. 법조계, 군대, 경찰의 모든 구성원이 엘시시를 지지한다고 가정할 수도 없습니다. 이들이 직업 특성상 정권을 지지하는 것이 당연할 것 같아 보여도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자본가들을 보더라도 논리적으로는 정권을 지지하는 것이 당연할 수 있겠지만, 군부가 이집트 경제에 끼치는 막대한 영향 때문에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정확한 수치는 집계된 바가 없지만 대략 경제의 30~40퍼센트 정도가 군부 소유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즉, 이집트 경제는 군부에 의해 운영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군부가 시장 경쟁에 뛰어들면 이길 수 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군부는 강제 징집된 군인들을 동원해서 무료 노동을 시키거나 자원도 마음대로 활용하고, 국가 안보라는 이유로 토지를 강제 수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민간 사업자보다 생산 단가를 낮출 수 있는 것입니다. 그뿐 아니라, 군부는 최근 미디어에도 막대한 통제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정보기관이 직접 방송국을 운영하기까지 합니다. 군부는 정치뿐 아니라, 드라마·영화·가요 같은 미디어까지 직접 참여하고 있습니다.
정권의 경제 정책과 관련해서 특별히 언급하실 만한 점이 있나요? 예를 들어 긴축 정책이나 외국인 투자 유지 정책 등은 성과를 거두고 있나요?
그렇지 못합니다. 정권은 경제 정책에서 엄청난 실책을 저질렀습니다. 엘시시는 집권 후 ‘제2 수에즈 운하’ 같은 계획을 성공시키고 싶어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계획들은 이집트의 보유 외화를 많이 잡아먹었는데, 기대한 만큼의 경제적 효과는 없었습니다. 신운하를 건설했다고 해서 수익이 늘지도 않았고, 1년 안에 서둘러 건설했기 때문에 비용도 많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엘시시에게는 경제적 효과보다 운하 완공 자체가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최근 한 행사에서 엘시시는 “타당성 검토는 필요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엘시시는 무언가에 대해 생각하고 검토하기를 싫어합니다.
제2 수에즈 운하로 문제가 발생하자 정권은 국제통화기금 IMF로부터 차관을 들여왔습니다. 차관을 들여오는 조건으로 정권은 온갖 긴축 정책을 펼치면서 국민에게 고통을 전가했습니다. 연료 지원금이 삭감되고 의약품 값은 올랐으며 가스비를 비롯해 모든 상품 가격이 치솟았습니다. 6개월마다 비슷한 상황이 반복해서 일어납니다. 그래서 현 경제 상황은 매우 안 좋습니다. 2016년에 카이로 지하철 요금이 얼마였는지 돌이켜보시면 알 수 있을 텐데요. 2016년 10월 지하철 요금은 1이집트파운드(약 60원)였습니다. 현재는 거리에 따라 요금이 달라지고, 3파운드에서 7파운드 정도 됩니다. 즉, 고작 2년 동안 거리에 따라서 최대 7배 올랐습니다.
이런 현상이 모든 일상 영역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경제 위기가 엄청난 것이고, 이는 이집트인들이 감내하는 현실적인 고통입니다. 매주 한 두 명이 경제 위기로 인한 고통 때문에 지하철역에서 자살을 합니다. 이런 동영상이 정말 많습니다. 바로 어제도 온라인에서 많이 공유된 자살 영상을 봤습니다. 이제 지하철역에는 자살하려면 제발 다른 곳에 가서 하라는 안내문까지 붙었습니다. 심지어 누군가 철로에 뛰어들어 자살하면 그 유족이 정부에 배상토록 하는 계획이 있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습니다. 이는 이집트 민중이 절박한 상황이라는 증거입니다.
그렇다면 물가 인상 등에 맞선 저항이 있었나요?
우선 정권은 정치적 반대파를 완전히 억누르고 나서 이와 같은 경제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정치적 시위는 이집트가 두 섬, 티란과 사나피르를 사우디아라비아에 양도하는 것에 항의해 벌어졌습니다. 엄청난 탄압이 뒤따랐고 활동가 수백 명이 투옥됐습니다. 그러고 나서 정권은 곧바로 긴축 정책을 추진했습니다. 이 두 섬을 양도한 사건에 분노가 굉장히 컸습니다. 왜냐하면 정권은 자신들이 애국자라고 선전해 왔는데, 이와 정면으로 반대되는 행동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반발하는 움직임은 폭력으로 억눌렀습니다.
그럼에도 지난해 4월에 있었던 지하철 요금 인상 반대 시위는 여러 지하철역에서 동시다발로 벌어졌습니다. 정권은 이 운동을 대대적으로 탄압했고 반기를 들 것으로 예측되는 정치인이나 활동가들을 잡아들였습니다. 예를 들어 유명한 노동운동가이자 노동 변호사인 하이탐 모함메딘은 요금 인상 반대 시위가 벌어지기도 전에 체포됐습니다. 실제로 참여하지도 않은 시위를 선동했다는 혐의로 잡혀갔습니다. 여러 시위가 크게 열린 후에 자주 일어나는 일입니다.
정권에게 약점이 있다고 보시나요?
제 생각에 정권은 두 가지 근본적 약점이 있습니다. 우선 정치적 기반이 없습니다. 아랍에미리트와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주변국과 해외의 지원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이들은 민중 반란이 벌어져 자국으로 확산되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기 때문에 서로 이해관계가 깊게 얽혀 있습니다.
둘째, 이집트 정권이 서방 세력들과 일시적 동맹을 맺을 수 있었지만, 이 동맹은 오직 막대한 돈을 썼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이집트 정권은 독일 기업 지멘스와 수천만 파운드 규모의 계약을 체결해 가며 독일에게서 경제적 지원을 얻으려 했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사려고 하지 않는 프랑스의 라파엘 전투기를 수천만 파운드어치 구입했고, 영국이나 미국과도 마찬가지 거래를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관계가 단기적이라는 점이며, 이집트 정권과의 동맹에 반대하는 운동이 존재하는 서방 국가는 엘시시에게 장기적으로 의존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2017년 10월 엘시시가 프랑스 파리를 찾았을 때 프랑스 대통령 마크롱은 기자회견에서 엘시시에게 인권 교육을 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1월 이집트를 찾은 마크롱은 공식 성명을 통해, 엘시시 하의 이집트 인권 상황이 무바라크 때보다 안 좋으며 안정성도 결여된다고 말했습니다. 이렇듯, 자국 내 동맹 세력이 부재한 엘시시에게는 절실한 외부의 동맹이 한순간에 등을 돌릴 수도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이집트 정권은 경제 위기를 해결할 능력도 없습니다. 정권은 현재 신행정수도를 건설하는 데에 막대한 돈을 쓰고 있습니다. 이 수도는 아무런 경제적 효과가 없고, 오직 정치적 목적으로 건설되고 있습니다. 정권은 카이로에서 혁명이 다시 일어나는 것을 매우 두려워하기 때문에, 국가 기구들을 다른 곳으로 옮겨 놓기 위해 수천만 파운드를 쓰고 있는 것입니다. 이 돈은 경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정부 부처 건물을 이전하거나 탄압을 강화하는 등, 정권의 안위만을 위하는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해외의 활동가들과 노동조합이 이집트의 활동가들과의 연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이집트 정권은 무기를 구입해 주는 대가로 지지를 보내고 있는 해외 정부들에게 의지하고 있습니다. 해외의 사람들은 자국 정부가 이집트의 범죄 정권과 동맹을 맺는 것에 반대해 조직하고 변화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먼저 다뤄야 할 문제는 탄압에 사용될 수 있는 장비 거래입니다. 이를 반대 운동의 초점으로 삼아야 합니다. 우리는 서명을 받고, 시위를 조직하고, 의회에 압박을 가해서 ‘왜 우리 정부가 칠레의 피노체트와 하등 다를 바 없는 독재자를 지지하고 있는지’ 물어야 할 것입니다.
이집트 외부에 있는 활동가들이 초점을 맞춰야 할 둘째 문제는 이집트 내부의 활동가들과 노동조합을 위한 연대를 조직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수감돼 있든, 여행 금지를 당했든, 해고를 당했든 간에 탄압을 받고 있는 노동조합 활동가나 정치 활동가나 인권 활동가들의 문제를 알릴 수 있습니다. 이집트 정권은 고립을 이용하기 때문에 연대가 매우 매우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자국 내 이집트 활동가들과 연락하며 이집트에서 벌어지는 탄압에 맞선 캠페인을 함께 조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것들이 우리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