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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이집트 현지에서 전한다:
정권 향한 원성이 “절박하고 분노에 차 있다”

가자지구에서의 학살과 이집트 내부의 경제 위기 속에서 이집트인들이 엘시시 정부에 맞서 떨쳐 일어날 수 있을 것인가? 필립 마플릿이 수도 카이로에서 전한다.

4월 초 이집트 언론노조 건물 앞에서 열린 이집트 활동가들의 가자지구 연대 시위 ⓒ출처 이집트 혁명적사회주의자단체(RS)

이집트 지배자 압델 파타 엘시시의 인기가 지금처럼 떨어진 적은 없었다. 엘시시 정부는 군경과 공안기구로 대중을 잔혹하게 억압하는 것에 기대어 유지되고 있다.

수년 동안 엘시시는 이집트 국가기구가 파산하지 않도록 도와 달라고 동맹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제 그 동맹들은 엘시시에게 지원과 투자를 쏟아붓고 있다. 이 투자와 대출은 위험 부담이 크다.

이런 지원과 투자는 가자지구의 위기가 엘시시의 철권 통치를 위협하고, 그의 전임자를 제거했던 2011년 혁명 같은 반란을 촉발할까 봐 우려하는 것의 표현이다.

당시 이집트인들은 전 대통령 호스니 무바라크를 몇 주에 걸친 대규모 시위와 파업으로 끌어내렸다. 오늘날 엘시시가 그러하듯이 무바라크도 구속과 고문, 투옥을 앞세운 통치 방식에 기댔었다.

당시의 반란은 혁명으로 발전해 이집트 전역으로 번졌고, 나아가 아랍 세계 전역과 그 너머에까지 충격을 가했다.

2013년에 엘시시는 군부 쿠데타와 뒤이은 무자비한 탄압을 통해서만 대중 운동을 억누를 수 있었다. 그랬던 운동이 부활할 수 있을까?

엘시시의 동맹들은 그럴 수 있다고 겁을 내고 있다. 그들은 이집트의 경제 위기와 이스라엘의 가자 전쟁이 시위와 파업을 더 많이 촉발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엘시시 정부의 정책은 이집트인 대부분에게 재앙을 안겨 줬다. 물가 인상률은 연 40퍼센트에 달하고, 식료품의 경우에는 훨씬 더 높다.

높은 물가는 특히 이드 기간에 사람들을 힘들게 했다. 이드는 라마단 기간이 끝나는 것을 기리는 명절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이 부족해서 명절 음식이나 선물을 장만하지 못했다. 이때가 되면 어린이에게 무료로 기구를 태워 주고 유희를 제공하던 놀이공원들이 올해는 문을 닫고 지나갔다.

2015년에 극빈층 이집트인들은 소득의 4분의 1을 식료품 구입으로 지출했다. 이제는 소득의 절반을 필수 식품 구입에 쓰고 있다.

엘시시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려면 사람들이 가난과 기아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해서 분노를 샀다. 지난해에는 사람들에게 인내심을 가지라고 훈수를 뒀다. 비판과 시위는 “나라를 망가뜨릴 수 있다”면서 말이다.

엘시시의 정책 중에는 어처구니없게 허영심 가득한 것들도 있다. 카이로 남동쪽에 위치한 사막에 69조 원을 들여 새로운 수도를 짓는 것도 그중 하나다. 거대한 대통령궁과 새 부처 건물 수십 개가 그 구상에 이미 포함돼 있다.

또한 엘시시는 홍해와 지중해를 잇는 수에즈 운하에 새 물길을 만드는 공사도 명령했다. 정부의 수입은 압도적으로 엘시시의 친구들에게 돌아가는데, 그들은 이집트의 약탈적 사업가들과 고위 장교들이다.

엘시시는 “빵, 자유, 사회 정의”를 요구하며 무바라크를 끌어내렸던 혁명적 운동을 파괴하는 것을 목표로 권력을 잡았다.

무수한 집회에서 —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서 있었다 — 수백만 명이 소수만을 부유케 하는 정책을 끝내라고 요구했다. 무바라크는 신자유주의적 IMF가 대표적 성공 사례로 추켜세운 인물이었다.

무바라크는 IMF의 요구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식료품 보조금을 삭감하고, 국유 산업을 팔아 치우고, 1950~1960년대에 빈농에게 땅을 경작할 권리를 준 개혁을 되돌렸다.

민간 소유주들이 옛 토지를 되찾으면서 빈농 가족 수백만 명이 땅을 떠나야 했다. 이제 그들 중 많은 이들이 카이로와 알렉산드리아 주변 빈민촌에 산다. 또 다른 일부는 이주민으로서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향하는 위험천만한 여행길에 오른다.

유럽연합 지배자들은 엘시시가 계속 권력을 쥐고, 또 이집트 등 중동 나라들에서 출발하는 이주민들을 붙잡아 두길 바란다.

그러나 아래로부터 압력이 워낙 큰 탓에 엘시시 정부는 임금 문제에서 형식적인 양보를 해야만 했다. 이번 달에 정부는 최저임금을 71퍼센트 인상해 월 6000이집트파운드[약 17만 원]로 올렸다.

그러나 대부분의 노동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것이다. 10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도록 예외 규정을 뒀기 때문이다. 이집트 사업체의 97퍼센트가 여기에 해당하고 관련 노동자들이 전체 노동 인구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2월에 벌어진 일련의 파업은 이집트 노동자들의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음을 보여 줬다. 이집트의 가장 큰 작업장인 마할라 알쿠브라 방직 공장에서 여성 노동자들을 필두로 작업 거부가 벌어져서 부분적으로 승리했다.

이집트의 혁명적사회주의자단체(RS)는 이렇게 전했다. “2월 24일 노동자 약 7000명이 공장 내 광장을 점거하고 임금 인상 요구를 사장들이 들어줄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노동자들의 압력으로, 사측은 일주일 안에 새롭게 인상된 최저임금을 지급할 수밖에 없었다. 앞서 사측은 3월부로 연봉을 7퍼센트 인상하고 3월치 월급은 8퍼센트 인상하기로 한 바 있는데, 파업으로 추가 인상을 따낸 것이다.

마할라 공장의 노동자들은 언제나 이집트 노동운동의 선두주자였다. 마할라 투쟁은 노동자들이 단결해서 행동하면 변화를 쟁취할 수 있다는 희망을 다른 작업장에 전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와 IMF, 유럽연합이 이집트에 제공하는 지원과 투자는 국가들과 자본가들이 이집트에서 부활한 대중 투쟁을 엘시시가 감당하지 못할 수 있다고 심각하게 우려함을 보여 준다.

가자지구의 한쪽 국경에서 이집트 정부는 이스라엘과 마찬가지로 물자와 사람의 이동을 군대로 막고 있다. 이집트인 대부분에게 가자지구 봉쇄는 “이집트의 치욕”을 의미한다.

카이로의 한 활동가는 엘시시 정부의 행태를 보며 느끼는 분노와 수치심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사람들은 임금과 물가 문제로 절박할 뿐 아니라, 엘시시가 네타냐후의 절친처럼 행동하는 것에 분노하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인 수만 명이 죽고 있는데 이 정권은 그런 일이 마치 다른 별에서 벌어지는 양 굴고 있습니다.

“수백만 명이 시위를 통해 팔레스타인인들과의 연대를 보여 주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지금 그런 일에 나서는 이들은 바로 체포되고 있습니다.”

정부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행동이 카이로의 한 노조 사무실에서 벌어졌다. 최근에는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열린 시위에서 여성들이 아랍 국가들의 배신을 꼬집으며 이렇게 외쳤다. “오, 비겁한 아랍 정부들이여. 가자의 아이들이 굶주리고 있다.”

무자비한 탄압에 의존하겠다는 정권의 생존 전략은 엘시시에게 숱한 위험을 안겨 준다. 2013년에 그는 이집트의 주요 야당이었던 무슬림형제단을 공격해서 파괴했다.

엘시시 정부는 자신의 정당을 갖고 있지 않고, 그 대신 노골적인 조작과 개표 부정으로 선거에서 이기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국가와 민중 사이에 “완충지대”가 사라지면서 — 전에는 무슬림형제단이 수십 년간 그런 구실을 했다 — 엘시시 정부는 아래로부터 운동에 특히 취약하다.

엘시시의 국제적 친구들은 2011년에 파라오를 한 명 잃었고 그런 재난이 반복되는 것을 피하고 싶어 한다. 이스라엘 역시 가자지구 국경에 접한 이집트에서 벌어지는 일을 주시하고 있을 것이다.

네타냐후와 그의 인종 학살 정부가 가장 피하고자 하는 것은 이집트 노동계급이 “빵, 자유, 사회 정의”를 요구하며 궐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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