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IST
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실효성 없는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들

미세먼지가 ‘국가적 재난’ 수준으로 악화됐지만 문재인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은 실제 효과가 없었다. 3월 초 최악의 미세먼지가 장기간 한반도에 머물면서 사상 처음으로 7일 연속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졌다. 그러나 미세먼지 발생에 별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비상저감조치에 따라 국가 및 공공차량 사용 제한과 국가 및 관급 건설공사 전면 중단 조처가 취해졌다. 그러나 전체 자동차 대수와 건설공사 규모를 고려하면 그 효과가 거의 없어 보인다. 차량 2부제를 민간부문까지 확대하더라도 그 효과가 얼마나 클지는 미지수다. 그것조차 일회성에 그칠 공산이 크다. 더욱이 차량2부제나 경유차 제한은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서민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조치이기도 하다.

인공강우도 효과적인 수단이 아닌 듯하다. 성공률이 낮은데다가 성공해도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매우 낮다. 이 분야에서 기술 발전을 이루었다는 중국에서도 인공강우로 미세먼지를 줄였다는 보고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게다가 환경오염을 유발할 가능성도 지적되고 있다. 도로 살수차나 공기정화기 등도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는다.

미세먼지 배출이 가장 많은 곳은 제조업 사업장, 석탄 발전소, 그리고 경유차를 포함한 자동차 등이다. 그런데 이런 곳에서 미세먼지 배출량을 줄이는 대책은 찾기 힘들다.

무엇보다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을 막으려면 그러기 전에 즉,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기 전에 이런 조치가 시행돼야 한다.

따라서 차량을 생산하는 자동차 기업들이 배기가스를 대폭 줄이는 장치를 달아 판매하도록 해야 한다. 기존에 판매한 차도 무상리콜해 저감장치를 달도록 하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조치는 자동차 생산자들의 이윤에 타격을 주기 때문에 실시되지 않고 있다.

기업의 수익성 악화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문재인 정부가 미세먼지를 많이 배출하는 제조업 기업을 단속하리라 기대하기도 어렵다.

국가적 재난

석탄발전을 줄이는 것도 꼭 필요한 조처다. 환경운동연합은 보령화력 1-2호기 등 30년이 넘은 석탄발전소를 기존 일정보다 앞당겨 폐쇄하고 가동한 지 20년 넘고 오염물질 배출량이 많은 석탄발전소도 폐쇄 일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옳은 말이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거의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2022년 완공을 목표로 신규 화력 발전소 7기를 건설하고 있는데 그 규모는 폐쇄될 석탄화력 설비의 세 갑절 가까이 된다. 문재인 정부가 확정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30년이 돼도 화력발전은 지금보다 늘어날 것이다. 심지어 발전공기업은 최근 설비 성능을 개선해 30년 넘은 석탄발전소를 10~20년 더 가동하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미세먼지 줄이겠다면서 석탄화력 늘리는 문재인 정부 ⓒ조승진

전기차 보급이 미세먼지 대책이 되려면 전기 생산 방식을 바꿔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도시의 미세먼지를 발전소가 있는 지역으로 옮기는 것에 불과할 뿐이다.

한국에서 중국발 미세먼지의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미세먼지를 모두 ‘중국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 베이징 등 수도권의 공장들이 산둥성으로 이전해 미세먼지가 한반도에 많이 유입된다는 주장도 여전히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

오히려 최근 발표되는 연구성과들은 국내 제조업과 석탄발전소 등에서 배출하는 미세먼지가 한국의 수도권에서 생기는 고농도 미세먼지의 주범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미세먼지의 ‘중국탓’은 한국 정부와 기업주들, 석탄발전소 그리고 자동차업체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효과를 낼 뿐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와 대기정체가 특정 지역의 미세먼지를 이동시키지 않고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석탄 발전과 경유차 외에 온실가스 배출도 강력히 규제해야 한다.

값싼 화석연료를 에너지원으로 하고 있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려면 시장 논리에 도전하는 강력한 규제가 도입돼야 한다. 그러나 이런 조처는 경제 위기 시기에 기업 이윤에 타격을 주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는 쉽게 추진하지 못한다. 제조업 기업들의 이윤과 가격 경쟁력을 위해서는 값싼 전기를 공급해야 한다고 여기는 것이다. ‘탈석탄’ 공약이 사실상 백지화된 이유다.

경유차 규제는 자동차 기업의 이윤을 갉아먹을 것이다. 결국 문재인 정부는 기업 이윤을 위해 수천만 명의 삶과 건강을 희생시키고 있는 셈이다.

근본에서는 화석연료가 아닌 재생 에너지를 개발하고, 지구 환경이 감당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이윤 논리에 강력하게 도전해야 한다. 자본주의 체제를 뛰어넘는 대안이 필요하다.

이메일 구독, 앱과 알림 설치
‘아침에 읽는 〈노동자 연대〉’
매일 아침 7시 30분에 보내 드립니다.
앱과 알림을 설치하면 기사를
빠짐없이 받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