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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 오염, 더러운 자본주의의 치명적 진실

한해 8백만 명 이상 사망. 신장병·당뇨병·뇌졸중 발병률 증가. 심폐 질환, 치매, 자궁에서 발발해 평생 지속될 수 있는 만성 질환 위험 증가.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를 “소리 없는 공중 보건 비상사태”라고 부른다. 이것은 비만도, 담배도, 설탕도, 술도, 앉아서 일하는 [몸의 움직임이 적은] 생활 양식도 아니다. 바로 우리가 숨 쉬는 공기다.

세계 인구 90퍼센트 이상이 WHO 기준치보다 대기오염이 심각한 곳에 살고 있다. 대기 오염이 심각해지는 속도가 오염을 해결하기 위한 조처를 시행하는 것보다 더 빠르다는 과학적 증거가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대기 오염은 자연적인 현상이 아니다. 예컨대, 초미세먼지*는 호흡기 질환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이다. 이 입자들은 폐, 뇌, 혈류로 들어갈 수 있다.

초미세먼지는 대체로 차량 운전, 난방, 발전소·공장 가동을 위해 화석연료나 나무를 태울 때 발생한다.

3월 초 발표된 한 연구 결과를 보면, 흡연보다 대기 오염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이 죽는다고 한다.

해당 연구의 공저자 조 릴리벨드 박사는 이렇게 지적했다. “유럽에서 미세먼지와 대기 오염 물질 대부분이 화석연료 연소에서 나오는 만큼, 에너지 생산 방식을 시급히 바꿀 필요가 있다.”

아이들이 가장 취약한 축이다. 혼잡한 도시에서 발생하는 오염 물질이 자궁 안 태아에까지 도달해 신생아가 저체중으로 태어날 수 있다.

2017년에 [발표된] 한 연구로, 대기 오염 때문에 저체중 아이 출산의 위험성이 크게 높아진다는 것이 드러났다.

연구 책임자 미레유 톨레다노는, 대기 오염 때문에 유아 사망률도 높아지지만 “평생 당뇨병·심혈관계 질환 등 여러 질환의 [발병] 가능성이 커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톨레다노는 이렇게 덧붙였다. “평생 만성 질환에 시달릴 미래를 확정 짓고 있는 것입니다.”

아동의 신체는 여전히 성장 중이고 면역 체계가 완전히 발달해 있지 않아 감염에 더 취약하다. 대기 오염은 인지발달 둔화와 폐 기능 저하의 원인이 된다. 매년 5세 미만 영유아 약 70만 명이 대기 오염 때문에 사망한다. 수백만 명 이상이 평생 건강 문제로 고통받는다.

노출

가난한 나라들에서는, 5세 미만 영유아 중 98퍼센트가 WHO 기준 한도를 넘는 대기 오염에 노출돼 있다.

2018년 유엔 보고서를 보면, 열악한 대기 조건 때문에 영아 사망률이 높아지고 있다.

영국 보수당은 “깨끗한 공기 정책” 때문에 세 건의 소송을 치러야 했다.

자동차 매연만 대기 오염의 원인인 것이 아니다. 또 다른 주요 오염 물질인 이산화황은 비행기와 선박의 매연으로 방출된다. 가정에서 연소되는 목재, 석탄, 고체 연료에서 전체 초미세먼지의 약 40퍼센트가 만들어진다.

대기 오염에 대한 걱정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1948년 11월 런던은 엿새 동안 스모그에 휩싸였고, 이 때문에 도시 전체가 가동을 멈춘 적 있다.

그렇다면 대기 오염의 해결책은 무엇일까? 어떤 사람들은 차량 운행을 제한하고, 전기자동차 충전소를 더 많이 세우고, 보행자·자전거 [전용] 도로를 더 많이 만드는 것을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낮에 특정한 곳을 가지 않거나 마스크를 써서 대기 오염의 효과를 완화하는 것을 해결책으로 삼는 사람들도 있다.

WHO의 게브레예수스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지구 전체에 만연한 안일함의 기류[가 있다.] … 부유하든 가난하든 그 누구도 대기 오염을 피해갈 순 없다.”

뿌연 하늘 맑고 푸른 하늘을 언제 봤더라? ⓒ조승진

하지만 부자와 빈민이 대기 오염의 피해를 공평하게 입지는 않는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대기 오염의 피해 중 90퍼센트를 저소득층과 중산층이 부담하고, 최상층은 고작 0.1퍼센트만 영향받는다.

게다가 최악의 [대기] 오염 도시들은 대부분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들에 있다.

대기 오염에 대처할 방법들은 지금도 존재한다. 하지만 연구 보고서들이 더 많이 나와 대기 오염의 위험성을 폭로하는 것만으로는 대기 오염에 대처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영국과 세계를 오염시키는 사장들이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을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나서서 [사장들이] 행동하라고 강제하지 않는 이상 말이다. 사회가 운영되는 방식이 바뀌어야만 크게 바꿀 수 있다.

정부는 억만장자 소유주의 손에서 버스와 기차를 빼앗아 와야 한다. [그렇게 해야] 요금을 인상하고 운행을 감축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운영하고 재정이 안정적인 운송 체계를 만들 수 있다.

혼다를 비롯해 여러 기업에서 해고 위험에 처한 자동차 노동자들은 그런 운송 체계를 만드는 데에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이다.

공장의 매연을 줄이기 위해 여과 장치를 장착하고, 화석연료 사용을 완전히 끝내고 청정에너지 사용을 늘릴 수도 있을 것이다.

매우 혼잡한 지역들에는 최악의 오염을 완화하기 위해 나무를 더 많이 심고 공원을 짓는 등 친환경적 공간을 조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변화들은 자본주의 하에서는 극도로 제약될 것이다. 자본가들의 우선순위는 이윤을 지키는 데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유롭게 숨쉬기 위해서라도 자본주의를 끝장내야 한다.


심지어 자본주의에서도 작은 변화는 가능하다

대기 오염은 전 지구적 문제다. 다양한 시기에 다양한 나라들에서 있었던 산업화가 대기 오염의 원인이다.

오늘날 서방 기업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오염 물질을 배출하는 제조업 공장들을 “아웃소싱”해 왔다. 이 때문에 서방 국가들은 여전히 산업화가 진행 중인 빈곤 국가들에 비해 깨끗해 보일 수 있게 됐다.

중동과 아프리카의 모든 도시들, 남아시아 도시들의 99퍼센트, 동아시아 도시들의 89퍼센트가 WHO의 대기 오염 기준치를 한참 넘어섰다.

인도는 30개 [주요] 도시 중 22개 도시가 심하게 오염됐다.

각국 정부들은 대기 오염에 늑장 대응해 왔다. 그러나 심지어 자본주의에서도 변화를 만들어 낼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중국은 대기 오염이 매우 심각한 국가다. 그러나 정부 차원의 대규모 투자가 효과를 내고 있기도 하다.

정부가 “오염과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북경의 대기 오염 수준은 3분의 1만큼 줄었다. 4년 만에, 도시 내 이산화황 수치는 70퍼센트, 미세 입자 오염은 36퍼센트 줄었다.

고통

중국은 20억 파운드[약 3조 원]를 투자해 오래된 차들을 폐기하고 석탄을 태우는 공장과 발전소에 여과 장치를 설치했다.

그러자 2013~2016년에 중국이 관리하는 62개 발전소에서는 오염 수치가 평균 30퍼센트 떨어졌다.

이번 달에 남한 국회는 “사회적 재난” 수준의 대기오염에 대응하기 위해 일련의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관련 기사: 본지 277호 ‘미세먼지 특별법 ─ 과연 효과 있을까?’]

전국 대부분 지역이 미세먼지로 뒤덮였고 7개 주요 도시들은 사상 최악의 초미세먼지로 고통받았다.

서울에서는 자동차 전용 [고가] 도로 15곳이 철거됐고 그 자리에 버스 전용 차선들과 새로운 하천[청계천]이 생겼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모든 차량에 “크리테르” 평가[친환경등급제]를 시행하고 있다. 전기 차량은 1등급으로, 오래된 디젤 자동차·오토바이·대형 트럭은 6등급으로 나뉜다.

낮은 등급으로 분류된 차량들은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파리 시내 운행이 금지된다.

2017년에는 5등급으로 분류된 차량들도 파리 시내 운행을 금지했다. 이 조처로 운행 차량 대수는 약 3퍼센트만 줄었지만 초미세먼지는 11퍼센트 감소했다.

많은 주요 도시들은 어떤 형태로든 차량 운행 제한을 시행하고 있는데, 보통은 차량 2부제다. 그러나 이런 제도 때문에 사람들은, 대개 싸고 오염 물질을 많이 생산하는 두 번째 차를 사게 된다.

런던에서는 3월 마지막 주부터 “공해차량 운행제한지역제도”를 런던 시내에서 시행할 예정이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저배출량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버스에는 12.5파운드[약 1만 9000원], 화물차에는 100파운드[약 15만 원]의 ‘독성 요금’이 부과될 것이다.

런던 시장 사디크 칸은 이 제도로 배기가스가 약 45퍼센트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제도에는 그린스크린[도로변 등에 식물을 줄지어 심어 대기 오염 물질을 차단하는 일], 실내 공기 필터, 학교 출입구 앞 도로 사용 제한, 보일러 개선, 엔진 공회전 제재, 보행·자전거 사용 장려 등의 조처들도 함께 딸려 온다.


자동차 생산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대기 오염에 관한 우려가 커지자 자동차 제조사들은 생산 모델을 조정했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자동차를 생산한 것이 아니라, 배기가스 측정 테스트 결과를 속이는 데에 자원을 쏟아부은 것이다.

배기가스 측정 테스트 상황에서는 배기가스를 적게 배출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현실 세계에서 이런 자동자들은 휘발유차들보다 훨씬 많은 오염 물질을 내뿜었다.

중앙정부와 영향력 있는 자동차 기업주들의 밀실 합의 문화가 바로 이런 사기 행위를 조장했다.

예컨대 2013년에 독일 정부는 유럽연합 은행업계 보너스 상한선 폐지를 요구한 영국의 제안을 지지했다.

그 대가로 영국 정부는 독일을 도와 자동차 규제 강화 방안들을 좌절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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