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IST

미세먼지 특별법 ─ 과연 효과 있을까?

필자가 녹색당의 미세먼지 특별법에 관한 논평을 반영해 일부 내용을 추가했습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고농도 미세먼지가 엄습하는 날이 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2월 15일부터 미세먼지 특별법을 시행했다. 며칠 뒤인 22일 고농도 미세먼지 예보가 있자 특별법에 따라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실시됐다.

비상저감조치가 발표되면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의 운행이 제한되고 대기 오염물질 배출 시설의 가동시간 변경 또는 가동률을 조정하는 등의 조치들이 취해진다. 어린이집, 유치원, 초중고교는 휴원하거나 휴업할 수도 있다. 노동자는 재택근무나 시간제 근무 등 탄력적 근무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조치들은 실효성이 없을 것 같다. 환경운동연합도 이 특별법이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먼저, 이런 조치들은 지자체가 추진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시도 조례를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서울시를 제외하면 이런 조례를 준비하고 있는 지자체는 없다. 전국적으로 이런 조례가 시행되면 효과가 있을까?

각 지자체들이 강력히 단속하면 고농도 미세먼지가 예보된 다음 날 전국의 노후 경유차 260만 대가 운행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차량 운행 제한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갑갑한 공기만큼이나 정부 대책도 갑갑하다 ⓒ조승진

이윤 우선

대기 오염물질 배출 시설인 석탄화력발전소, 제철 공장, 석유화학 및 정제 공장, 시멘트 제조 공장 등에 대한 규제도 실효성이 낮다. 과태료가 최고 200만 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가동시간을 줄이거나 가동률을 조정해서 보는 손해가 과태료보다 훨씬 크다.

엄격하게 법률을 집행할 지자체도 많지 않을 것이다. 이 기업들의 지방세가 지자체들의 주요 수입원이기 때문이다.

미세먼지에 대해 재난 수준의 대책을 내놓겠다는 문재인 정부는 한편으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의 임시 운행 중단을 지시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성능 개선을 통해 수명 연장을 추진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이번 미세먼지 특별법의 특징 중 하나로 미세먼지 취약 계층 지원을 꼽았다. 하지만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자녀를 맡기고 출근해야 하는 노동계급 가정은 휴원 조치가 취해지면 더 난감해질 수 있다. 자녀가 있는 노동자들의 사정을 고려한 보완책이 없기 때문이다.

녹색당도 미세먼지 특별법이 시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녹색당은 기후변화가 대기정체 현상을 초래해 미세먼지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에 기후변화의 원인인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녹색당은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경유차 조기폐차 같은 조치도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경유차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에 대해 정부 지원 같은 대책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문제의 원인인 자동차 기업들에게 세금을 더 거두면 그에 필요한 비용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 유해 배기가스를 줄이는 책임은 기업주들과 정부에게 물어야 한다.

다른 한편, 환경운동연합 등이 주장하듯이, 친환경차 확대 정책이나 경유에 대한 세금을 높이는 유류세 조정 같은 정책들도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서는 별 효과가 없을 것이다. 전기차나 수소차도 운행하려면 전기가 필요하고 그 전기를 만들기 위해 석탄이나 석유 같은 화석 연료를 사용해야 하는데, 이 때 미세먼지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녹색당은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중국과 협력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공상에 가까운 계획이다. 한국이든 중국이든 이윤에 타격을 주기 때문에 미세먼지를 대폭 줄이는 정책을 추진하기가 매우 힘들다. 그래서 두 나라에서 실시하는 미세먼지 저감대책은 상징적인 의미에 가깝다.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두 가지 이유 때문에 미세먼지에 대한 근본 대책을 내놓을 수 없다. 첫째는 미세먼지를 다량 방출하는 산업(발전소, 제철 기업, 기타 일반 제조업 등)을 엄격히 규제하거나 단속할 수 없다. 이 산업들의 이윤에 타격을 입히기 때문이다. 둘째는 자본주의 체제가 재생 에너지보다 비용이 저렴한 화석 연료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의 보고에 따르면, 해마다 600만 명 이상이 대기 오염으로 목숨을 잃는다고 한다. 엄밀히 말해 자본주의가 이들을 죽인 살인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