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사일” 발사:
미국의 대북 압박 속 한반도에 긴장이 다시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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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4일 오전 북한이 단거리 발사체 수 발을 동해로 발사했다. 여기에는 북한의 신형 전술유도무기가 포함됐다고 알려졌다. 1년 전에 견줘 한반도의 기류가 바뀌고 있음을 시사하는 듯하다.
우파는 이 전술유도무기가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며, 따라서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했다고 비난한다. 혁명적 사회주의자로서 북한의 행위를 옹호할 수는 없으나, 이런 주장은 그 자체로 매우 위선적이다.
5월 1일 미국은 대륙간탄도미사일 미니트맨Ⅲ 시험 발사를 했다. 캘리포니아에서 발사된 미사일은 무려 6759킬로미터를 날아가 마셜제도의 환초에 떨어졌다. 북한 발사체와 미국 핵미사일 중에 무엇이 더 위협적인가? 미국 미사일의 발사 단추는 트럼프라는 미치광이한테 있는데 말이다. 그러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만이 유엔 제재 대상이다.
감시
“미사일” 발사만 보면, 북한의 일방적 도발로 비칠 수 있다. 그러나 전후 맥락을 보면 그렇지 않다.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은 트럼프 정부의 일방적인 양보 강요로 끝났다. 아마도 북한 김정은 측은 미국의 태도에 커다란 굴욕감을 느꼈을 것이다.
이후에도 트럼프 정부는 기존 태도를 고수했다. 북한의 선(先) 핵포기 전에는 대북 제재를 유지한다고 계속 밝혔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존 볼턴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을 했다는 진정한 징후”를 보여야 3차 정상회담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즉,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백기 투항을 해야 다시 만나겠다는 얘기다.
4월 14일 〈월스트리트 저널〉은 동중국해에서 북한 선박 감시 작전을 벌이는 미군 이지스함에 승선한 경험을 보도했다. 이 보도를 보면, 일본·한국·캐나다 등 8개국이 미국 해군 주도 하에 북한의 해상 환적을 살피려고 181만 제곱킬로미터의 해상을 감시하고 있다. 최근 동아시아 해역에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북한 감시용 함정과 초계기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군이 〈월스트리트 저널〉에 대북 제재 감시 활동을 공개한 것은 그 자체로 북한을 향한 메시지다. 그 보도가 4월 25일 북·러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 나왔다는 점도 시사적이다.
북한 “위협”을 명분으로 동아시아에서 벌이는 미군 주도의 연합 해상 활동은 중국을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
이렇듯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제국주의 간 경쟁의 맥락 속에서 봐야 한다.
세력 균형?
지난해 남·북/북·미 정상회담으로 한반도 평화에 대한 기대가 생긴 와중에도, 미국과 중국의 제국주의적 경쟁은 계속 악화해 왔다.
우선, 양측의 지정학적 경쟁이 심각하게 악화하고 있다. 4월 29일 미군 이지스함 2척이 대만해협을 통과했다. 대만 독립 문제에 예민한 중국을 자극하는 행동인데, 올해 들어서만 미군 군함이 4차례나 대만해협을 지나갔다. 앞서 6일에는 프랑스 해군 호위함도 대만해협을 항행해 중국이 반발했다. 그런데 이 프랑스 호위함은 북한의 해상 환적을 감시하겠다는 명분으로 동아시아에 배치된 함정이었다.
미·중 무역협상도 순탄치 않다. 미국의 공세적 요구 때문에 합의에 이르기가 쉽지 않은 데다가, 트럼프는 다시 대중국 관세를 인상하겠다고 을러댔다.
미국(·일본)과 중국 간의 지정학적 경쟁이 점증하는 가운데, 러시아도 한반도에 접근하고 있다. 러시아는 2008년 조지아 전쟁 이래 시리아, 우크라이나 등지에서 서방 제국주의와 갈등을 빚고 있다. 그리고 북한과의 관계 강화로 한반도에도 접근하는 것이다.
미국의 대북 위협을 우려하는 사람들 중에는 러시아를 두고 “한반도 문제에 강력한 중재자가 등장했다”고 환영하는 사람도 있다. 러시아가 미국을 견제하리라 기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제국주의적 이해관계를 갖고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고자 할 뿐이다. 이런 상황은 오히려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의 각축이 더 치열해지고 있으며, 한반도 불안정이 중장기적으로 높아질 것임을 가리킨다.
열강의 경쟁이 점증하고 북·미 관계가 다시 나빠질 조짐이 보이자, 문재인 정부의 입지도 압박을 받고 있다. 이를 보며 문재인 정부가 열강 사이에서 세력균형을 도모해 한반도 평화를 위한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이런 주장은 우파의 한결같은 한미동맹 강화론에 대한 비판 성격을 띠고 있긴 하다.
그러나 세력균형 추구(또는 균형외교)는 오늘날의 지정학적 상황에서 현실성이 없다. 남·북한 모두 한반도 문제에서 주된 플레이어가 아니다. 또한 남한은 미국 제국주의에 오랫동안 얽히고설켜 왔다. 남한 지배자들이 그 역사와 단숨에 절연하기는 매우 어렵다.
미국은 당장에 “화염과 분노” 상황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금 이란·베네수엘라에 대한 압박을 동시에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 북한과의 갈등 악화를 더하는 것은 미국에게도 부담이 될 것이다.
그러나 제국주의 간 갈등의 악화로 세계 곳곳에 화약고가 생기고 있고, 그 화약고 중에 어느 한 곳이라도 터지면 다른 곳도 그 영향을 받을 것이다.
따라서 한반도를 둘러싼 교착 상태가 언제까지 지속되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 자본주의에서 (무장한) ‘평화’ 시기는 대체로 새로운 불안정으로 가는 긴장이 축적되는 시기다. 따라서 한반도의 불안한 평화는 언제든 임박한 위험으로 전환될 수 있다.
그리고 이미 한반도에 긴장이 다시 쌓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