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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전략, 누구를 위한 것인가?(1)

자본주의가 세계를 변화시키는 모습을 보면 언제나 놀랍다. 따라서 이러한 변화를 몇차 ‘산업혁명’이라 부르는 일도 무슨 대단한 과장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이미 《공산당 선언》에서도 “부르주아지는 생산 도구들에, 따라서 사회관계들 전체에 끊임없이 혁명을 일으키지 않고서는 존재할 수 없다”고 지적했을 정도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가 세계 어디에서도 쓰지 않는 ‘4차산업혁명’이라는 말을 들고 나와 ‘혁명위원회’까지 만들어 정보통신기술(ICT), 인공지능, 미래차, 3D 프린팅, 바이오기술 등과 그 융합을 일컫는 것도 뭐 특별히 황당한 일은 아닐 수도 있다. 박근혜 정부가 똑같은 내용을 ‘창조경제’라 했다는 것은 지적해야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4차산업혁명’, 최근에는 ‘혁신성장전략’으로 이름을 바꾼 이 정책들이 단지 ‘산업혁명’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다. 국민과 평범한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가져다줄 정책들을 동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규제 완화와 민영화이고, 또 그 유관 노동정책들이 그것이다.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규제 혁신이라는 이름 아래 공공부문 민영화, 환경 규제 완화, 의료 민영화, 복지재정 삭감, 재정 긴축 등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5월 22일 발표한 혁신성장전략의 하나인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전략도 대표적 사례이다.

5월 22일 바이오헬스 국가비전 선포식 ⓒ출처 청와대

우선 바이오헬스가 무엇인지부터 이야기해야겠다. 바이오헬스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흔히 떠올리는 것은 제약과 의료기기다. 그러나 정부가 말하는 바이오헬스 산업은 그게 다가 아니다. 청와대의 친절한 설명에 따르면, “바이오헬스는 의약품, 의료기기 등 제조업”뿐 아니라 “의료, 건강관리 서비스업을 아우르는 산업 분야”다. 즉, 건강보험, 병원, 의료 등을 포함하는, 우리가 흔히 보건의료라고 부르는 분야를 영어로 옮겨 놓은 것이다. 잘 생각해 보면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바이오는 생명이고 헬스는 건강 혹은 보건의료다. ‘의료 산업화’라고 하면 사람들이 의료 민영화를 떠올리다 보니, 언젠가부터 삼성 등 관련 업계는 바이오와 헬스라는 말을 의도적으로 써 왔다.(바이오와 헬스케어에 투자한다는 말과 건강이나 보건의료에 투자한다는 말을 비교해 보라.) 드디어 문재인 정부가 정부 용어로 ‘바이오헬스’ 산업이라는 말을 이재용 부회장을 만난 작년 7월 직후 정식화해 줬다.

따라서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전략’도 단순히 제약과 의료기기만을 포괄하는 전략이 아니다. 병원 민영화, 건강보험·민영의료보험과 직결되는 개인 질병 정보 상업화, 임상시험 규제 완화 등 보건의료 전반에 걸친 의료 민영화와 규제 완화 정책을 다 포괄한다. 이것은 2010년 8월 삼성경제연구소가 이명박 정부의 수의계약을 받아 내 작성한 보고서 ‘미래복지사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산업 선진화 방안’의 최신 버전이기도 하다. 한 마디로 문재인 판 의료 민영화 전략의 결정판이라고 보면 될 듯하다.

모든 부문을 한꺼번에 들여다보기는 힘드므로, 우선 ‘제약과 의료기기’ 분야부터 보자.

제약과 의료기기 분야는 일단 제조업으로 분류되는 산업이다. 그런데 그 생산물이 항생제·항암제·백신 등 의약품이거나, 엠알아이·초음파·심전도·투석기계 등에 더 나아가 주사기·거즈 등 의료기기이다. 따라서 공공성이 강해야 하는 제조업이다. 사람에게 써야 하니 그 만큼 안전이 우선돼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건강보험으로 구입해야 하니 그 만큼 비싸서도 안 된다.

그런데 이걸 산업화하는 것을 국가 목표로 삼겠다는 것이다. 당연히 그 목표는 빨리 허가해 주고, 기업 입맛에 맞게 규제를 개선하고, 세금 혜택을 주고, 임상시험을 면제해 주고, 세금으로 연구개발비를 대주는 것 등등이다. 한 마디로 안전과는 거리가 멀다. 이렇게 국가의 지원으로 생산된 의약품과 의료기기라면 국민에게 저렴하게 공급하는 게 당연할 듯한데, 자본주의에서 혁신성장은 그게 아니다. 비싸게 파는 상품으로 키워 5대 수출업종의 하나로 성장시키겠다고 한다.

그런데 이 산업혁신 전략은 여러 가지가 문제다.

첫째, 한국 바이오 산업의 실체다. 한 마디로 거품이 심해도 너무 심하다. 이 ‘바이오 버블’은 너무 심각해 증권가에서도 여러 차례 지적됐다. 지난해 4월 유진투자증권에서 나온 한 보고서 ‘중소형주 시장의 바이오 버블, 시장 건전성 심하게 훼손’은 이렇게 지적한다. “코스닥과 거래소에 상장된 업체들의 지난 11월 이후 주가 상승률 30개 상위 업체 중 약 80퍼센트가 바이오 업체들이었다.”(그 30개 업체의 주가 상승률은 1위가 800퍼센트고 30위가 200퍼센트다.) “현재의 중소형주 내의 바이오장세가 정당성을 가지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한국에서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고, “대표적인 글로벌 바이오시장의 인덱스인 NBI(나스닥 바이오 인덱스)는 지난 1년간 약 8.8퍼센트 상승했고, 올해는 -1.4퍼센트 하락한 상태”인데, “국내의 KRX 헬스케어 지수, 코스닥 제약지수는 지난 1년간 각각 96.5퍼센트, 123.3퍼센트 급등했다.” 버블이라는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둘째, 우리 나라 바이오 의약품의 실체는 어떠한가? 최근 드러난 인보사 사태가 그 실체다. 우선 인보사는 희귀난치성 질환이나 중증 암 치료제가 아니다. 세계 최초 유전자 치료제라고 하지만, 대체 치료제가 있는 무릎 퇴행성 관절염 치료제다. 인보사를 퇴짜 놓은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의 표현을 빌리면, 인보사는 ‘700만 원짜리 진통제’일 뿐이다. 문제는 현재 개발 중인 바이오 의약품이 대부분 그렇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바이오 의약품은 그 효용성도 매우 의심스럽다. 다시 인보사를 보자. 한 마디로 처음부터 사기였다. 연골세포라더니 실험실에서니 쓰는 종양 유발 세포의 변형 세포였다.(이조차 확실치 않다.) 회사는 이 사실을 허가받은 후에나 알았다고 했다. 그러나 일본 제약회사 미쓰비시다나베가 밝힌 내용을 보면, 회사는 국내 시판을 하는 시점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 심지어 작년 이웅열 코오롱 사장이 퇴직금을 챙겨 벤처를 창업하겠다고 ‘은퇴(?)’한 것도 이미 사태 전개를 다 예상하고 벌인 일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이 하나 생긴다. 그럼 그냥 국내에서나 팔았으면 되지 왜 까다로운 미국의 임상시험 승인을 통과하려 하다가 문제가 발각됐을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인보사는 환자들을 위한 의약품이 아니라 주가 올리기용 상품이었기 때문이다. 모든 바이오 의약품 기업의 꿈은 미국·유럽·일본에서 임상시험을 거쳐 시판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첫째, 연구개발(R&D) 주력의 바이오기업 주가는 임상 한 단계 완료 시마다 ... 계단식으로 움직인다. 둘째, 주가 상승 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나는 단계는 임상 2상 완료 후 3상에 진입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KTB 투자증권, ‘R&D 이벤트에 드리븐되는 신약개발 기업 주가’, 2018.4).

연구개발 진행 임상 이벤트에 따른 주요 미국 바이오 기업 시가총액 추이 ⓒ출처 Ktb 투자증권, 'R&D 이벤트에 드리븐되는 신약개발 기업 주가'

위 그림에서 보듯이, 국내 임상시험 단계마다 주가가 뛴다. 국내에서 시판 허가를 받으면 주가가 급상승한다. 미국에서 하는 임상시험 승인 단계마다 주가가 폭등한다. 그런데 그 주가 상승액이 몇십억 원이 아니다. 조 단위다. 수조 원이 넘는 돈을 벌 기회를 그냥 날려 버릴 것인가. 아니면 대박을 노리고 도박을 할 것인가. 인보사의 사기는 도박이었고 국내에서는 성공했으나 미국에서는 결국 실패했다. 그래도 이미 실패할 것을 안 경영진들은 미리 주가를 올려 남은 돈까지 긁어 갔다. 몇십조 원에 해당하는 돈 잔치를 끝내고 그들이 떠난 폐허에는 깡통을 찬 개미 투자자들과 종양이 될지도 모르는 수백만 원짜리 주사를 맞은 3700명의 환자가 남았다.

현재 한국에서 허용된 세포 치료제와 유전자 치료제는 16개다. 이 중 효용성을 의심받는 의약품이 한두 개가 아니다. 아니, 이 중 미국에서 허용된 세포 치료제는 하나도 없다. 약인지 의심스러운 것이다. 그런데 삼성바이오로직스(일명 삼바)와 셀트리온(코스닥 대장주로 불리다가 이제 코스피로 옮겨간)을 빼고도 나머지 바이오 주가가 무려 40조 원이다. 삼바와 셀트리온을 합하면 100조 원이 넘는데, 셀트리온은 분식회계로 곤욕을 치룬 게 작년이고 삼바는 지금 분식회계뿐 아니라 사기 대출과 사기 상장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한마디로, ‘바이오헬스’는 바이오 제약 산업에 관한 한, 특히 한국에서는 새로운 산업혁명이라기보다는 그냥 투기자본과 바이오 기업들에 의한 버블에 가깝다. 한국 정부의 바이오헬스 산업전략은 이 버블을 더 키우고 여기에 세금을 1년에 4조 원이나 들이붓겠다는 거다.

3차 산업혁명이라 불린 것을 다시 생각해 보자. 3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던 정보기술혁명은 실체가 무엇이었던가? 1990년대 중반 정보기술혁명으로 불리면서 미국의 경제 상승기를 이끌었던 이른바 ‘신경제’(New Economy)인데, 이는 2000년의 닷컴 버블 붕괴로 거품처럼 사라졌다. 당시 연준 의장 그린스펀 등 신경제 옹호자들은 주장했다. 정보혁명은 경기순환을 없애는 새로운 ‘경제혁명’(규모 체감이 아니라 체증의 법칙을 만들어 내는)이고, 노동자들은 정보기술혁명에 힘입어 더는 장소와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고 말이다.

그러나 그러한 주장은 2000년의 닷컴 버블 붕괴, 더 나아가 2008년의 세계경제 위기로 붕괴했다. 노동자 경영 참여, 재택 업무 등의 주장은 노동강도 강화, 임시직 노동자의 증가, 복지제도의 축소 등으로 나타났을 뿐이다.

자본주의는 ‘혁명’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그러나 그 ‘혁명’은 노동자와 민중을 위한 혁명이 아니라 자신의 이윤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사회관계 변형의 시도다. 더욱이 현대에 들어서 자본주의의 혁명은 금융자본주의적 부패와 투기자본의 한탕주의와 함께 나타나기 때문에 민중과 노동자에게 미치는 악영향이 더욱 크다. 그야말로 좀비 자본주의라 할 만하다. 지금 한국 바이오 ‘혁명’은 의약품이 더는 국민을 위한 약품으로서가 아니라, 환자는 어떻게 되든 말든 부패한 주식시장의 투기자본의 땔감으로만 쓰이는 상품이 돼 버리는 ‘혁명’이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의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전략은 이것이 다가 아니다. 크게만 보아도 국민의 개인 질병 정보를 ‘건강정보 빅데이터’ 산업화라는 이름으로 기업이 가져다 쓰고, 대학병원을 기술지주회사로 더욱 영리화하고, 건강관리 서비스를 사기업에 맡겨 결국 국민건강보험을 껍데기만 남게 하겠다는 것 등이 포함된다.(이것은 다음에 다루겠다.)

“지금이 우리에게는 바이오헬스 세계시장을 앞서갈 최적의 기회입니다. 우리 나라가 세계 최고가 된다면 건강하게 오래 사는 소망이 가장 먼저 대한민국에서 이루어질 것입니다.” 5월 23일 오송을 방문해서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전략을 발표한 문재인 대통령의 말이다. 도대체 우리 나라가 어디에서 세계 최고가 된다는 것이고, 누구의 소망이 이루어진다는 것인가.

이 기사를 읽은 후에 “문재인 정부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전략, 누구를 위한 것인가? (2) — 박근혜 정부의 의료 민영화 정책의 계승”을 읽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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