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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지표 회복” 발표는 사기:
자동차 산업에 불붙는 구조조정, 확대되는 일자리 위기

“고용의 양과 질이 모두 뚜렷하게 개선되고 있다.”

문재인은 9월 16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지난달(8월) 고용지표가 크게 회복됐다며, 정부가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도 2년간 적극적으로 일자리 정책을 편 성과라고 자화자찬했다.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주요 산업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일단락됐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정부가 발표한 8월 고용 통계를 보면, 전년 같은 달 대비 취업자가 45만 명 이상 증가했고, 8월 기준으로 고용률(15~64세 인구 중 취업자 비율)은 역대 최고를 기록했으며, 실업률도 역대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고 한다. (전년 동월 대비 고용률 0.5퍼센트 증가, 실업률 1퍼센트 하락)

그러나 요란스런 자화자찬이 무색하게도 각종 경기지표는 악화하고 있다. 그 가운데 고용지표만 급격히 좋아졌다는 것인데, 과장이 심하다 못해 거의 사기에 가깝다.

우선, 정부가 비교 기준으로 삼은 지난해 8월은 고용지표가 가장 낮았던 때다. 그러다 보니 지난달 고용지표 회복이 상당히 부풀려졌다.

고용지표는 매달 약간의 등락을 하고 있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상황을 진단하려면 좀더 긴 기간을 두고 추세적으로 보는 게 필요하다.

지난 2년의 고용지표 추이를 살펴보면, 올해 들어 취업자 수가 늘어난 게 사실이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의 취업자 수는 지난해보다 24만 9000명 늘었다. 그런데 같은 기간 실제 구직을 하는 경제활동인구가 27만 2000명 늘었기 때문에 고용률 개선 효과는 거의 없었다.

취업자 수가 늘어난 부문은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따른 숙박음식업, 공공부문의 보건·사회서비스업으로 집계됐다. 특히 증가분의 86.5퍼센트가 60세 이상 노인 일자리였다. 일자리의 질이 좋아지기는커녕, 오히려 저질의 단기 비정규직 일자리가 늘어난 것이다.

실업률이 2000년 이후 역대 최저치(3퍼센트)를 기록했다는 것도 심한 과장이다. 정부 통계가 실업률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그 통계로도 (실업률 집계에 반영되지 않는) 구직단념자, 취업준비생 수가 크게 증가했다. 구직단념자 수는 올 들어 지난 1월 사상 최대 규모인 60만 5000명을 기록했고 내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취업준비생 수도 올해 2월에 79만 2000명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끝나기는커녕 확대되는 구조조정

이번 “고용지표 회복” 발표가 기만적인 또 다른 핵심 이유는 제조업 고용이 계속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취업자 수 감소폭이 대폭 줄었다고 강조한다. 제조업 구조조정이 마무리 단계에 있어서 그렇다고도 했다.

그러나 여기서도 지난 2년의 추이를 놓고 보면 취업자 수 감소세가 완만해졌다고 보기 어렵다. 1~8월의 평균 제조업 취업자 수를 살펴봐도, 2018년은 전년보다 4만 7000명 감소했는데, 2019년은 감소폭이 9만 2000명이나 됐다. 전년 대비 두 배나 줄어든 것이다.

이것은 그동안 조선업과 한국GM 등에서 벌어진 구조조정이 끝난 게 아니라, 오히려 제조업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특히 올 들어 자동차 산업 위기가 심각해지고 있다. 자동차 부품사들은 1년여 만에 수십 개 기업이 문을 닫았고 고용 규모도 1만여 명 이상 줄었다. 국내 자동차 부품사 1위 기업인 만도가 지난 7월 임원 20퍼센트 감원과 ‘희망퇴직’을 실시한 것은 위기가 단지 영세업체들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 준다.

최근에는 완성차 업체들이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르노삼성 사측은 전 직원의 10퍼센트에 해당하는 400명 규모의 인력 감축에 나섰다.(관련기사: ‘6년간 1조 7000억 원 수익 내고도 위기의 책임 떠넘기는 르노삼성 사측’)

쌍용차도 다시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사측은 부동산 매각과 임원 감축 등을 실시한 데 이어 최근 학자금·의료비 지원 축소, 각종 복지 중단, 사무직 6개월 순환휴직, 품질·경쟁력 향상을 위한 노조의 협조 약속 등을 끌어냈다. 기업노조 지도부가 일자리를 지키겠다는 명분 하에 이런 자구안에 합의해 노동자들의 고통이 예상된다.

지난해 군산공장 폐쇄와 ‘희망퇴직’ 등으로 3000여 명을 해고한 한국GM 사측은 임금 동결과 복지 축소 등 노동자 쥐어짜기를 지속하고 있다. 더구나 창원 공장에서는 가동률 하락을 이유로 교대제 개편(2교대제를 1교대제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강제 전환배치와 비정규직 해고가 벌어질 수 있다.

정부의 대우조선 매각-인수합병 추진에서 보듯 조선업 구조조정도 현재 진행형이다. 노동자들이 2년째 무급휴직 중인 성동조선의 경우 올해 말 청산될 가능성까지 점쳐진다.

요컨대,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대책은 성과를 내기는커녕 저질 일자리만 늘리거나 있는 일자리도 지키지 못했다.

이는 첫째, 정부가 ‘돈 안 드는’ 공공부문 정규직화-일자리 정책을 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자리 양이 좀체 늘지 않았고 일자리 질도 전혀 개선되지 못했다. 정부는 민간부문에서도 기업의 투자 유치 사업으로 전락한 저임금-저질 일자리 확대 정책(상생형 지역일자리 정책)을 펴고 있다.

제조업 취업자 감소가 줄기는커녕 제조업 구조조정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 ⓒ이윤선

구조조정은 위기의 해결책이 못 된다

둘째, 정부가 구조조정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제조업 고용이 크게 줄고 임금·조건이 하락했다. 그리고 이런 구조조정을 앞으로 더 지속 강행할 뜻도 분명히 밝혔다.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9월 16일 고용지표 회복에 관한 브리핑을 하면서, 경제가 더 어려워지기 전에 선제적 구조조정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조조정이 마무리돼 고용지표가 좋아졌다더니 이를 유지하려면 다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조만간 “선제적 구조조정 패키지 정책”도 발표할 계획이라고 했다.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동차 부품산업 구조조정에도 힘을 쏟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12월 ‘자동차 부품산업 활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며, 유동성 위기를 겪는 부품사에 3조 5000억 원을 지원해 제조업을 살리겠다고 대대적인 홍보를 했다. 그러나 조선업에서 그랬던 것처럼 정부 지원은 거의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벌써부터 정부 산하 연구기관에서조차 “단기 효과에 그치고 있다”는 한탄이 나올 정도다.

무엇보다 이 정책은 한국 자동차 부품산업이 너무 영세한 기업이 너무 많은 게 문제라면서 인수합병 활성화를 통한 구조조정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가 부품사 구조조정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노동자들에게 더한층의 고통을 불러올 게 뻔하다.

정부, 주류 정치권, 사장들과 기성 언론들은 모두 하나같이 구조조정을 해야 기업이 살고, 국가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야 장차 노동자들의 고용도 안정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현실은 사뭇 다르다. 여러 통계를 보면 정부가 그렇게 구조조정을 했는데도 한 해 동안 번 돈으로 이자도 못 갚는 상장사가 300개 가까이 된다. 지난 3년간 좀비기업, 한계기업이 줄지 않고 오히려 수십 개가 늘었다. 한 보수 언론은 이를 보도하면서 “정부 구조조정 이후 한계기업이 13.5퍼센트 증가”했다면서 “3년간 헛 구조조정”했다고 한탄했다.

노동자들은 지난 수년간 구조조정으로 직장을 잃고 임금이 깎이고 가정이 파탄 나고 일부는 참다 못해 목숨까지 끊었다. 그런데도 경제는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더 나빠지고 있다. 조금만 참으면 좋은 날 온다더니 구조조정은 중단되지 않고 오히려 더 확대되고 있다. 한 기업에서도 구조조정이 한 번, 한 해로 그치지 않고 반복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구조조정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일자리 나누기와 사회안전망 확대 같은 보완책도 함께 내놓겠다고 하는데, 이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일자리 나누기는 불황기에 노동시간, 근무형태 변화 등을 통해 노동자들끼리 일감을 나누고 임금을 삭감하는 고통전담의 수단이다. 사회복지는 더 늘려야 하지만, 그것은 해고 대책으로서는 사후약방문이 되기 십상이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은 경제 위기를 해결하지도, 노동자들에게 안정된 미래를 보장하지도 못한다. 오히려 위기에 아무런 책임도 없는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전담시키는 것일 뿐이다. 일자리를 위협하는 문재인 정부와 사용자들의 구조조정 공세에 맞선 노동자 투쟁이 중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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