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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박근혜의 대표 적폐 계승하다:
노동개악 중단하라

하반기 국회가 본격적인 입법 논의에 착수했다. 10월 22일 문재인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에서 핵심 키워드는 “경제 혁신”이었다. 이를 위해 기업 지원 예산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은 이튿날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대통령에게) 속고 빼앗기고 무너진 잃어버린 2년 반”이었다며 문재인을 맹비난했다. 그러나 2년 반 전에 촛불운동으로 권좌에서 쫓겨난 적폐 원조당과, 구 적폐 세력의 부패·계급 특권·노동개악의 바통을 이어 가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서로 자기가 “공정”하다고 우기는 꼴은 참기 힘들 만큼 역겹다.

문재인의 시정연설을 자세히 뜯어보면, 그 “공정”이라는 것도 공공부문의 ‘무분별한’ 정규직 전환을 단속하겠다는 것이다. 감사원 등의 감시와 제재를 강화하고 경쟁 채용을 지속하겠다고 한다. 이것은 정부의 꾀죄죄한 정규직화 정책 이상은 기대하지 말라는 신호다. 문재인 정부 하에서 비정규직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는 통계까지 나오고 있는데 말이다.(관련 기사 2면)

10월 29일 정부는 전교조 인정 등을 요구하며 서울고용노동청 농성 중인 전교조 교사들을 폭력적으로 끌어냈다 ⓒ출처 〈교육희망〉

탄력 붙는 물밑 협상, 더 후퇴한 개악 논의

집권 민주당과 한국당은 여전히 서로 물어뜯으며 쟁투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번 국회 연설에서도 이들은 “노동개혁(개악)은 가장 시급한 과제”라는 데 공히 일치된 견해를 내놨다. 10월 21일 민주당·한국당 등 여야 3당 원내대표는 노동개악 법안들을 빠르게 처리하기로 합의했는데, 이 기조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물론, 여야가 예고한 10월 31일 국회 본회의 통과는 미뤄지는 모양새다. 국회 일정 등으로 봤을 때 11월 초 추진이 유력해 보인다. 즉, 기껏해야 며칠 지연되는 것일 뿐 노동개악에 비상이 걸린 상황은 변함이 없다.

더구나 여야가 날카롭게 대립해 온 공수처법 등 패스트트랙의 국회 본회의 부의가 12월로 연기됐다. 민주당은 공수처법 우선 처리를 강조해 왔는데, 안건 부의가 예정됐던 10월 29일 민주당 소속의 국회의장 문희상이 한 달 연기를 발표하며 급제동을 걸었다. 여야 간 갈등은 계속되겠지만, 한숨 돌릴 시간이 주어진 만큼 노동개악 합의 처리에 속도를 내려 할 것이다.

실제로 지금 여야 간 물밑 논의가 한창이다. 한국당 소속의 환노위 위원장 김학용은 10월 29일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일부 업종에 대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1년 연장, 신기술 연구개발 분야에 대한 선택근로제 정산기간 확대, 일시적·돌발적 업무에 대한 특별연장근로 확대 등 기업주들의 요구를 제시하며 “유연한 대응”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이 이런 요구에 타협하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빨간 불이 켜진 노동개악 법안들은 탄력근로제, 최저임금제, 노동관계법 등이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주 52시간제를 무력화해 도로 장시간-저임금 노동을 강요하고, 최저임금 인상을 억제해 저소득층 노동자들의 시름을 방치하고, ILO 기본협약 비준을 빌미로 사업장 점거 금지와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 등 대항권을 제약하려 한다. 노동자들의 노동시간, 임금, 저항권을 공격하겠다는 것이다.

노동운동의 일각에는 “탄력근로제 입법은 활용 기업이 많지 않아 실질적 영향이 크지 않다”거나 경제 위기 상황에서 어쩔 도리가 없다는 식의 견해도 있다. 금속노조 중앙집행위원회는 “노조파괴법의 상임위 상정 시 총파업” 방침을 일찌감치 정했는데, 이는 탄력근로제 확대 등 다른 개악에 대해서는 칼날이 무디다는 점을 보여 준다.

그러나 유노조·대기업 노동자들이라고 탄력근로제 확대가 노리는 조건 악화 위험에서 안전한 것은 결코 아니다. 정부와 사용자들은 무노조·미조직 노동자들은 물론이거니와 협상력이 강한 조직 노동자들도 겨냥하고 있다. 가령, 현대제철 사측은 올해 상반기에 노조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해 탄력근로제를 도입했다. 정부는 이번 개악으로 더 많은 공공기관과 민간부문이 탄력근로제를 활용하기를 바란다.

따라서 탄력근로제 확대 저지를 위해 투쟁하길 주저하거나 ‘노조파괴법’ 등 특정 노동개악 입법의 위험만을 부각해서는 안 된다.

문재인의 노동개악 바통 이어받으라고 노동자들이 박근혜에 맞서 싸운 게 아니다 7월 16일 노동법 개악 저지 금속노조 결의대회 ⓒ이미진

민주노총은 실질적 총파업에 나서야

무엇보다 노동운동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정면 도전하길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 정부는 한일 갈등, 조국 사태 등에서 그랬듯이, 지금 검찰 개혁과 선거제도 개혁을 내세우며 노동운동의 저항을 무마하려 한다. 정치 개혁을 바란다면 한국당에 맞서 민주당을 지지하라는 것이다. 이는 민주당이 추진하는 (정의당을 포함한) 야 4당 공조의 재개가 노리는 바이기도 하다.

그 점에서, 정의당 지도부가 민주당의 공조 제안을 수용하고 나선 것은 부적절하다. 공조하려는 쟁점이 다르지 않냐는 것은 형식적인 접근일 뿐이다. 정부·여당이 노동계급 대중의 조건을 공격하는 상황에서, 국회 의석수 확대라는 의회주의적 계산법을 앞세워 적의 숨통을 트여 줘서는 안 된다.

민주노총은 10월 21일 여야 노동개악 합의 이후 일주일이 지나서야 노동개악 저지 투쟁을 공개 선포했다. 민주노총 김명환 집행부는 ILO 협약 비준을 위한 100만 서명운동을 조직하고, 11월 9일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총파업·총력투쟁을 결의하겠다고 밝혔다.

노동개악이 코앞인데, 조합원 수가 100만 명이 넘는 힘 있는 노동운동 조직이 내놓은 계획이 고작 서명운동이라니 너무 한가해 보인다. 11월 9일에 가서야 투쟁을 결의하겠다는 것도 안이하다.

국회에서 개악안 통과가 임박해서야 투쟁을 하겠다는 식의 대응이 비효과적이라는 점은 그동안의 경험만 봐도 알 수 있다. 지난해 5월에도 민주노총 집행부는 사회적 대화 성사에 집착하면서 예상되는 ‘최저임금 줬다 빼앗기’ 개악에 맞서 투쟁을 조직하는 데 소홀했다. 그러고는 국회 통과가 임박해서야 2시간 파업을 하는 데 그쳤다. 민주노총은 이 씁쓸한 패배의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즉각 총파업을 선언하고 단호하게 실질적 파업에 나서야 한다. 10만 명을 목표로 하는 11월 9일 전국노동자대회도 국회가 쉬는 주말에 여의도에서 할 게 아니라, 광화문을 계속 우파에게 내주지 말고 그곳에서 대규모 집회와 행진을 하는 게 효과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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