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전국노동자대회:
노동자 8만여 명이 노동개악에 항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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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1월 9일) 열린 전태일 열사계승 전국노동자대회는 문재인 정부의 노동개악에 항의하는 집회였다. 여의도 광장 인근 4차선 도로 1.2킬로미터 가량을 가득 메운 노동자들은 문재인 정부를 성토하며 노동개악에 대한 깊은 분노를 보여 줬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달 초부터 친기업 행보에 박차를 가하며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와 규제 완화 등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집권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탄력근로제, 최저임금제, 노동자들의 단결·행동권을 개악하는 입법안들을 신속히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이 같은 공격은 많은 노동자들의 불만을 자아내고 있다. 오늘 집회에 8만여 명(민주노총 추산 10만 명)이 모인 것이 보여 주는 바다. 문재인 정부 들어 열린 11월 전국노동자대회 중 가장 큰 규모다.
〈노동자 연대〉는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며 노동개악 저지 총파업을 주장한 4면 짜리 호외를 반포했는데, 이에 대한 반응도 매우 좋았다.
집회에는 금속을 비롯해 다양한 부문의 노동자들이 골고루 많이 참가했다. 곳곳에서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참가도 인상적이었다.
11월 20일 파업을 예고한 철도노조는 청와대 앞에서 2000여 명 규모의 사전 집회를 열고 인력 충원과 임금 인상, SRT과 KTX의 통합, 비정규직 합의 이행 등을 요구했다.
학교비정규직 중 강사, 청소·시설 등 특수직군 노동자 2000여 명도 사전 집회를 갖고 “시간제 차별 폐지”를 요구했다.
정규직 전환을 위해 투쟁하는 톨게이트 노동자들, 정규직 전환의 조건을 놓고 지난 7일부터 파업하고 있는 분당 서울대병원 노동자들도 눈에 띄었다.
이 밖에도 공무원노조와 건설노조가 수천 명 규모의 사전 집회를 열고 각각 수당 삭감 반대와 해고자 복직, 탄력근로제 반대와 노동기본권 보장 등을 요구했다.
해외 노동조합 참가자들 중에는 특별히 홍콩노총의 람슈메이 활동가의 연대사가 관심을 끌었다. “홍콩 노동자들은 한국 노동자 투쟁에서 많은 영감을 받고 있습니다. 홍콩에서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이 한창입니다. 송환법에 반대하는 투쟁 속에서 노동조합들도 결성되고 있습니다. 노동권,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함께 투쟁합시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큰 박수로 화답했다. 그동안 민주노총이 홍콩 노동자·민중의 시위에 대한 지지 성명조차 발표하지 않은 것이 못내 아쉬웠다.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노동 존중”, “포용과 공정”의 위선을 폭로하며 노동개악 추진을 규탄했다. “정부와 자본이 노동개악으로 노동기본권을 짓밟으면 전면 총파업으로 반격하겠습니다.”
그러나 본지가 거듭 지적했듯이, 정부·여당과 한국당이 노동개악 강행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뒤늦은 “반격”으로는 개악을 막기 어렵다. 오히려 조합원 8만여 명이 집결한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즉각 총파업’을 명령하는 것이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오늘 대열의 활력과 규모를 봤을 때 지도부가 이 같은 투쟁 명령을 내렸다면 노동자들도 호응했을 것이다.
국회가 텅 비고 거리도 한산한 주말 여의도에서 집회와 행진을 한 것도 매우 아쉬웠다. 이 많은 노동자들이 도심 한 가운데서 대규모 행진을 했다면 정치적 효과가 컸을 텐데 말이다. 오늘 우파들이 광화문 도심에서 시위와 행진을 한 것과도 대조된다.
요컨대, 전국노동자대회는 노동개악에 대한 노동자들의 분노가 상당하다는 것을 보여 줬다. 이제 민주노총 지도부가 단호하게 싸울 의지를 보이고 실천해야 한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지금 당장 실질적인 총파업을 명령하고 실행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