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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야간 노동 축소, 노동시간 단축 위해:
철도 인력 대폭 충원하라

철도노조가 노동시간 단축과 교대제 개편을 위한 인력 충원 등을 요구하며 3월 10일 3차 파업을 예고했다. 이 외에도 철도노조는 부분적으로 근속승진제 효과를 내는 승진포인트제 도입, 임금피크제 폐지, 직무급제 도입 저지, SR-KTX 통합도 함께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파업 이후 철도 노사와 국토부가 인력 충원 협의를 진행했지만, 정부는 인력 충원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철도파업 집회 ⓒ이윤선

인력 충원을 요구하니 국토부는 오히려 구조조정(인력 효율화와 재배치)을 하라고 한다. 인력이 부족하면 철도공사의 ‘자구 노력’으로 마련하라는 것으로, 인력 충원에 비용을 들이지 말라는 것이다.

정부가 일자리 확대를 핵심 정책으로 내세우지만 정작 공공기관들에서 인력 충원은 충분하게 이뤄지지 않은 이유다.

박근혜 정부 때보다 공공기관 인력이 늘었다지만, 전체 고용 중 공공부문 고용 비중이 OECD 평균인 21.3퍼센트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현실(8.9퍼센트)을 개선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게다가 정부는 늘어난 정원만큼도 인력을 채우지 않고 있다. 중앙 공공기관 전체에서 여전히 정원보다 2만 6253명(정원 대비 6.4퍼센트)이 미달이다.(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 통계, 2019년 기준)

정부의 책임 회피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엉망진창이 됐고, 정규직 인력 충원은 매우 불충분하다.

전체 일자리 사정을 보면 정부의 일자리 확대 정책은 더 심각한 문제를 보여 준다. 제조업에서 괜찮은 일자리를 가진 40대 노동자들이 잘려 나가면서 양질의 일자리는 더 줄었다. 한편에서는 노동자들이 해고되고 있는데 다른 편에서는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고용의 질도 나빠졌다. 최근 3년 동안 시간제나 단기 비정규직 같은 저질 일자리가 대폭 늘어 전체 일자리에서 비정규직 비중이 다시 늘었다.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확대 정책이 시행된 지 3년이 지난 지금,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인력을 늘려 질 좋은 일자리를 늘리겠다던 약속은 쓰레기통에 처박혔다.

인력 충원을 대폭 줄인 사측안

국토부가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자 철도공사 사측은 1800여 명 증원안에서 944명 증원안으로 대폭 후퇴했다.

그런데 국토부는 이 안조차 거부하고 있다. 이런 국토부의 태도에 노동자들은 크게 분노하고 있다.

사실 사측이 내놓은 944명 증원안으로는 야간 노동과 노동시간을 줄일 수 있는 4조2교대제가 불가능하다.

철도공사 직원 3만 500여 명 중 60퍼센트가 불규칙한 근무 체계 아래 있고, 이들은 공공기관 중 최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다. 이틀 연속 야간 근무를 하는 교대제(3조2교대)를 비롯해 매일 출퇴근 시간이 다른 불규칙한 근무제(교번제), 12시간씩 야간 근무를 격일로 하는 야간 격일제 등이 시행되고 있다.

불규칙한 근무와 지속적인 야간 노동으로 생활 리듬이 깨지고 건강도 위협받아 온 노동자들은 조건 개선에 대한 열망이 매우 크다.

교대제 개편이 야간 근무와 노동시간을 줄이는 효과를 내려면 인력이 충분해야 하므로, 노조는 3000명의 신규 채용을 포함한 4600명 증원안을 내놓았다.

그런데 사측의 안은 일부 직종 또는 일부 노동자들만 4조2교대제를 시행하고 나머지는 나중으로 미루자는 안이다. 다른 불규칙한 근무제도도 현행을 유지하겠다고 한다.

심지어 이 같은 부분적 4조2교대제 실행조차 ‘변형일근제’를 병행하자고 한다. 변형일근제는 업무량이 많은 시간대나 주말 등 휴일에 인력을 집중 배치해 노동강도가 강화되는 효과가 난다. 또, 사측은 임금 보전도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사측안은 기존 조건을 악화시키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이는 사측이 교대제 개편을 통해 달성하려는 목적이 노동시간 단축과 노동조건 개선이 아니라, 인력 운영의 탄력성을 높여 비용을 절감하는 것에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인력이 충분히 늘지 않은 채 교대제 개편이 실행되면 여러 문제를 낳는다.

철도노조의 한 활동가는 과거 철도에서의 교대제 개편이 이런 문제점을 보여 주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2004년에 3조2교대제가 도입됐는데 인력 충원은 매우 부족했다. 이후 사측은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대대적인 외주화를 추진했고 10여 년간 외주화 문제로 몸살을 앓았다.”

철도에서는 외주화 확대로 비정규직이 1만여 명 양산됐고, 정규직 노동자들도 극도의 인력 부족으로 고통받았다. 또, 빈번한 사고 발생으로 노동자와 승객 모두의 안전이 위협받았다.

한편, 현재 철도 사측은 ‘조직 및 인력운영 최적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사측이 이번 근무체계 개편 과정을 향후 전반적인 구조조정 추진에 유리한 기회로 삼으려 할 수 있다.

이 방안을 만든 삼일회계법인의 연구 중간 결과를 보면, 매출에 견줘 높은 인건비 비중, 고속철도보다 매출이 떨어지는 일반철도에서의 높은 인력 비중과 경직된 인력 운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제 해결 방안으로는 운전 시간 연장, 근태 관리 강화 등 효율화, 유지·보수 분야 인력 재편, 화물 열차 1인승무 등이 제시돼 있다.

결국 수익성 제고를 위한 구조조정 필요성에는 정부와 사측이 한마음 한뜻일 것이다.

이는 철도 노동자들이 바라는 충분한 인력 충원, 노동조건·임금 수준이 악화되지 않는 교대제 개편 등과는 정반대 방향이다.

따라서 인력 충원을 완강히 거부하는 정부와 턱없이 부족한 방안을 내놓은 사측 모두에 맞서 철도 노동자들이 투쟁하는 것은 정당하고 꼭 필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