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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수도권 확산:
정부가 감염 확산에 책임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재확산 조짐이 확연하다. 특히 수도권의 경우 ‘생활 방역’으로 전환한 5월 초를 기점으로 감염이 늘어 일일 확진자 수만 보면 3월 말 수준으로 돌아갔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지금 전문가들은 수도권 확진자 증가 추세가 ‘일촉즉발의 위기에 놓여 있다’고 경고한다. 최근 확진자 중에 사망자도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6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한숨 돌리나 했더니 아니었다”며 방역 협조를 호소했다. 그러나 이게 처음이 아니다. 2월 중순에도, 5월 초 ‘생활 방역’으로 전환할 때에도 문재인은 사실상 사태 종료를 암시하며 경제 활동 재개를 촉구한 바 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불과 3달 사이에 ‘끝났다’와 ‘아니었네?‘를 세 번이나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그 대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치르고 있다.

수도권 일일 확진자 수 추이 집단 감염들을 제외하더라도 확산세가 뚜렷하다

사실 공장·사무실 등 작업장과 다중이용시설에서 집단 감염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은 정부 자신을 포함해 누구나 알고 있었다. 이곳들에서는 물리적 거리두기가 불가능하거나 이윤 논리에 안전 조처들이 뒷전으로 밀려날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정부 자신이 경제 활동 재개를 내세워 ‘고강도’ 물리적 거리두기를 중단했다.

정부가 거리두기를 유지하는 동안에도 기업주들은 이윤 손실을 우려해 제대로 따르지 않았다. 대부분의 공장과 사무실이 평소와 거의 다름없이 운영됐다. 하물며 정부 자신이 위험을 무릅쓰고 경제 활동을 하자는데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노동자들의 안전을 고려할 기업주들이 있을까.

‘생활 방역’으로 전환하면서 ‘국민을 믿는다’고 한 얘기는 순전히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수사였을 뿐이다. 이태원 클럽과 쿠팡 물류센터를 중심으로 감염자가 속출하는데도 정부는 등교를 강행했다.

일부 기업주들은 감염 확산이 더 큰 피해를 불러올까 봐 예방적 조처를 취하기도 하지만 결코 경쟁자의 이윤 잠식을 허용하면서까지 그렇게 할 생각은 없다. 심각한 경제 위기는 지배자들이 눈 앞의 이윤에 눈이 멀어 바로 뒤에 놓인 위험도 보지 못하게 만든다.

쿠팡 물류센터 사례가 이를 잘 보여 준다. 코로나 감염 위험이 여전한 상황에서 노동 강도가 높고 밀접 접촉 가능성이 큰 작업장은 상시적 감염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이런 곳에서 실질적으로 물리적 거리두기를 하려면 노동 강도를 대폭 낮추고 노동 시간도 단축해야 한다. 이는 기업주들의 입장에서 이윤 감소를 뜻한다.

그런데 코로나 특수 덕분에 누리게 된 뜻밖의 매출 급증은 쿠팡 경영진으로 하여금 고삐를 당길 때라고 느끼게 했을 것이다. 그 결과 오히려 노동강도는 높아지고, 노동자들 사이의 거리도 더욱 좁혀졌다. 방역 수칙은 눈 가리고 아웅 하기 식이었을 뿐이고 코로나바이러스가 아니었어도 다른 병이 유행했을 만큼 환경이 불결했다.

문재인 정부는 노동자들의 안전을 기업주들의 처분에 내맡기고 있다 ⓒ조승진

불안 키우는 전면 등교

이태원과 쿠팡 물류센터처럼 특정 지역에 한정된 감염 확산은 일시적으로 확진자가 많이 나와도 상대적으로 나은 편에 속한다. 위험 집단을 특정할 수 있고, 따라서 검사만 충분히 빠르게 이뤄지면 전파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는 다르게, 숫자는 적어도 감염 경로를 알지 못하는 환자가 곳곳에서 늘어나고 있는 현재 상황은 더 불안하다. 소규모 교회들뿐 아니라 각종 학원, 고등학교, 대학교에서도 감염 경로를 알지 못하는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6월 9일 초·중등학교 모든 학년이 등교 수업을 한다. 등교 인원을 전체의 3분의 1 수준으로 제한했지만, 수백만 명이 위태로운 집단 생활을 이어가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인천 지역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는 10명 중 9명이 ‘현 단계에서 안전한 등교 수업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관련기사)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사태가 벌어진 뒤에야 해당 업체나 학교 문을 닫는 식으로 대처하고 있다. 명백히 예상되는 위험을 예방하지 않고는 문제가 생기면 보완하겠다는 것이니 사실상 평범한 사람들을 코로나 방패막이로 삼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소비를 늘려야 한다면서 ‘대한민국 동행세일’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권역별 지역 축제형 행사, 외식·여행 연계행사”까지 포함됐다. 정세균 총리는 “두려워도 일상으로의 발걸음 멈출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감염 확산의 문을 열어젖히고 있다.

이 맹목적인 이윤 우선주의가 더 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낳도록 놔둘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해고를 막고, 유급병가 등 ‘아프면 쉴 수 있도록’ 정부와 사용자들을 압박하는 것이다. 영세 자영업자들을 위한다며 위험한 축제 등을 열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긴급재난지원금을 추가 지급해야 한다.

이런 요구가 실제로 이뤄지도록 학교와 작업장에서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