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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료원:
취임 전부터 “갑질”한 원장이 적임자라고?

지난해 1월 서울의료원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고 서지윤 간호사가 자살하는 비극이 벌어졌고, 이에 대한 책임으로 김민기 전 의료원장이 중도 사퇴했다.

그런데 박원순 서울시장은 김 전 원장 재임 시절, 3년 4개월간 의무부원장을 지낸 송관영 전 서울시 서남병원장을 후임 의료원장으로 임명했다. 전임 원장 시절 적폐의 책임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은 자를 신임 원장으로 임명한 것은 유족과 노동자들을 우롱하는 처사다.

고 서지윤 간호사의 죽음 이후, 유가족과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새서울의료원분회를 비롯한 노동·시민단체들은 시민대책위를 구성해 서울시와 서울의료원에 철저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며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6개월간의 조사 끝에 진상조사위는 서울의료원 경영진·관리자들이 병원의 외형적 성장에 치중해 직원의 권리와 안전을 무시했고, 서 간호사의 사망이 이로 인한 괴롭힘과 관련 있다고 결론지었다. 재발 방지 대책으로 서울의료원 인적 쇄신, 간호인력 노동 환경 개선, 경영진 징계·교체 등 34개 권고안을 발표했다. 박원순 시장은 유족 앞에서 권고안 이행을 약속했다. 그러나 권고안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송관영 원장 취임은 박원순 시장의 권고안 이행 약속을 의심하게 만들 뿐이다. “서울의료원의 관행에 잘 맞추어져 있고 김민기 병원장과 그에게 기생한 기득권 세력들의 과오를 덮을 수 있는 사람을 선정하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새서울의료원분회 성명)

더구나 송관영 신임 원장은 공식 취임(6월 1일)도 하기 전에 간호사들에게 사적인 업무를 지시하는 등 “갑질”을 했다는 것이 폭로됐다.

“신임 병원장이 취임도 하기 전에 가장 먼저 한 일이 자신의 가족을 서울의료원에 입원시키고, 담당 간호사들에게 입원 중인 가족에게 필요한 물품 사다 주고 영수증은 서랍에 넣어 두라며 개인 비서 부리듯 업무를 지시했어요. 지금 코로나19 사태로 간호사들이 얼마나 힘든 상황인지 뻔히 알면서 이런 지시를 하다니 어이가 없네요. 어느 간호사가 원장의 지시를 거부할 수 있겠어요?

“지난해 고 서지윤 간호사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사망한 후 1년간의 투쟁 끝에 김민기 전 병원장을 사퇴시켰어요. 제대로 된 병원장이라면 직장 내 괴롭힘 방지를 위해 병원 내 문화를 쇄신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런데 자기가 먼저 갑질을 하고 있습니다.”(김경희 새서울의료원분회장)

새서울의료원분회는 5월 29일 송관영 원장 선임을 규탄하며 서울시에 선임 중단과 재검토를 요구했다. 그럼에도 박원순 서울시장은 6월 1일 송관영 원장을 공식 임명했다. 서울시는 “송관영 신임 의료원장의 취임에 따라, 서울의료원을 통해 서울시 공공의료서비스가 현장중심으로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하고 밝혔다.

현재 코로나19 감염 사태로 수많은 병원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서울시의 대표적 공공의료기관인 서울의료원은 올해 2월부터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전환해 감염자들을 치료하고 있다. 감염자 치료 및 전파를 막기 위해 서울의료원 노동자들은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제대로 쉬지도 못한 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송관영 신임 원장은 현장 중심의 코로나19 대책 수립은커녕 간호사들을 개인 비서 취급하며 적폐를 재생산하고 있다. 그는 직장 내 괴롭힘을 없애고 공공의료를 강화해야 할 “서울의료원장직에 적임자”(서울시 보도자료)가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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