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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올리언스 버려진 재앙의 도시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조지 부시의 미국의 추악한 모습을 밝히 드러냈다. 미국 출신으로 영국 기후변화대책위 활동가인 조너선 닐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말한다.

뉴올리언스 사태는 용서받지 못할 것이다. 그것은 역사의 전환점이다. 오늘날 수많은 미국인들이 조지 부시를 뼈에 사무치도록 증오한다. 나도 그 중 한 명이다.

세 가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첫째, 이 사건은 미국인의 다수가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기로 결심한 뒤에 벌어졌다. 이런 변화 때문에 십중팔구 전쟁을 지속하기가 불가능해질 것이다.

둘째,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여파로 부시와 부자들뿐 아니라 미국 사회 전체의 심각한 부패상이 밝히 드러났다.

셋째, 궁극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기후 변화다. 이것은 우리가 정말로 진지하게 맞서 싸우지 않는다면 우리 모두의 미래가 될 것이다.

먼저, 이라크를 보자. 신디 시핸이 죽은 아들을 기리며 부시의 목장 앞에서 벌인 철야 농성 때문에 대통령의 정치적 약점이 드러났다. 부시는 감히 그녀를 쫓아낼 수도, 그녀를 마주할 수도 없었다.

백악관은 그녀의 평판을 더럽히려 했지만 완전히 실패했다. 다수(58퍼센트)의 미국인들이 그녀를 지지한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8백여 개 도시에서 그녀를 지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이 모든 일은 이제 드디어 다수의 미국인들이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기 때문에 벌어진 것이다.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왔을 때 미국 전역에서 사람들은 이라크에 대해 말했다. 루이지애나 주방위군 3천 명이 이라크에 있고, 미시시피 주에서는 5천 명이 파병돼 있다. 그들은 거의 모두 중장비를 보유하고 있다고 사람들은 말했다. 또, 미국이 이라크로 쳐들어갈 수는 있었지만 정작 우리 동네 사람들을 도울 수는 없다고 말했다.

가난한 사람들이, 노동계급이, 흑인들이 그렇게 말했다. 〈뉴욕타임스〉의 주요 칼럼니스트인 프랭크 리치도 그렇게 말했다. 지난 월요일[9월 5일] 그는 부시를 냉혹하고 탐욕스러운 겁쟁이라고 불렀다. 그는 뉴올리언스 재난은 바그다드와 팔루자에서의 실패가 국내에서 반복된 것이라고 말했다. 오랫동안 부시를 미워하면서도, 동시에 이제껏 두려움을 느껴 온 언론인들이 마침내 부시 죽이기에 나서고 있다.

부시 정부의 '인도적' 조처가 파탄난 것은 이라크만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부시 정부가 아무 계획이 없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계획은 있었다. 부시 정부가 저지른 짓, 그것이 바로 그들의 계획이었다. 미국 정부는 재건에는 관심이 없다.
그들이 바그다드를 점령했을 때를 기억해 보라. 그들에게 계획이 있을 것이라고 누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은 석유를 확보하는 것 외에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뉴올리언스에서도 그들은 같은 계획을 갖고 있었다. 모든 사람들에게 떠나라고 말하고는 그럴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석유 시추 시설과 정유공장을 지키는 것, 그것이 미국 정부가 한 일이었다. 그들은 20년 동안 공공 서비스를 삭감해 왔고, 인간적 필요를 요구하는 사람들에게 중무장한 경찰 특공대를 보냈다.

수퍼돔 경기장에 있던 한 사람은 기자에게 자신은 감옥에도 갔다 왔지만 감옥이 더 나았다고 말했다. 감옥에는 그래도 소변을 볼 화장실과 마실 물은 있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은 휠체어에 앉아 죽은 사람들과 땅바닥에 널린 시체들을 가리켰다. 그는 정부가 자신들을 개만도 못하게 대접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는 적어도 내 개를 땅에 묻어주기는 했어요."

이것은 단순한 우연이나 무능력 때문이 아니다. 당국은 정확히 이런 재난을 예상하고 준비해 왔다. 뉴올리언스에는 모든 아이들을 실어 나르기에 충분한 통학버스와 운전기사가 있었다. 그것들은 하나도 사용되지 않았다. 당국은 노인들도 요양원에 남겨뒀다.

많은 사람들이 차가 있어도 떠나지 않은 이유는 다른 곳에 가더라도 호텔 방을 잡을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도 알고 부시도 알고 모두가 아는 것은 정부나 공공기관이 그들을 위해 돈을 내지 않을 것이고 그들이 갈 만한 피난처는 없을 것이라는 점이었다. 왜냐하면 그 곳이 다름 아닌 2005년의 미국이었기 때문이다.

휴스턴의 아스트로돔에는 지금에야 마침내 식량과 물이 공급됐다. 하지만 사회적 혜택은 없었다. 월마트와 맥도날드는 문을 닫은 모든 지점에서 임금 지급을 중단했다.

세계의 모든 사람들, 미국의 모든 사람들이 미국의 인종분리주의 정책을 똑똑히 봤다.

정부는 가난한 흑인들을 범죄자로 몰아 그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합리화하려 했다. 그러나 그 전략은 실패했다.

하지만 우리는 부시만 썩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봤다. 처음 며칠 동안 구호작업에 발 벗고 나설 수 있었던 저명인사들이 있었다.

시장, 주지사, 경찰청장, 뉴욕 상원의원 힐러리 클린턴,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텔레비전에 출연해서 부시가 자기 할 일을 하지 않았고, 자신이 직접 구호용 버스와 트럭과 식량을 보내라고 명령하겠다고 말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들은 모두 뉴올리언스로 가자고 말할 수 있었다. [만약 그랬다면]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을 것이다. 그들 중 누구라도 수퍼돔 경기장을 방문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기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이것은 실패한 국가다. 그리고 하층민들은 30년 전에 알고 있던 것 ― 조직하는 법 ― 을 다시 배워야 할 것이다.

사람들이 넌더리를 내며 등을 돌림에 따라 이제 부시의 권력은 훨씬 더 약해질 것이다. 그리고 이라크 전쟁을 추진할 수 있었던 힘도 사라질 것이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데는 겨우 몇 달이 걸릴 수도, 또는 3년이 걸릴 수도 있다. 하지만 부시는 이제 철군 압력에 시달릴 것이다. 뉴올리언스는 9·11을 무색하게 했다. 부시의 도덕적 권위는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전쟁이나 미국의 위신 실추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지구 온난화가 그것이다.

모든 언론들이 이 점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대서양과 태평양의 허리케인과 사이클론은 점점 커졌다. 지금 카리브해의 수온은 사상 최고치다.

나는 기후 변화에 대한 자료를 읽어 왔기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취약한 네 지역이 어디인지 이미 알고 있었다. 그 곳은 방글라데시, 나일 삼각주, 네덜란드, 그리고 뉴올리언스다.

나는 미국 정부가 어떻게 뉴올리언스의 홍수 방재 시설 건설을 거부해왔는지도 이미 알고 있었다. 허리케인이 그 곳으로 향했을 때 나는 텔레비전 앞에 앉아 무슨 일이 일어날지 기다렸다.

그러니 다른 많은 사람들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 때문에 부시와 그 일당은 심각한 지구 온난화 현실을 외면했던 것이다. 바로 한 주 전에 유엔에 있는 부시의 똘마니[존 볼턴]는 유엔 사무총장 코피 아난에게 유엔 헌장에서 "자연 존중" 구절을 삭제하라고 요구했다.

석유 재벌 덕분에 대통령이 된 조지 W 부시는 기후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조처들을 거부하는 세계 지배자들의 저항을 주도해 왔다. 이제 자연이 여기에 응답한 셈이다.

뉴올리언스 재난은 미래에 닥칠 가장 큰 공포가 무엇인지 보여 줬다. 우리가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홍수도, 폭풍도, 혹한도, 가뭄도 아니다. 우리가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인간 사회, 우리의 생활 방식, 자본주의다.

이 체제는 자연재해를 대규모 인명 피해 사태로 만들어 버린다. 뉴올리언스 사태의 원인이 전쟁 때문인지, 정부의 실패 때문인지, 아니면 자본주의 때문인지, 아니면 인종차별 때문인지, 아니면 기후 변화 때문인지 묻지 말라. 그 모든 것이 원인이다. 왜냐하면 그 모두가 한 덩어리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똑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다. 지구 온난화는 난민을 만들어낼 것이고, 그들은 폐쇄된 국경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런 국경을 정당화하기 위해 인종 차별이 부추겨질 것이다. 기관총이 그들을 단속할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난민촌이 늘어날 것이다.

미국의 새로운 기후 난민 1백만 명은 이미 전 세계에 존재하는 2천만 명의 기후 난민, 특히 사헬과 ?아프리카의 뿔?[아프리카의 북동부 소말리아와 그 인근 지역 ― 옮긴이] 지역의 난민들과 같은 처지가 됐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가뭄은 기아를 수반한다. 무엇보다 지구 온난화는 전쟁을 수반한다.

12월 3일 지구 온난화 반대 시위가 런던, 에든버러와 다수의 미국 도시에서 열릴 예정이다. 런던에서 우리는 미국 대사관으로 행진할 것이다. 그것은 단지 시작일 것이다. 하지만 이번 주는 전환점이다.

우리는 죽은 이들을 애도할 뿐 아니라 분노하기도 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뉴올리언스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번역 장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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