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용균 씨 작업장에서 또 산재 사망 :
외주화 금지, 안전 조처 거부해 온 문재인 정부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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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용균 씨 사망 사고가 있었던 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화물노동자가 작업 중 사고로 사망하는 비극이 또 발생했다. 지난 9월 10일, 태안화력발전소의 석탄 운반용 장비들을 정비하기 위해 화물차에 싣고 고정하는 과정에서 2톤 무게의 해당 장비가 쏟아져 화물노동자를 덮쳤다. 화물노동자는 병원으로 이송 중 안타깝게도 숨을 거뒀다.
이번 사고는 김용균 씨 사망의 원인이었던 발전 외주화와 다단계 하청 구조가 낳은 또 하나의 산재 살인이다. 정부와 발전사는 비용 절감과 경쟁 강화를 위해 외주화를 포기하지 않고 있고, 김용균 씨의 동료들은 여전히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 신분이다.
해당 작업은 원청인 발전사가 정비 외주업체인 신흥기공에 외주 계약을 체결했고, 신흥기공은 장비의 반출 운송을 특수고용노동자인 화물노동자와 계약을 맺었다. 여기에 장비를 화물차에 싣는 업무는 또 다른 하청업체인 한전산업개발 직원이 맡았다.
그런데 서부발전은 매우 위험한 작업인데도 필요한 안전 조치를 위한 비용을 하나도 책정하지 않고 입찰을 냈다. 그래서 나선형의 길고 육중한 장비를 화물차에 고정하는 작업을 화물노동자 혼자서 감당했다. 보통 이런 작업에는 고정 상태 등을 봐주는 신호수가 있어야 하는데 말이다. 또한 장비가 날카로운 나선형이라 화물차 안에서 쉽게 움직일 수 있으므로, 장비를 방수포로 감싸고 장비들 사이에 지지대를 대는 등 여러 안전 조치들이 마땅히 됐어야 하는데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안전 비용 0원
김용균 특조위는 노동자 1천 명 이상이 상주하는 발전소에는 상시 근무하는 의료진과 관련 시설을 갖출 것을 권고했다. 발전소는 위험한 장비들과 물질들이 가득하고 시야를 제대로 확보하기 어두운 실내 작업들도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와 발전사들은 노동자들의 치료에 드는 비용을 아끼려고, 해당 권고안 이행을 외면하고 있다.
숨진 노동자는 사고 발생 3시간 후에 천안 단국대 병원에서 사망했다고 한다. 천안 단국대병원으로 후송되기 전에는 태안의료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사고 후 이송될 때까지만 해도 노동자는 의식이 있었다고 한다. 만약 해당 권고안이 실행돼 사고를 당한 노동자가 발전소 현장에 있는 의사에 의해 응급 처지가 바로 이뤄지거나 또는 바로 천안 단국대병원으로 옮겨졌으면 살 수도 있었을 지 모른다. 권고안이 이행되지 않아 치료의 골든 타임을 놓쳤다는 비판이 나오는 까닭이다.
그런데 분노스럽게도 발전사는 사고 직후 작성한 보고서에서 사고의 책임이 화물노동자 본인에게 있다고 적었다. 김용균 씨 사고 때도 마찬가지였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약속 미이행이 2년 전과 그대로인 발전사의 뻔뻔한 행태를 낳고 있다.
9월 15일 국회 앞에서 공공운수노조 소속 발전비정규노조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김용균 씨 사망 후에도 “원청이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구조가 여전하기 때문에 산재사망은 되풀이 된다”며 “특조위 권고안의 미이행에 ‘나 몰라라’한 정부와 여당에게도 이번 산재사망의 책임이 있다”고 규탄했다. 노동자들은 즉각 특조위 권고안 이행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했다.
이태성 발전노조 한전산업개발발전본부 사무처장은 “서부발전은 ‘[장비를] 반출할 때는 안전 장치를 안 한다. 반입할 때는 기계·설비를 안전하게 포장하고 결박해서 들어 온다’는 이유 같지 않은 변명을 대고 있다”며 “[이는] 노동자의 목숨을 얼마나 가볍게 보는지 [보여 주는 것이다]”고 비판했다.
김용균 씨 어머니인 김미숙 ‘김용균 재단’ 대표는 “사람의 목숨을 이윤보다 하찮게 여기는 구조적 모순 때문에 죽는다. 원·하청 다단계로 갈라 쳐 놓고 아무도 안전을 책임지지 않은 구조 [때문에] 끊임 없이 반복된 죽음이 나올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2015년부터 올해 최근까지 발전소에서 일어난 243건의 산재사고 중 단 3건을 제외한 240건이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집중된 것에서 보듯, 비용 절감으로 인한 외주화와 다단계 하청구조가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사망사고는 외주화 철회와 특조위 권고안 이행을 거부해 온 문재인 정부와 발전사 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