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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자 폭증:
환자와 병원 노동자를 사지로 내모는 정부

코로나19 재확산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미국 등 다른 나라들에 비하면 나은 편이라지만 공공병원과 중환자실 등 기반이 취약해 일일 확진자 1000명 정도만으로도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인구의 절반이 밀집한 수도권의 공공병원은 이미 병실이 가득 찼다. 확진자의 절반 가까이가 기저질환이 있거나 고령이라 확진 뒤 생활치료센터가 아니라 곧바로 병원에 입원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생활치료센터는 필요하지만 격리를 위한 시설일 뿐 치료 시설과 인력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확진 판정을 받은 뒤에도 병상이 나기를 기다리느라 집에서 대기해야 하는 인원이 600여 명을 넘어섰다. 4일 이상 대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39도 이상 고열이 나고 심박수가 분당 120회(숨이 가빠 헐떡이는 수준)까지 높아진 고령의 환자들이 집에 방치되고 있다. 공무원들이 방문 점검을 하지만 방호복을 입고 들어가 영양음료를 두고 나오는 게 할 수 있는 전부다. 대기 중 사망하는 사람이 당장 나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가까스로 병원에 입원해도 안심하기가 어렵다. 수도권의 한 의료원에서는 코로나19 환자들이 입원한 다인실 병동에서 사망한 환자의 시신을 3시간 넘게 옮기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코로나19 사망자의 경우 사망 직후 장례식을 거치지 않고 화장하는데, 장례지도사가 화장터까지 다녀오기 전에 추가 사망자가 생겼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병실이 완전히 꽉 차서 시신을 임시로 옮겨둘 곳조차 없었다. 같은 병실에 입원한 환자들의 원성이 쏟아졌다. 그 사이에 병원 노동자들 중에 확진자가 나와 십여 명이 추가 격리됐다. 환자와 노동자 모두 극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방치

요양시설의 경우 사실상 집단 감염을 방치하고 있다. 정부는 일부 요양시설에서 다수의 확진자가 발생하자 단일집단(코호트)으로 요양시설 내에 격리했다. 그나마 의료인력이 일부라도 있는 시설의 경우 가까스로 유지되지만 기도원 등 비의료시설의 경우 노인들이 적절한 도움을 받지도 못한 채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단일집단 격리가 낳을 위험은 잘 알려져 있다. 아직 감염되지 않은 시설 내 노인들도 감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을 받아 줄 병원이 없다. 공공병원은 이미 포화 상태고 민간병원은 이 상황을 외면하고 있다. 일부 병원이 환자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지만, 그동안 아무 대비를 안 해 왔으므로 기존 환자를 이동시키고 격리 조처를 취하는 등 준비에만 1주일 가까이 걸릴 예정이다.

이처럼 병상과 인력 부족은 환자와 병원 노동자 모두를 사지로 떠밀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위선은 방역 지침에 대한 대중의 불신을 자아내고 있다. 방역을 어지럽히는 사람들을 엄벌하겠다면서 정작 일부 정부 인사들은 조기 축구에 와인 파티 등 희희낙락하고 있으니, 생계가 막막해진 영세 자영업자들과 실업자들은 기가 막힐 뿐이다.

문재인 자신은 중앙방역대책본부를 주재하면서 3단계로의 격상도 “필요하면 과감히 결단해 달라” 하고 유체이탈 화법을 썼다. 아니나 다를까 중앙사고수습본부는 3단계로의 격상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항이라며 이를 회피해 버렸다.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정부다.

공공병원과 인력을 늘려야 한다는 경고를 열 달 가까이 무시해 온 정부는 대중의 눈길이 싸늘해지자 13일 일요일에 부랴부랴 공공병원 신축·증축 계획을 내놨다. 그러나 언제나 그랬고 최근 더 심해지는 것처럼 소리만 요란할 뿐 알맹이는 없다시피 하다. 대부분은 기존에 발표한 내용을 재탕한 것이고 그나마 2025년까지 서너 개 공공병원을 짓기 위한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라는 하나마나한 얘기다. 문재인 정부 임기가 끝나는 2022년까지는 신축되는 공공병원은 없을 것이고, 증축하겠다는 공공병원들은 기존 시설이 낡아서 증축만으로는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12월 15일 서울역 앞 임시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기다리는 사람들과 손난로를 손에 쥔 방역 노동자들 이제 추위와도 싸워야 하는 상황이다 ⓒ이미진

유체이탈

국민의힘은 백신 공급 시기 등을 문제삼으며 정부를 공격한다. 하지만, 정작 지금 당장에 필요한 가장 중요한 문제들에서는 나몰라라 하는데다 공공병원 신축 예산 0원인 2021년 예산안 등을 통과시키는 데에서는 이견이 없었다. 산재 피해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을 외면해 온 자들이 백신 안전성을 기업 이윤보다 우선해 고려할 것 같지도 않다. 게다가 아직 사람들의 뇌리에는 2015년 메르스 확산 당시 박근혜 정부의 정보 은폐와 극도로 무능한 대처가 또렷이 남아 있다. 지금 정부에 대한 불만이 커지는 분위기에도 국민의힘 지지율이 크게 오르지 않는 이유다.

민주당 대표 이낙연이 ‘자가 검사’ 도입 등 설익은 제안을 남발하기 시작한 것은 이들이 인기를 얻는 데 더 관심이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럴수록 방역 담당자들의 조언을 무시하는 일도 늘고 있을 게 뻔하다.

자가 검사를 할 수 있는 믿을 만한 장비는 아직 없다. 선별진료소에서 하는 검체 채취를 집에서 각자 하는 것은 재앙을 낳을 것이다. 결국 검체를 검사실로 보내야 할텐데 이 과정에서 오염 등으로 검사 실패율이 높아질 것이고 가뜩이나 혹사당하고 있는 검사실 노동자들을 좌절하게 만들 것이다. 신속항원검사는 무증상 감염자를 찾아내는 데에는 일부 도움이 되겠지만 위음성률(감염자를 놓칠 가능성)도 높다는 단점이 있다. 자칫 방역에 구멍을 만들 우려가 있는 것이다. 검사 결과를 온전히 믿을 수 없다면 방역 노동자들은 2중으로 검사를 해야 하니 노동강도가 늘어나고 검사 시간도 지체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민간병원들 눈치를 살피느라 병실 확보를 미루고 있다. 국립대병원과 성남의료원 등 상대적으로 시설과 인력이 나은 공공병원들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나중에 경영(수익성) 평가 등 재정 절감을 압박할 명분이 약해질 것을 우려하는 듯하다. 이를 뻔히 아는 병원장들은 민간이든 공공이든 정부의 지원 액수와 방식이 분명해지기 전까지는 꼼짝도 안 하겠다는 분위기다. 그러다 보니 일선 현장에서 환자를 이송하고 진료를 의뢰해야 하는 노동자들 사이에 갈등이 빚어지기도 한다.

문재인 정부의 무책임한 코로나 대응은 힘든 겨울을 예고하고 있다. 정부는 기업주들의 이윤에 영향을 끼치지 않으려고 11월 초에 거리두기 상향 기준을 크게 높인 바 있다. 감염 확산을 막는 최후의 수단은 사람들의 이동을 제한하는 것인데, 그러면 기업주들의 이윤 획득(즉, 노동자 착취)에 큰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의 방역 완화는 잔뜩 높여 놓은 기준도 충족시킬 만큼 많은 확진자를 낳았을 뿐이다. 물론 정부는 2.5단계와 3단계 사이에 또 다른 단계를 만들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 어쩔 수 없이 3단계 조처를 도입하더라도 그 부담을 기업주들이 지지 않게 하려 애쓸 것이다. 1년을 참았지만 그 피해는 또다시 노동자·서민에게 떠넘겨질 것이다. 정부는 3차 재난지원금 예산을 고작 3조 원 확보해 놨을 뿐이다.

이런 고통 전가를 막고 제대로 된 방역과 의료, 재난지원금 지급 등을 요구하며 싸워야 한다. 노동운동의 지도자들이 문재인 정부와 결별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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