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거리두기 체계 개편:
겨울이 오는데 정부는 거리두기를 완화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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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1월 1일
지금까지 유지돼 온 방역 수칙이 2~3월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므로, 그동안 코로나19에 대해 새로 알게된 정보를 바탕으로
개편안에는 합리적인 부분이 일부 있다. 예컨대 2주마다 평가하던 방역 상황을 매주 평가하기로 했다. 1~2월 중국에서 코로나19가 유행할 때 잠복기가 2주가량으로 알려졌는데, 그 이후 추세를 보면 잠복기가 대개 4~5일 정도로 2주마다 평가하는 것은 부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권역별 인구 등을 고려해 좀더 세밀한 기준을 세우고, 고령 환자 발생, 중환자실 여분 등을 지표로 삼은 것도 필요한 점들이다. 권역별 생활치료센터
경기 활성화
그럼에도 개편안의 전체 그림은 거리두기 수준을 대폭 완화하는 데 맞춰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가
개편안은 기존에 3단계로 돼 있던 거리두기 단계를 5단계로 세분화하고 단계를 격상시키기 위한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기준을 충족했을 때에도 단계 격상을
지금까지는 하루 확진자 수가 100명을 넘으면 2단계로 격상하도록 돼 있었는데, 개편안에서는 수도권의 경우 하루 확진자 수가 100명을 넘을 경우 1.5단계로 높이고, 1주일 이상 200명을 넘어야 2단계로 격상된다. 전국적으로는 300명을 넘을 때 2단계로의 격상을 검토한다.
그런데 정부가 이처럼 거리두기 수준을 완화한 근거가 매우 빈약하다.
정부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한국의 거리두기 기준이
독일의 경우, 대부분의 병원이 공립이고 중환자실도 2만 5000개가량으로 비교적 자원에 여력이 있어 봄 유행에 선방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지금은 유럽 전체 상황에 영향을 받아 확진자 수가 매일 1만여 명이 넘는다.
반면, 한국은 공공 의료기관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서 5월과 8월 유행 당시에도
그런데 이번 개편안에서 정부는 엉뚱하게도 중증환자 병상에
안이한 생각이다. 감염력이 높은 코로나19의 특성상 감염이 확산되는 시기에는 확진자가 꾸준히 점증하기보다 폭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8~9월 유행 당시에도 확진자 수는 가파르게 증가했고, 2~2.5단계 거리두기 조처로 증가세를 간신히 억누를 수 있었다.
바뀐 기준에 따르면 같은 일이 벌어져도 정부의 대응은 한 주 이상 늦어질 가능성이 있고 골든 타임을 놓치게 될 것이다. 개편안에서는 하루 확진자 수가 1000명을 넘어야 거리두기를 3단계로 격상할 수 있다.
이는 거리두기의 목적을 감염 예방

기업주들은 배려하고, 개인 책임은 강화
기존의 방역 지침과 달라진 또다른 특징은 기업
기존에는 2단계에서 공공기관과 기업의 경우 전체 인원의 2분의 1 이상 근무하지 못하도록 했는데, 개편안에서는 이를 3분의 2로 늘렸다. 민간 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기 위한 조처로 보인다.
반면, 노동자들은 더욱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작업과정에 대한 통제권이 기업주들에게 있는 한 노동자들은 위험이 상당히 고조될 때까지도 계속 출근해야 할 수 있다. 콜센터, 물류센터는
학교 등교 인원도 늘리고 3단계에서만 전면 원격수업을 하도록 했다. 사회복지이용시설의 경우 2.5단계까지도 운영을 유지하기로 했지만 이에 필요한 인력, 자원 등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대책이 없다. 중환자 집중 관리로 간다지만 중환자를 돌볼 간호사 등 인력은 여전히 크게 부족하다.
정부와 기업주들의 책임은 완화하면서 평범한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긴다.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된 곳
일부 진보 의료인의 자가격리 도입 의견 유감
정부는 개편안 발표를 앞두고 10월 27일 중앙방역대책본부 주최로 토론회도 열었는데, 이 자리에 여러 전문가들을 불러 개편안을 정당화하는 발표를 맡겼다. 현재 코로나19 확진자 치료의 컨트롤 타워라 할 수 있는 국립중앙의료원에서 기조실장을 맡고 있는 주영수 교수는 음압병실을 무리하게 늘리기보다 자가격리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주영수 교수는 진보적 의사 단체인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를 지낸 바 있는데, 공공병원과 인력 확충을 요구해도 모자랄 마당에 정부의 방침을 고려한 듯한 위험천만한 제안을 꺼낸 것은 무척 유감이다.
정부의 거리두기 개편이 곧장 확진자 폭증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는 있다. 지난 1년 동안 거의 모든 감염병 환자가 줄었는데, 이는 그만큼 마스크 착용과 손씻기가 보편화된 덕분일 것이다. 정부의 거리두기 완화 메시지는 이런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는 반면, 대처는 늦어지게 할 것이다. 병실과 인력 등 확진자 폭증 상황에 전혀 대비가 돼 있지 않은 조건도 1년 동안 거의 개선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거리두기 완화는 치명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와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고,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충분한 지원을 해 거리두기를 유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