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초등교사가 본 학급당 학생 수 감축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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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급당 학생 수 상한 입법 청원에 참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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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간제 교사로 6개월을 일하고, 올해 정규직 교사가 돼 이제 막 3개월을 넘긴 초보 교사다.
교대에 다닐 때도 학급당 학생 수 감축을 늘 지지했지만, 교사로서 직접 일을 해 보니 학급당 학생 수가 교육의 질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훨씬 더 깊이 느끼게 됐다.
나는 지난해 1학기에 부산에서 6개월간 기간제 교사로 일했다. 그 학교는 재개발이 한창 진행 중인 구도심에 있는 학교로, 부산에서도 꽤 규모가 큰 학교였다.
지난해 4~5월은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수업을 하다가 6월에 등교수업이 시작됐는데, 이 학교는 전교생 전면 등교를 했었다.
당시 전국적으로 이 정도 규모의 학교에서 전면 등교를 한 경우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 책상마다 칸막이를 놓고 쉬는 시간은 5분으로 줄이고 학년별로 급식실 이용 시간을 달리해도, 도저히 사회적 거리두기는 불가능했고 그저 확진자가 생기지 않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없었다.
학교가 위치한 동네는 앞서 말했듯 재개발이 한창 진행 중이어서, 이미 재개발된 ‘신축 아파트’ 거주 학생과 기존 ‘달동네’ 거주 학생이 함께 있었다. 학생들 사이의 교육격차는 아마 코로나19 이전에도 컸을 테지만, 그럼에도 불과 두 달가량의 온라인수업으로도 그 격차가 더욱 벌어진 것이 눈에 뻔히 보였다.
6월에 전면 등교를 시작한 후, 1학기 남은 기간 내내 온라인수업 때 제대로 가르쳐주지 못하고 넘어간 부분을 ‘복습’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그러자 ‘신축 아파트’ 거주 학생들은 눈에 띄게 지루해 했지만, 기존 ‘달동네’ 거주 학생들은 내가 아무리 한 명 한 명 도움을 주려고 해도 진도를 따라가기를 무척이나 힘들어했다. 게다가 학생 수가 많다보니 내가 도움을 줄 시간도 너무나 부족했다.
나는 그 학교에서 1학기에만 일했는데, 2학기에는 전면 등교를 그만두고 등교수업과 온라인수업을 병행했다고 전해 들었다. 그 정도 규모의 학교라면, 학생들의 건강과 방역을 위해서는 전면 등교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내가 일할 당시에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았지만, 만약 한 명이라도 확진자가 나왔더라면 분명 학교 내에서 꽤 확산됐을 수 있다.
‘딜레마’였다. 등교수업을 하자니 사회적 거리두기가 안 되고, 온라인수업을 하자니 교육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완화할 방법이 없는 것일까?
올해 2월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공동대표가 노동자연대TV 토론회 ‘코로나 시대에 우리가 살아남는 방법’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정말이지 공감이 많이 가는 이야기였다.
“학교를 보면, 초기에는 거의 다 온라인으로 수업을 했습니다. 그런데 학생들이 바보가 됐다 하는 교사들의 탄식이 있을 만큼 K자 양극화가 일어났습니다. 즉, 공부를 잘하는 상층의 애들이나 교육받은 부모를 둔 아이들은 어느 정도 따라가는데, 혼자 있을 공간이나 물어볼 부모가 없는 3분의 2 이상의 아이들은 전체적으로 학력이 뒤처지는 것뿐 아니라 교육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당시에 클럽은 열었는데 학교는 안 연 거죠. 왜 학교 내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지 않았을까요? 학급당 15~17명 정도 수준으로 만들고 손 씻기 할 공간을 많이 만들고 보건 교사를 많이 충원하면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능했을 겁니다. 그런데 온라인 수업을 강요하면서 커다란 실험이 이뤄졌습니다. 재난 자본주의라고 해서, 재난을 이용해 학교에서 온라인 교육을 엄청나게 시행했고, 결국 온라인 교육이 시행된 자리에는 일종의 폐허만 남은 상황입니다. 이런 부분을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가 굉장히 중요한 문제로 남아 있습니다.” (https://ws.or.kr/article/25177)
학급당 학생 수가 적다면 방역을 철저히 하는 게 훨씬 수월했을 것이다.
나는 올해부터 강원도 원주에서 정규직 교사로 일을 시작했다. 내가 일하고 있는 학교는 올해 전면 등교를 하고 있고, 학급당 학생 수는 20명보다 적다.
물론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벽하게 이뤄지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렇지는 않고 여전히 불안한 점은 있지만, 그럼에도 지난번 학교만큼 불안하지는 않다.
그리고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내가 올해 학교에서 지난해보다 학생들 한 명 한 명한테 좀 더 관심을 주려고 할 수 있는 것도 학급당 학생 수와 큰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내가 이제 막 일을 시작한 서투른 초보 교사라서 학급당 학생 수의 영향을 크게 받는 것일 수도 있지만, 주변의 동료 선생님들을 봐도 작년 학교와 올해 학교에서 큰 차이를 느낀다. 올해 학교의 동료 선생님들이 학생들 한 명 한 명에 더 관심이 크신 것이 확연히 느껴진다. 부산의 교사들은 학생들한테 관심이 덜한 사람들이고, 원주의 교사들은 관심이 더 큰 사람들인 것일까? 당연히 그럴 리가 없다.
지난해에 학생들이 등교해서 교실로 들어올 때, 한 15~17명쯤 교실에 들어오고 나면 늘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 교실에 그만 들어왔으면… 딱 이 정도의 학생들이라면 사회적 거리두기도 좀 더 할 만할 테고, 내가 한 명 한 명 신경도 좀 더 쓸 수 있을 텐데.’
내가 올해 일하고 있는 학교의 학급당 학생 수를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면, “역시 강원도는 학생 수가 적은가 보다” 하는 식의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 않다. ‘학교알리미’로 검색해 보면, 내가 일하고 있는 학교는 원주 시내에서 학급당 학생 수가 가장 적은 편에 속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원주 시내 학교의 대부분은 학급당 학생 수가 내가 작년에 일한 부산의 학교에 더 가깝다. 당연히 대부분 전면 등교가 아니라 온라인수업과 등교수업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 전교조에서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아래로, 유아의 경우 14명 아래로 상한을 두는 것을 요구하며 입법 청원을 냈다. 많은 분들이 청원에 참여했으면 좋겠다.
👉 학급당 학생 수 20명 상한을 위한 초·중등교육법 개정 청원
http://bit.ly/20class20
👉 유아 학급당 학생 수 14명 상한을 위한 유아교육법 개정 청원
http://bit.ly/14kids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