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공동대표가 말하다:
코로나는 풍토병이 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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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공동대표(의사)가 2월 8일 노동자연대TV 토론회 ‘코로나 시대에 우리가 살아남는 방법(영상 보기)’에서 한 발제와 정리발언을 녹취한 것이다.
오늘 제가 말씀드릴 내용은 ‘코로나 시대에 우리가 살아남는 방법’입니다.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시거나 전체적으로 봤을 때 꼭 다뤄야 하는 문제인데 기존 언론에서는 덜 다룬 부분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코로나19 초기에, 코로나19가 끝나는 방법이 두 가지 있다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하나는 인구의 60퍼센트 정도가 병에 걸려서 집단 면역을 획득하는 방법입니다. 그런데 이 방법에 따르면 우리 나라 인구 5000만 명의 60퍼센트, 즉 3000만 명이 걸려야 합니다. 그중 약 1퍼센트만 사망한다고 치더라도 약 30만 명이 사망하는 야만적인 길이죠. 그렇기 때문에 피해야 하는 길입니다.
다른 하나는 백신을 통해서 집단 면역을 획득하는 방법입니다. 소아마비나 홍역 등에서도 예방 접종을 통해서 집단 면역을 획득하는데요. 백신을 통한 집단 면역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다른 나라들을 보면 백신이 아니라 감염을 통한 방법을 선택한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이 될 정도로 굉장히 심각한 감염 현상을 보였습니다.
미국의 경우, 감염 양상 그래프를 보시면 하루에 20만~30만 명 정도로 굉장히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확진자나 사망자 발생에서 전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죠.
사실상 트럼프 행정부는 대통령이 나서서 마스크를 쓰지 말라고 하는 등 방역을 거의 포기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백신에 대해서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죠.
다른 사례로는 유럽을 볼 수 있어요. 이탈리아는 인구가 우리 나라보다 조금 많은데도 확진자가 약 30만 명이나 됩니다. 확진자가 하루에 4만 명까지도 발생했는데, 초기에 환자가 굉장히 많이 발생해서 문제가 됐었죠.
조금 더 들여다보면, 이탈리아는 아주 초기부터 중국에서 직접 오는 항공편을 폐쇄했어요. 그런데 다른 나라를 거쳐서 오는 중국발 비행기는 방역 조치 없이 놔두는 등 그 외의 방역 조치는 거의 하지 않았어요. 이탈리아는 관광 자본, 호텔 자본이 주요 자본 중 하나라서 처음부터 방역 조치를 취했으면 그 자본들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초기에 이탈리아에서 환자들이 굉장히 많이 발생해서 유럽 쪽으로 번졌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또, 롬바르디아라는 북부 지방에서 집단 사망이 많이 벌어졌는데요. 그 지방은 북부동맹이라는 극우가 2008년부터 집권해서 공공병원과 의료 인력을 30~40퍼센트 줄이는 정책을 취했어요. 그래서 환자는 많이 발생하는데 치료할 곳이 없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영국도 마찬가지예요. 여기도 최근에 1일 확진자가 6만~7만 명 발생하고 있는데요. 이탈리아와 마찬가지로 1차 대유행 이후 확진자가 낮은 수준으로 떨어질 때까지 봉쇄를 유지하지 않고 서둘러 방역을 완화했기 때문에 가을과 겨울에 대유행했습니다. 영국은 2차 봉쇄를 했음에도 변이종이 퍼져서 대유행을 막을 수가 없었고, 유럽에서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이 나라는 이미 백신이 도입됐음에도 확산세를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프랑스도 마찬가지로 1차 봉쇄 이후 유럽이 완전히 통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유럽 전체가 개방되면서 2차 파고가 닥쳤습니다. 이후 전체적으로 굉장히 많이 퍼져서 그래프를 보시면 알 수 있듯이 1일 확진자가 6만 명에서 8만 명 정도에 이르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영국과 프랑스를 비롯해 유럽도 인구 대비 확진자 수를 보면 미국과 유사하거나 더 많았어요. 봉쇄를 미국보다는 국가적으로 했다는 차이가 있을 뿐 사실상 2차 발생이나 3차 발생을 거의 막지 못했을 정도로 봉쇄 조치가 미흡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편, 일본의 코로나 추이를 보면 우리 나라와 상당히 비슷한 양상인데요. 인구가 우리 나라의 2.5배 정도 되기 때문에 [확진자 수가] 우리 나라보다 2.5배 많아도 우리보다 못했다고는 할 수 없는 상황인데요. 1차 파고 후에 일본도 자숙 명령을 내려 집 안에 있으라고 명령해서 인구 이동이 약 40퍼센트 정도 감소했어요. 그러나 ‘고 투(Go To) 캠페인,’ 즉 지방으로 여행을 가라, 이를테면 1박 2일을 가면 100만 원, 2박 3일을 가면 1인당 하루 100만 원을 지원하는 식으로 여행을 장려해 사실상 경제를 더 우선시하면서 방역을 소홀히 했습니다. 이 때문에 일일 확진자 수가 8000명 수준까지 올라가게 됐습니다.
한국에서 여행이나 외식을 장려하는 캠페인이 여름 파고 이전에 있었는데 이런 것들이 일본하고 아주 유사했습니다. 코로나19의 확산을 막지 못한 것은 아베 정부가 실각한 원인이 되기도 했죠.
1차 파고 때는 유럽 그리고 미국에서도 주마다 상당히 강력한 봉쇄를 했습니다. 그런데 2차 파고 때는 봉쇄를 약하게 했어요. 그래서 〈파이낸셜 타임스〉는 라이트 비어처럼 ‘록다운 라이트’(lockdown lite)를 했다고 했어요. 유럽 전체가 록다운 라이트를 했고 사실 미국도 록다운 라이트를 한 주가 많죠.
말하자면 완전 봉쇄가 아니라 돌아갈 부분은 돌아가게 하고, 영국 같은 경우에는 여섯 명 이상 모이지 않는다는 규칙을 통해서 약한 봉쇄를 했습니다.
방역 포기
왜 이렇게 됐을까요? 그것은 [각국 정부들이] 1차 파고 이후 코로나19의 특성을 어느 정도 파악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증상 감염자들이 많아 ‘걸어 다니는 폐렴’이라고 할 정도로 전파력은 매우 높은데 젊은 사람들은 증상 없이 지나가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는 거죠.
그리고 사망자 비율을 보면 60대가 2~3퍼센트, 70대가 10퍼센트, 80대가 25퍼센트 정도였어요. 일을 안 하는 사람들, 즉 비경제활동 인구가 많이 사망한다는 거죠.
또, 자연 감염을 통한 집단 면역 전략은 그야말로 방역 조처를 전혀 취하지 않은 듯한 인도에서조차 약 20퍼센트밖에 항체를 형성하지 못했어요. 물론 코로나19가 굉장히 많이 번진 뭄바이나 델리의 빈민촌의 경우는 항체 형성이 60퍼센트 이상 됐다고 하지만 말이죠.
집단 면역 전략은 불가능한데 백신은 언제 나올지, 나와도 효과가 있을지 불확실하고, 막상 놔뒀더니 젊은 사람들은 멀쩡하고 늙은 사람만 죽는다는 거죠. 다시 말해 자본주의하에서 일할 사람은 그냥 쉽게 앓고 넘어가고, 복지의 대상이 되는, 그러니까 생산은 못 하지만 돈[정부 재정]을 많이 쓰는 사람들이 주로 죽는다는 그런 결론을 얻은 끝에 완전한 록다운이 아니라 록다운 라이트를 하면서 사실상 방역을 포기했던 것이죠.
유럽의 경우는 노동자 정당들이 있기 때문에 미국만큼 노골적이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결과를 놓고 보면 미국과 유럽이 거의 비슷하게 방역 포기 전략을 썼습니다.
그럼 저발전 국가들은 어떠냐? 말할 것도 없죠.
브라질의 보우소나루, 러시아의 푸틴, 인도의 극우 정당 인도인민당(BJP) 등이 집권한 나라들에서 폭발적 감염과 사망이 벌어졌고요. 미국, 인도, 브라질, 러시아는 전 세계 확진자가 가장 많고 사망자가 가장 많은 네 곳입니다. 최근에 유럽 나라들이 그 뒤를 쭉 잇고 있고요.
아프리카의 경우는 남아공 정도만 집계가 되고 다른 나라들은 집계가 안 돼요. 그래서 많은 나라들이 ‘코로나 청정국’이라고 얘기하지만 사실상 코로나 검사를 하지 못해서 집계가 안 되는 것일 뿐입니다.
중국은 코로나19 환자가 초기에 많이 발생했지만 권위주의적 봉쇄를 통해서 상당히 선방하고 있는 상태이고, 동아시아 일부 국가인 베트남, 한국, 대만도 상대적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죠.
이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미국과 유럽, 저발전국 대부분이 방역을 사실상 포기하는 모습들은 자본주의의 냉혹함을 보여 줍니다.
K-방역의 성공?
한국에서는 대략 세 번의 파고가 있었는데요. 현재 3차 파고가 끝난 후에도 1일 확진자가 100명에서 50명 수준으로 떨어지지 않고 계속 300명에서 500명으로 지속되고 있습니다.
또, 확진자 수가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적음에도 의료 대응에 실패해서 치명률이 상당히 높은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K-방역이 다른 나라에 비해 성공했다고 얘기를 합니다. 이건 사실인데요. 그런데 문제는 다른 나라가 빵점이나 10점쯤 맞았다면 우리 나라는 한 40~50점 맞은 것이지요. 다른 나라에 비해서 상당히 우수해 보이지만 우리 나라도 전체적으로 보면 그렇게 잘한 것은 아닙니다.
우리 나라의 K-방역이 잘됐다고 얘기를 하지만 사실상 거리두기가 굉장히 불평등하게 된 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사무실과 공장 등에서 상당히 많은 감염이 발생했음에도 이런 곳은 봉쇄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또, ‘3밀’이라고 흔히 얘기하는 밀집, 밀접, 밀폐된 공간에는 대중교통이 대표적인데, 거기서는 마치 감염이 안 일어난다는 듯이 콩나물 버스나 지하철을 방치했죠.
사실은 역학조사로도 모른다고 하는 경우에도 지하철이나 버스를 탄 사실이 있다면 거기서 어떻게 번졌을지 하는 걸 더 따져야 하는데 그 부분은 아예 역학조사에서도 빠졌습니다.
그래서 직장이나 콜센터, 물류센터, 공장에서 상당히 많이 발생해서 약 12퍼센트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가 되고요. 상당수가 생산과 유통 현장에서 발생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한편으로는 요양원, 요양병원, 정신병원, 장애인 시설 같은 곳에서 굉장히 많이 발생했는데 이 부분은 ‘코호트(cohort) 격리’라는 것을 실시했습니다.
영어로 코호트 격리라고 하니까 뭔가 멋있는 말처럼 들리지만, 원래 동일집단, 이번 경우에는 병에 걸린 사람들을 분리하는 것을 그냥 코호트라고 합니다. 우리 나라처럼 병에 걸린 사람들과 병에 안 걸린 사람들을 섞어 두고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을 통째로 격리한다, 이런 건 코호트가 아니에요.
그런데 우리 나라는 코호트 격리라는 말을 그렇게 쓰면서 뭔가 방역 조치 같은 느낌을 주며 사실상 사회로부터 격리시켰습니다. 우리 나라 사람이 아니라는 듯이 사회적으로 격리해서 그냥 사망하도록 방치한 것이죠. 우리 나라에서의 코호트 격리는 방역 조치가 실패한 최악의 사례로 남을 것입니다. 이 부분이 2020년 12월 사망자의 30퍼센트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굉장히 높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이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입니다.
정리하자면, 생산의 핵심적인 부분은 엄격하게 거리를 두지 않고 오히려 비생산 부분이나 개인적 서비스업에서는 엄격한 거리두기를 실시한 문제가 하나 있고요.
다른 하나는 거리두기고 뭐고, 노인이나 장애인을 사회로부터 격리한 문제가 있습니다. 이 두 가지가 한국의 사회적 거리두기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K-방역의 또 다른 신화인 이른바 3T(테스트, 트레이싱, 트리트먼트)로 말하자면 환자를 찾아내서 추적하고 치료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굉장히 잘 이뤄졌다고 얘기를 하는데요. 사실 한편으로는 모든 국민이 단일한 주민등록번호로 전산화돼 있어 정부가 모든 시민의 사진과 지문을 보유하는 상황에서 가능했던 것입니다.
사람을 확인하고 나면 감염 여부는 실시간 PCR 검사를 해서 6시간 또는 아주 짧으면 서너 시간 만에 확인이 되죠.
그런데 역학조사관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환자를 확인한 지 10분 만에 신용카드 사용 내역, 전화 통화 내역 등이 다 역학조사관 손에 들어온다는 겁니다. 즉, 이 사람이 어디를 갔는지, 어디서 돈 썼는지, 누구랑 통화했는지 등을 다 안다는 겁니다.
이런 것들이 이른바 역학조사를 가능하게 한 것입니다. 심지어 이태원 발 감염 때는 휴대전화 위치 정보를 통해 부근에 있었던 사람들 모두에게 전화해서 ‘너 이태원 클럽 갔었니’ 하고 묻는다든지 CCTV 조사를 한다든지 해서 개인의 사생활을 크게 침해하는 문제들이 굉장히 많이 발생했죠. 사람들 사이에서 코로나보다 동선 공개가 더 무섭다는 얘기들이 많았을 정도입니다.
환자 격리, 접촉자 격리도 사회적으로 강제됐고 심지어는 전자 팔찌를 채우자는 얘기까지 나왔어요. 그런데 사람들의 반대로 격리자 중 격리 원칙을 어기는 사람만 전자 팔찌를 채우는 것으로 했습니다.
학교를 보면, 초기에는 거의 다 온라인으로 수업을 했습니다. 그런데 학생들이 바보가 됐다 하는 교사들의 탄식이 있을 만큼 K자 양극화가 일어났습니다. 즉, 공부를 잘하는 상층의 애들이나 교육받은 부모를 둔 아이들은 어느 정도 따라가는데, 혼자 있을 공간이나 물어볼 부모가 없는 3분의 2 이상의 아이들은 전체적으로 학력이 뒤처지는 것뿐 아니라 교육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당시에 클럽은 열었는데 학교는 안 연 거죠. 왜 학교 내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지 않았을까요? 학급당 15~17명 정도 수준으로 만들고 손 씻기 할 공간을 많이 만들고 보건 교사를 많이 충원하면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능했을 겁니다. 그런데 온라인 수업을 강요하면서 커다란 실험이 이뤄졌습니다. 재난 자본주의라고 해서, 재난을 이용해 학교에서 온라인 교육을 엄청나게 시행했고, 결국 온라인 교육이 시행된 자리에는 일종의 폐허만 남은 상황입니다. 이런 부분을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가 굉장히 중요한 문제로 남아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상당히 불평등했다고도 볼 수 있어요. 8~9월 2차 유행 당시에 비해 이번 겨울철 유행 시기에 감염자가 4.4배 증가했습니다. 그런데 카페에서 감염이 이뤄진 경우는 4.4배가 아니라 20퍼센트만 증가했고 공연 시설 같은 경우는 25퍼센트가 줄었습니다. 반면에 8배 증가한 대중교통 등 전체적으로 매우 많이 늘어난 부분은 닫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죠.
우리 나라가 경제 성장률이 굉장히 높다고들 합니다. 세계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 4.2퍼센트인데 우리나라는 마이너스 1.1퍼센트여서 OECD 국가 중 1위다 이렇게 굉장히 자랑을 합니다.
그런데 사실 우리 나라가 1998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는 그 자체도 문제이고요. 주요 10개국 재정 지출을 비교해 보면 GDP 대비 일본은 15.6, 이탈리아 6.8, 독일 11.0, 영국 16.3인데 한국은 3.4입니다. 그래프의 파란 것이 직접 재난지원금이라든가 소득 보전으로 지출한 것인데 한국을 보면 노란색이 많죠. 다시 말해, 돈을 꿔 준 겁니다. 꿔 줘서 뭐 합니까? 나중에 도로 갚아야 할 텐데. 한국은 재난지원금을 직접 주는 정도가 다른 나라의 5분의 1 내지 3분의 1 수준일 정도로 재정 지출을 아꼈습니다. 다른 나라보다 GDP 성장률이 훨씬 더 높았다면서도 확대 재정은 거의 안 했어요.
일본, 독일, 미국에서 방역 못 한다고 비난이 많았지만 일본, 독일 심지어 미국조차도 70퍼센트 이상 소득을 보전해 줬어요. 고용보험 같은 경우는 80퍼센트 이상을 해 줬어요. 우리 나라는 자영업자들이 현재 밤 9시, 10시 이후에 불을 켜 놓고 시위하지 않습니까? 다른 나라에서는 그들이 생활할 수 있을 만큼 보전을 해 줬는데 우리 나라는 보전을 안 해 줬습니다.
그리고 의료 대응은 굉장히 큰 문제가 있었습니다. 대구의 지역 사회 감염 때 대구에 병상 4만 개가 있었는데 이 중 공공 병상 1000곳만 환자들을 보고 나머지 민간의 3만 9000개 병상은 거의 놀다시피 했어요. 민간 병상은 500병상 정도 이외에는 동원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환자들이 부산, 광주, 심지어 서울로 올라와서 공공병원에 입원해야 했습니다.
낙인 찍기
대구 사태 때 신천지가 〈천지일보〉에 “문재인 정부가 신천지에 감사해야 하는 이유”라는 기사를 하나 실었습니다. 신천지 집단은 젊은 여성이 다수라서 치명률이 낮고 굉장히 폐쇄적이고 잘 조직된 집단이라 대구 경북 지역 감염으로 그쳤는데, 정부는 신천지를 범죄자 취급하고 낙인찍기 했습니다. 실제로 일어난 일이 그랬죠.
지역 사회 감염을 상당히 막고 치명률이 낮았던 이유는 그들이 상당히 협조를 잘했고 정부가 그들을 범죄자 취급함으로써 낙인 찍기를 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부는 심지어 2차 유행 때도 성소수자 집단에게 낙인을 찍었고, 수도권 2차 파고 때는 집회하는 사람들에게 낙인을 찍었습니다. 3차 때는 좀 덜해지긴 했습니다만, 이런 것들이 마치 코로나에 걸리면 개인이 잘못해서 걸리는 것처럼 여겨지게 만들었습니다.
한편, 환자 수는 적었음에도 공공병원이 굉장히 적어서 사망률이 매우 높았습니다. 환자 몇백 명 수준에서도 병상 부족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이런 문제들이 2~3차 때도 계속됐다는 것이 우리 나라 의료 대응의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특히 사회로부터 격리된 요양병원과 요양원 등 노인 복지 시설에서 큰 문제입니다. 병상이 요양병원에 26만 개, 노인 요양원에 15만 개쯤 있습니다.
그런데 이 요양병원과 요양원에서 감염이 일어날 경우 굉장히 심각해집니다. 왜냐하면 워낙 기력이 없고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노인들이 집단으로 발병하기 때문인데요.
여기서 발병하더라도 집단 감염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요양원과 요양병원에서 거리두기를 못 하고 발병했을 경우, 그 환자들을 바깥으로 빼야 하는데 우리 나라는 ‘거기도 병원 아니야?’ 하면서 전혀 치료할 수 없는 곳에 그냥 방치해 버렸습니다. 이게 바로 우리 나라 식 코호트 격리였죠. 그래서 12월에 요양병원에서 가장 많은 환자가 발생을 했습니다.
3차 유행 시기에 12월까지 28퍼센트가 요양병원에서 발생했죠. 사망자 생존 기간을 보시면 2~7월에는 사망자의 [평균] 생존 기간이 22.4일이었는데 8~11월에는 17.7일, 12월이 되면 14일까지 떨어집니다. 즉, 요양병원에 방치돼 있다가 병원 응급실에 도착하자마자 죽은 사람이 많았다는 겁니다.
정부는 방역 자랑하는 데만 관심을 기울였을 뿐 의료 대응은 하나도 준비를 안 했습니다. 문제가 터진 뒤에도 민간병원 병상을 3차 종합병원 중 중환자실 1퍼센트만 동원했습니다. 3차 종합병원에 있는 전문가들이 ‘장충체육관 같은 곳에 체육관 병원을 하나 만들어야 된다’는 식으로 주장하면서, 박애병원이라든가 남양주 현대병원 등에 거점 병원을 만들었어요. 사실상 중환자 치료가 거의 불가능한 그런 병원들인데요. 그럼 삼성과 아산 병원은 도대체 뭐 했냐? 우리 나라 사립 병원은 자기에게 떠맡겨진 코로나 중환자 몇 명만 봤어요. 이런 식으로 사립 병원에 대한 특혜, 즉 대형 사립 병원들은 돈 안 되고 손만 많이 가는 코로나 환자를 담당하지 않고 넘어가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만 병에 걸리고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하고 죽는 문제들이 발생한 거죠.
의료급여 환자들은 우리 나라에서 가장 힘없는 사람들인데 그들은 건강보험 환자보다 2.6배 정도 많이 사망한 것으로 나왔어요.
다른 나라들에서도 흑인들이 훨씬 더 많이 죽거나 가난한 지역에서 많이 죽는 일들이 아주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바이러스는 평등하지만 인간은 불평등하다는 것을 너무나 정확히 보여 주는 일이죠.
우리 나라는 공공 병상 비중이 굉장히 적고 사립 병원 병상 비중은 90퍼센트나 됩니다. 그런데도 사립 병원 병상을 코로나 환자들에게 쓰지 않았다는 것은 황당한 사실입니다. 한국의 코로나 치명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 굉장히 적은 것 같지만 실제로는 완전히 의료가 붕괴됐던 네덜란드, 스페인의 절반이나 됐어요.
K-방역을 쭉 돌아보면, 결국은 기술 감시와 보건의료 및 공공부문 노동자, 소방 노동자, 공무원 등을 갈아 넣듯이 혹사시켜서 만든 거예요. 시민들의 안전 감수성을 얘기하지만 그것은 광우병, 세월호 참사, 메르스의 경험 때문에 높아진 거죠. ‘국가는 아무것도 안 해 주니까 나 혼자 마스크라도 잘 쓰고 나 혼자 거리두기를 잘해야지,’ 이런 각자도생 정신으로 K-방역이 성공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즉, 정부가 잘했다기보다는 시민들이 잘했다고 봐야겠죠.
차별적 거리두기
한국은 거리두기도 차별적으로 했어요. 대자본이 지배하는 곳은 거리두기를 안 지켜도 됐고 업종도 제한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작은 자본이나 소규모 자영업자 같은 개인적 서비스업, 문화, 미래 세대를 위한 업종에는 다 제한이 걸렸어요. 박물관 같은 데 얼마나 사람이 없습니까? 박물관과 학교는 문을 닫는데 클럽은 열어도 되는 식의 황당한 차별이 생겼고요. 노령자, 장애인들은 인간다운 취급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러는 바람에 사회적 고통이 노동자와 서민에게 완전히 전가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코로나 시기에는 무엇보다도 정부가 돈을 풀어서 생활을 보장하는 것이 필요했고요. 아프면 쉬라고 하지만, 요즘은 그런 말도 별로 안 하는 것 같은데요, 실제로는 못 쉬거든요. 유급 병가, 상병 수당을 도입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리고 유급 돌봄 휴가를 주지 않았어요. 애들이 쉬는데 아빠, 엄마가 쉬지 않으면 애들을 누가 돌봅니까? 그 와중에 돌봄을 지자체로 이전해서 돌봄을 민영화하려고까지 했었죠.
한편, 자영업자들이 임대료를 내려 달라고 얘기를 하죠. 그런데 임대료를 내려 달라고 할 정도면, 이미 줄일 수 있는 다른 경비는 다 줄인 것이고 그 부문에 고용돼 있던 노동자는 다 해고됐다고 봐야 합니다. 다른 나라들에서는 대부분 비정규직, 불안정 노동자 해고를 금지했는데 한국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노동자들에게 상당히 피해가 전가됐고요.
반면 코로나 예방을 미준수한 기업은 처벌하지 않았습니다. 콜센터나 물류센터 [사측이] 처벌받은 것은 본 적이 없어요.
일찍이 봄부터 민주노총을 비롯한 보건의료 단체들은 공공병원이나 의료 인력을 확충하라고 요구했지만 정부는 지난 1년간 전혀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부분은 명확히 문재인 정부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백신은?
마지막으로 백신 도입에 대해 얘기하겠습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에는 10~20퍼센트 정도만 효과가 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다른 백신들도 남아공 변이에는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도 그렇고 앞으로도 한 달에 두 개 정도 변이종이 발생할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백신은 초기 균주를 이용한 것이기 때문에 변이가 어떻게 발생하느냐가 앞으로도 계속 문제일 거라고 보고요.
아스트라제네카 등 백신들이 우리 나라에 들어올 텐데요. 이 백신들만으로는 소용이 없지는 않겠지만 충분하지 않다고 봐야 합니다.
이 백신들은 [아스트라제네카를 포함해] 중증도 감소에는 변이에도 상당히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지만 남아공 변이에도 어느정도 효과가 있다는 노바백스나 모더나, 화이자도 변이종이 앞으로 어떻게 될 거냐에 따라 효과가 굉장히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코로나19는 앞으로 풍토병(엔데믹, endemic)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즉, 언제 마스크를 벗을 수 있는가, 언제 여행을 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 가장 궁금한 문제일 텐데 팬데믹이 언제 끝날지 하는 것은 사실 알 수가 없습니다.
4차 대유행 문제에 관한 인하대 정재훈 교수가 그린 그림을 보시죠. 저도 상당 부분 동의하는 것인데요. 4차 대유행은 최저선이 200~500명일 겁니다. 즉, 현재보다 더 떨어지지 않고 지금 이 수준에서 더 뛰어오를 거라는 얘기죠.
거리두기가 완화되거나 영국 또는 남아공 변이종이 우리 나라에서 지배적인 균이 되거나 백신 도입 시기가 늦어지면, 하루 최고 확진자 수가 1000명이 아니라 3000명 정도로 올라갈 수 있는 4차 대유행에 대비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백신은 늦을 수 있다 치더라도, 보상 체계는 계속 꾸물거리고 의료적 대응도 안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원래는 백신 개발에 2~3년 정도 걸릴 거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실제로는 1년 만에 백신이 나왔어요. 이건 오늘날 생명 공학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잘 보여 줍니다. 한편으로는 ‘미리 만들 수도 있었네’ 하는 생각도 듭니다. 사스라든가 메르스도 코로나 바이러스의 일종이니까 ‘훨씬 전에 만들 수도 있었네’ 싶죠.
여러 회사들이 백신을 만든 건 좋습니다. 그런데 이 백신을 선진국이 다 쓸어 갔어요. 그래서 이른바 저발전국에서는 백신을 맞을 수가 없고 2022~2023년이 돼야 겨우 접종을 시작할 수 있다는 얘기들이 많습니다. 선진국이 가진 특허와 지적재산권 때문에 생산도 못 해요. 말하자면 백신 쇼비니즘[광신적인 애국주의]이죠. 선진국이 많이 쓸어 갔고, 그 안에서도 영국에서 만든 것을 유럽연합(EU)이 내놓으라고 하는 등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백신이 모자라서 2차 백신을 언제 맞을 수 있느냐를 기약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선진국조차 많이 사 놨음에도 제대로 못 맞습니다.
백신은 전 세계가 가능한 한 짧은 시기 내에 거의 동시적으로 맞아야만 효과가 크고 변이종 등을 상당히 억제할 수 있습니다. 선진국만 먼저 맞으면 그곳에서는 면역이 있으니까 거기에 대응해 바이러스가 살아남으려고 변이하게 될 겁니다. 그렇게 변이가 만들어지면 전 세계로 돌아가고, 아직 백신을 못 맞은 나라가 있으면 또 풍토병화 하겠지요. 그 과정에서 어떤 사람은 코로나19 백신, 코로나20 백신, 코로나21 백신, 코로나22 백신을 다 맞아서 이른바 백신 여권에 도장을 다섯 개 다 찍는 반면, 후진국 사람들은 다섯 개는커녕 하나도 못 맞는 문제들이 발생할 것입니다. 그러면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바이러스가 도로 돌아오겠죠.
이런 문제가 경제 위기를 더 가속화시켜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모두가 알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한꺼번에 대책이 추진되지 못하는 것은 자본주의의 지역적 불균형, 남반구·북반구 사이의 빈부 격차 문제 같은 문제들이 여전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인종 간 문제가 발생했듯이요.
인류는 이런 부분들을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음에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지금 경제 위기와 보건의 위기 그리고 기후 위기에도 직면해 있습니다. 이런 3중의 위기는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본주의가 과연 이런 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에 주목하게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발제를 마치겠습니다.
정리 발언
몇 가지 질문에 대해 답을 하겠습니다. 먼저 바이든이 당선되면서 변화가 있는가라는 질문이 있었는데요. 국제적으로 백신과 치료제, 진단기기에 대해 특허나 지적재산권을 면제·유예하자는 안이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TRIPS(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가 아예 없어져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요. 어떤 것까지 특허가 걸려 있냐 하면, 인공호흡기라든가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에 다 특허가 걸려 있습니다. 그런 의료 기기까지 다 유예하자는 안을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인도가 냈습니다. 그 외 몇 국가가 냈고 빈국들은 대부분 지지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가장 앞장서서 반대했는데, 현재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섰는데도 TRIPS 유예안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전혀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바이든이 방역에 대해서 좀 더 신경을 쓴다는 것은 트럼프만큼 바보 같은 짓을 안 한다는 것뿐이지 전 세계 사람들의 건강과 생명을 진정으로 위하는 것은 아닌 듯합니다.
학교의 방역문제에 대한 청중발언도 있었습니다. 학교 안전 문제에 대해서는, 유엔의 경우 학교 안전에 대한 메시지를 굉장히 많이 내놓고 있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 학교 교육이 온라인이 아닌 직접 대면 교육이 돼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여기에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첫째는 충분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라는 것, 둘째는 모든 실내 활동에 있어서 거리두기를 할 수 있도록 시설과 공간을 마련하라는 것입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게 사실은 공간의 문제 아닙니까? 그런데 자본주의에서 공간은 다 돈을 주고 사야 하죠. 공간을 사는 게 얼마나 비쌉니까? 3.3제곱미터에 혼자 들어가면 주변이 2미터가 안 돼요. 그런데 서울에서 1평 공간을 확보하는 데 얼마나 드나요? 아파트 평당 가격이 얼마인 거죠? 수천만 원이 들고, 2미터를 확보하려면 더 들겠죠. 학교라는 곳이 그런 거리두기를 할 만큼의 사회적 자원을 확보하지 못하는 거죠. 학생들에게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라고 얘기하면서 동시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할 수 없게 만드는 겁니다.
보건 교사도 한 학교에 두세 명은 있어야 하는데 한 명도 없어서 순회하는 보건 교사가 있을 정도입니다.
학교를 뜯어 고칠 생각은 안 하고 기간제 교사를 늘린다거나 인구 절벽을 기다리고 있을 겁니까? 교육의 미래니 어쩌니 말만 할 뿐, 현실은 전혀 아닙니다.
[또 유엔 지침에 의하면] 학교의 안전을 위해 지역 사회 의료 자원을 동원하도록 돼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나라의 지역 사회 의료 자원은 보건소 하나예요. 보건소 하나가 인구 40만 명을 담당하고 있는데 학교를 어떻게 도와줍니까?
나머지는 다 민간병원밖에 없어요. 공공병원이 없거든요. 10퍼센트밖에 안 돼요. 그래서 공공병원은 지역 사회 자원으로서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학교를 도와줄 곳이 없어요. 학교 선생님들이 방역 등 모든 것을 스스로 해야 돼요. 이것은 우리가 미래 세대를 완전히 포기하는 것이죠.
그리고 학교가 쉬게 되면 그 부담은 또 누가 지게 됩니까? 가정이 지게 됩니다. 맞벌이를 하면 애들이 놀게 되고 애들이 혹시 바깥으로 나가 잘못되면 아동 학대로 신고를 당하죠.
다음으로, 이주민 차별 문제에 대한 발언이 있었습니다. 이주민 차별 문제는 유럽에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입니다. 이주민에 대한 차별은 이제는 형벌로 되돌아 오고 있는 형편입니다. 다시 말해, 가장 약한 사람들이 코로나에 걸리면 그 사람들 때문에 감염이 멈추지 않거든요. 그런 약자들을 최대한 눈에 안 보이는 곳으로 치우는 걸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우리 나라 같은 경우, 중국 동포들의 문제가 있죠. 중국 동포들을 멸시하고 천대하면서 마치 그들 때문에 코로나에 걸리는 것처럼 이야기를 하는데, 중국 사람들이 코로나에 걸리고 있나요? 그렇지 않죠. 그런데 왜 중국 동포만 코로나에 걸린다는 거죠? 코로나는 가난하고 못사는 사람들이 걸린다고 보고, 그건 중국 거다, 이렇게 얘기하는데 중국에서는 오히려 코로나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인종 혐오주의의 내용을 좀 더 들여다보고 대응을 해야 합니다. 전 세계 사람들에게 모두 동일하게 방역과 백신의 혜택이 주어지지 않는 한 팬데믹은 끝나지 않을 겁니다.
셀트리온 치료제에 대한 질문도 있었습니다. 셀트리온의 경우, 문재인 정부가 가장 과장하는 것 중 하나인데요. 방역, 백신, 치료제가 K-방역의 3대 구성 요소라고까지 얘기했습니다. 그런데 치료제는 3대 구성 요소가 전혀 아니라고 할 수 있고요.
[같은 항체 치료제인] 렘데시비르는 일부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아예 효과가 없다는 결과까지 나왔거든요. 우리 나라의 렉키로나(셀트리온에서 만든 치료제)도 효과가 있을지 없을지 논문으로 나와야 해요. 최소한 미국의 식품의약국(FDA)이나 국립보건연구원(NIH)에서 정부 지원이 들어가면 논문 등 모든 자료를 공개하도록 돼 있어요. 셀트리온도 우리 나라 국립보건원에서 지원해서 애초에 만들어 줬거든요. 치료 재료도 지원했구요. 그런데 전혀 공개를 하지 않고 있어요.
논문도 안 냈어요. 조건부 허가를 받았지만 왜 정부가 연구비를 내주고 사실상 연구 설계까지 다 해서 넘겼는지, 그것들을 왜 일부 사기업이 가져가야 하는지 하는 굉장히 큰 문제가 있습니다. ‘본전만 받고 판다는데 뭐가 문제냐’ 하는 얘기도 하던데, 본전만 갖고 파는 건지 아닌 건지도 알 수 없죠.
주식으로 돈 벌지, 약값으로 돈 버는 게 아니거든요. 왜 약이 공공재가 돼야 하는지, 최소한 코로나 시기에 백신과 치료제, 인공호흡기, 진단 키트 등을 어느 나라나 만들 수 있게 해야지만 우리 모두 살아남는다는 것이 충분히 좀 공감이 됐으면 합니다.
백신과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좀 더 말씀을 드리자면, 우리 나라는 접종 기준이 18세 이상입니다. 18세 미만은 대상이 아닌 거죠. 임상 시험의 대상자가 아니었기 때문에요. 그렇기 때문에 700만~800만 명은 아예 속하지 않습니다. 우리 나라도 이미 너무 많이 확보를 한 거죠.
그런데 그 확보한 백신을 다 맞는다 하더라도 정말 집단 면역에 도달할 수가 있느냐, 그러기가 좀 힘들 겁니다. 또, 백신 면역은 살균 면역이 아닙니다. 즉, 그 병에 대해 완전히 멀쩡한 게 아니라 약하게 앓는 거기 때문에 여전히 감염의 위험성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노인 인구의 20퍼센트가 안 맞으면 그 사람들한테 옮길 수가 있기 때문에 노인들을 100퍼센트 접종해야 하고요.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빠지기 때문에 변이종이 주된 바이러스가 되면 효율이 떨어지는 백신으로는 심지어 집단 면역에 도달하지 못할 수도 있어요.
그런 상태에서는 여전히 마스크를 써야 하고, 여행도 다니기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그래서 풍토병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거죠. 또, 계속 변이가 발생할 겁니다. 우리가 아스트라제네카 것을 맞았다고 하면 남아공 변이에 대한 걸 또 맞아야겠죠. 이렇게 코로나20이 되든 코로나21이 되든 새로 개발된 백신을 맞아야 됩니다. 이렇게 해서 코로나의 독성 수준이 인플루엔자 정도로 떨어지는 데까지 얼마나 걸릴지 계산하면 4~5년 정도에 도달할 가능성이 90퍼센트 정도이고 나머지 10퍼센트 정도는 더 길다, 심지어 수십 년까지라고 하는 논문도 있습니다. 아직 불확실성이 굉장히 크다는 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신종 감염병과 인류에 대해서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에 대한 겁니다. 신종 감염병이 인간을 위협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앞서 말씀드렸듯이 자본주의적 농축산업이 환경을 파괴한다는 것이죠. 보다 포괄적으로 본다면 이것은 토지의 자본주의적 이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예전에 유명한 글 중에 자본주의가 농촌을 도시에 종속시키고 거대한 도시를 만들고 또 자본주의가 날마다 경관을 새롭게 한다는 말이 있는데요. 갑자기 신도시를 탁 만들지 않습니까? 그러면 토지가 환경이 다 파괴되는 거죠. [말하자면 자본주의에서는 생산양식 즉 자연과 인간의 물질대사 과정이 환경의 파괴로 나타나는 거죠]
그 과정에서 인간이 접하지 말아야 될 미생물을 자꾸 접하게 되고, 자본주의적 농축산업은 돼지나 닭 등을 전 세계에 똑같은 돼지와 똑같은 닭을 키우게 하고, A4용지 반 장짜리 공간에 닭을 키우고, 돼지를 전혀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어서 기르죠. 밀집, 밀접, 밀폐. 이 ‘3밀’을 동물에서 구현했잖아요.
이런 것들이 조류독감, 새로운 돼지독감, 지난번 신종플루 등을 계속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지난번 신종플루는 미국에 수출하려는 멕시코 돼지 농장에서 만들어졌고요.
반면, 공중보건 인프라는 극히 취약해서 나라마다 엄청나게 차이가 납니다. 우리는 모더나, 화이자를 얘기하고 있지만 아프리카는 콜드체인을 유지할 수가 없어요. 냉장고도 없는데 마이너스 70도가 어떻게 유지됩니까? 콜드체인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상온 백신이 필요해요. 그래서 거기는 그 지역 겨울철에만 접종할 수 있습니다. 북한에서도 콜드체인을 이용할 수 없어서 아주 추운 겨울날 독감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우리처럼 독감 백신을 10월에 맞는 게 아니라 11월이나 12월에 맞는 거죠.
말하자면 기술은 엄청나게 발전했지만 인류의 사회 시스템을 그게 걸맞게 대응하지 못했고, 그 약점을 파고든 것이 바로 팬데믹인 것이죠.
지금까지 얘기된 것은 최소한 공적인 연구로 개발한 백신이나 치료제, 인공호흡기, 진단 키트 등은 특허권이나 지적재산권을 유예하자, 어느 나라에서나 만들 수 있게 해 주자는 겁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제3세계에서는 만들 수가 없어요.
그런데 제약회사들은 어떤 나라에게 특허를 풀어 주면 오히려 그쪽에서 만들어서 역수출할 것이기 때문에 자기들이 손해를 본다고 얘기합니다. 이 얼마나 황당한 얘깁니까? 특정 기업이 돈을 벌기 위해서 다른 사람은 죽어도 된다는 얘기예요.
그러나 팬데믹에서는 다른 나라 사람들과 다 같이 살지 못하면 면역이 형성이 안 돼서 전체적으로 모두가 계속 문제가 됩니다.
우리 나라는 지금 드디어 G8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고 굉장히 자화자찬을 하지 않습니까? 이런 얘기를 하면서 왜 다른 나라만큼 재정을 풀지 않아 사람들을 아주 고통스럽게 하고 있습니까?
한국은 전 세계에서 [민간병원을 포함해] 병상이 가장 많은 나라인데 왜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 있는 노인들은 병상이 없어서 죽어야 되는지, 한 편으로 엄청난 풍요 속에 놓여 있으면서 실제로는 공공 병상을 마련하지 못하는지, 모든 국민들이 간호사들을 도와주자고 생각하는데 정작 그 간호사들은 코로나만 끝나면 ‘나 간호사 그만둘 거야’라고 얘기를 하는지, 왜 간호사들이 최대한 유급 휴직을 쓰려고 하는지 등 현실에서 많은 문제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공간 자체가 이윤의 원천이 되는 자본주의, 사람의 목숨을 활용해서라도 돈을 벌어야 된다는 자본주의적 보건의료 그리고 자연을 파괴하든 팬데믹을 일으키든 간에 돈만 벌면 된다고 하는 자본주의적 토지 이용, 즉 자본주의 그 자체를 해결하지 않으면 결국 인간이 공중 보건 위기와 코로나 위기, 경제 위기 그리고 앞으로 기후 위기도 [극복할 수 없습니다.]
이 위기들은 결국 자본주의 그 자체에서 나온 것입니다. 100년 전 스페인 독감과 제1차세계대전 와중에 로자 룩셈부르크는 “사회주의인가 야만인가”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후 제1차대전이 끝나고 제2차세계대전이 다시 닥쳤고, 파시즘과 스탈린주의로 인해서 인류는 긴 야만으로 빠져들었죠.
당시에는 야만으로 끝났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같은 질문을 던진다면 “자본주의 체제를 극복할 것인가 아니면 멸종인가” 하고 질문을 바꿔야 할 거예요. 이 질문이 우리 앞에 닥친 진정한 문제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