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책임은 민주노총이 아니라 정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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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팬데믹 발생 이래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고령자 등 고위험군에 백신 접종이 어느 정도 이뤄져 사망자 수가 크게 늘지 않은 것은 다행이지만, 거듭된 백신 공급 지연으로 불안감이 가시질 않고 있다.
확진자 중 사망자 비율(치명률)이 낮아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백신을 맞지 못한 50대의 경우 코로나19 감염 시 치명률이 독감의 갑절이 넘는다. 죽지만 않으면 괜찮은 것도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감염 후유증으로 고통받고 있고, 감염으로 인한 사회 경제적 고통도 만만치 않다. 하루하루 생계를 위해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정부는 거액의 비용을 지불하고도 해외 제약회사들로부터 백신을 제때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벌써 수십만 명이 백신 부족으로 교차접종을 해야 했고, 이달로 예정된 접종 예약이 거듭 파행을 빚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접종 일정을 늦추는 식의 수동적 대응을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백신이 없는 걸 어쩌라는 거냐’는 식이다. 청년들에게 무기를 쥐여 제국주의 갈등의 한복판에 밀어넣은 정부가 정작 코로나19 예방을 위해서는 백신은커녕 아무짝에 쓸모없는 항체검사키트만 줬다. 무능하기 짝이 없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기존 백신 접종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국내에서도 변이 바이러스가 확진자의 절반을 차지하고, 감염률이 높은 델타 변이가 그중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적 상황을 고려하면 새로운 변이의 등장은 시간 문제이고 그것도 얼마 안 남은 것으로 보인다.
마녀사냥
방역을 완화할 때마다 어김없이 새로운 유행이 시작됐는데도 정부는 일시적이고 불안정한 치명률 감소에 도취돼 ‘일상으로의 복귀’를 재촉했다. 거리두기 체계를 크게 완화하고, 백신 접종자에 대한 인센티브나 재난지원금도 여행 등 소비 활동 증대에 초점을 맞췄다. 지역에 따라 역학조사 인력 등 방역 능력이 불균등한데도 지방자치단체별 재량권을 크게 늘려 감염 확산 위험은 더 키웠다.
가장 최근의 거리두기 체계 완화를 앞둔 6월 말 확진자 증가세가 확연해졌는데도 정부는 이를 강행했다.
그러고서는 이번엔 국무총리 김부겸이 나서서 민주노총을 속죄양 삼을 요량으로 마녀사냥을 벌이고 있다. 한 사무실에서 일하는 활동가 3명이 감염됐다는 사실만으로 무려 2주 전에 있었던 7·3 전국노동자대회에서 감염이 퍼진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하고 23명을 입건하는 등 탄압을 본격화하고 있다. 심지어 질병관리청조차 ‘가능성이 낮다’고 하고, 이들의 감염 경로가 다른 곳이었다는 정황이 어느 정도 드러났는데도 말이다.
우파가 난리를 치면 노동운동을 제물로 삼아 ‘국민적’ 화합을 시도하는 것은 가히 민주당 정부의 전통이라고 할 만하다.
문재인은 19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방역 조치 위반 행위에 대해 단호하고 엄정한 책임 추궁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자신들의 방역 실패 책임을 민주노총에 떠넘겼다. 우파뿐 아니라 감염 확산으로 커다란 피해를 본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들의 불만을 엉뚱한 곳으로 향하게 하려는 시도다.
정작 영세 자영업자들에 대한 피해 보상과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고 그나마 차일피일 미루면서 말이다.
재난지원금
최근 여야 합의로 제정된 손실보상법은 정부의 집합금지나 영업제한 명령으로 손실을 본 자영업자들에게 정부가 그 손실의 일부를 보상해 주도록 한 법이다. 빚더미에 나앉은 자영업자들은 이 법이 통과되기만 학수고대했다.
그러나 정작 실제로 통과된 손실보상법은 약 2년 간의 팬데믹 동안 손실에 대해서는 소급적용을 하지 않기로 했다.
게다가 법안이 공포된 뒤 3개월이 지나야 적용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다음번 팬데믹 때나 실시할 요량이었던 듯하다. 정부는 11월쯤이면 백신 접종이 완료돼 더이상 정부가 집합금지나 영업제한 명령을 내릴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었다.
정부는 법안 공포 시점부터 본격 시행 전 3개월간의 손실도 보상하겠다고 했지만 복잡하고 까다로운 절차 때문에 적잖은 사람들이 대상에서 제외될 듯하다. 예산도 6000억 원에 불과해 한 업체당 매달 평균 40만 원밖에 안 된다. 정부의 예상이 빗나가 감염 확산으로 거리두기 단계를 높히게 돼 추가 손실보상이 필요하게 됐는데 예산을 늘리려 할지는 미지수다.
지난 1년간의 손해에 대한 보상(희망회복자금)도 한다지만 전체의 72퍼센트는 300만 원도 못 받는다. 추경 예산을 조정하겠다지만 실제 혜택을 늘리기보다는 선거에 유리한 지급 시점을 택하는 데에 더 관심이 있는 듯하다.
정부와 여당은 25만 원밖에 안 되는 재난지원금을 놓고 전 국민이냐 80퍼센트냐 하는 지리한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얼마 전 정부가 발표한 한국판뉴딜2.0이 대기업 지원책으로 가득찬 것과 비교하면 분통 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정부는 코로나 피해를 더 크게 입은 노동계급과 서민에 대한 지원을 가장 아까워한다.
최근 택배 노동자들이 보여 준 것처럼 노동자들은 집단적 투쟁을 통해 자신의 삶과 안전을 지킬 수 있다. 그런 투쟁이 더 활발해질수록 정부는 다른 서민들의 눈치도 살피게 될 것이고 더 많은 사람들이 싸울 자신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팬데믹 하에서도 노동자들이 싸워야 하고 그들의 투쟁을 지지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