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학생행진 입장문 반박:
윤석열로의 정권교체는 대중의 사회 진보 염원에 역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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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11월 6일 노동자연대 학생그룹이 발표한 글을 전면 개정한 것이다.
11월 5일 윤석열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확정된 직후 전국학생행진
“20대 대선에서 정권 교체가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한다. … 20대 대선은 문재인 정부 심판을 통해 포퓰리즘 정치가 야기한 한국 사회의 타락을 저지해야 하는 중요한 분기점이기 때문이다. …
학생행진의 이런 주장은 청장년 조직 사회진보연대의 영향을 받은 듯하다. 사회진보연대는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위험한 이유》라는 소책자를 내며 이재명 반대 주장을 펴고 있다.
오랫동안 좌파이자 하절기 순회 지지방문 등으로 노동자 투쟁을 지지해 온 학생행진이 독재 정권의 후예이자 한국 지배계급의 전통적인 선호 정당이고 노동운동과 학생운동을 자주 공격해 온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지지하자고 제안하는 것은 당황스러운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학생행진이 더는 좌파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사회진보연대와 함께 간혹 기이한 주장을 한다고 해도, 그들 자신이 표방하는 대의와 실천을 볼 때 그들은 여전히 좌파의 일원이다. 따라서 우리는 서로 비판할 일은 비판하되, 서로 동의하는 구체적 쟁점들을 놓고 여전히 연대가 필요하고 또 가능하다고 본다. 하물며 좌파가 아닌 중도파와도 간혹 연대해야 할 수도 있는데 말이다.
사실 학생행진과 사회진보연대는 정의당, 진보당, 민주노총 등 주요 좌파 조직들이 우파로부터 지켜 낸다며 지난해까지 문재인 정부를 지지한 것을 비판했다. 비판의 근거가 이번처럼 별로 좌파적이지 않은 경우들이 가끔 있었지만 말이다.
사회 진보 염원 대중의 정치적 경험이 중요하다
학생행진의 지적처럼 문재인 정부 하에서 경제·안보·기후·보건의 위기가 심화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위기들이 문재인 정부 하에서 처음 등장한 것도 아니고, 이전 우파 정부들이 이런 위기들에 더 잘 대처해 온 것도 아니다.
이 위기들이 자본주의 체제 자체에서 비롯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악화시켰거나 해결할 엄두도 못 낸 위기들이 국민의힘과 윤석열의 집권으로 해결될 리도 없는 까닭이다. 사실 문재인의 개혁 배신도 위기를 겪는 한국 자본주의의 수장으로서 체제를 수호하려고 대중의 변화 열망을 내팽개친 결과인 것이다.
예컨대, 학생행진이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공약 배신을 “경제성장의 요인인 자본 축적과 기술 진보의 중요성을 부정”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기이하다. 문재인 정부의 문제는 소득주도성장,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등을 추진해서가 아니라,
학생행진은 경제의 심각한 장기 침체기에 자본주의가 이런 개혁 요구들을 수용할 수 없으므로 ‘실현 불가능한’ 요구를 제출하는 것이 ‘포퓰리즘’일 뿐이고 경제 실패와 혼란이라는 역효과만 낸다고 보는 듯하다.
아마도 이는 학생행진이 노동계급이 위기에 처한 사회를 넘겨받아 새롭게 운영할 준비가 안 돼 있다고 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섣부르고 즉자적인 투쟁들보다는 노동자 운동이 노동조합과 협동조합 등으로 새로운 사회를 운영할 능력을 점진적으로 키우고 사회 전반의 조화로운 발전을 이룰 비전을 보여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점진적 발전을 위해서는 강력한 국가 개입 운운하는 ‘포퓰리스트’들보다는 3권 분립과 법치주의와 경제 성장이 더 유리한 조건을 조성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대중의 의식과 조직의 성장이 흔히 당면 요구들을 위해 싸운 경험을 통해 이뤄지는 것을 경시하는 것이다. 이런 약점은 이들이 포퓰리즘 문제를 다루는 데서도 드러난다. 오늘날 한국에서 좌파적 포퓰리즘은 극소수 엘리트층
반면,
이런 좌/우 구분을 경시하는 것은 오류일뿐더러,
레닌이 신생 서구 공산당들 내부의 좌파를 비판하며 지적했듯이, 이미 각성된 소수의 눈에 입증됐다 해서 광범한 대중에게도 그렇다고 여겨서는 안 된다. 대중은 스스로의 정치적 경험을 통해 배워야 의식과 조직이 성장할 수 있다. 따라서 변화 염원 대중의 현재 조건과 정서를 고려해야 한다. 턱도 없다는 식으로 간단히 무시하기보다 연대하고 소통할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사기
이런 점에 비추어 보면 학생행진 입장문의 또 다른 문제점이 드러난다. 즉, 선거에서 특정 후보의 사회적 기반과, 또 선거 결과가 변화 염원 대중에게 끼칠 영향을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은 누가 대통령이 되든 스스로 잘 싸우면 된다는 수준으로 대중의 사기가 높은 것은 아니다. 그래서 문재인에게 실망했어도 우파의 정권 탈환이 더 싫은 사람들의 다수가 사회적 기반과 정치적 행보가 문재인과 다소 달라 보이는 이재명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우파 언론들이 이재명에 대한 온갖 공세를 퍼붓는 것도 그의 이런 전력과 부분적인 노동기반 때문이다. 즉, 행여라도 그의 대선 승리가 경제 위기 고통 전가에 저항하는 노동자들의 사기를 올릴까 봐 우려하기 때문이다.
반면 윤석열 캠프에는 진작부터 친박계 정치인들이 들어와 권토중래를 노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5·18에 사과하는 척하면서도, 박근혜·이명박 사면을 요구하고, 전두환·노태우의 ‘업적’을 부각하고 있고, 민주당조차 좌파로 보며 그들로부터 정권을 빼앗아와야 한다고 결심하고 있다. 윤석열이 “당심”에 힘입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된 것은 그들이 윤석열로써 그런 정권 교체가 가능하다고 보고 그를 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이재명을 비판해야 하지만, 동시에 누구에 의한 누구를 위한 정권교체인지, 즉 사회 진보 염원 대중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물어야 한다. 지금 국면에서 윤석열로의 정권 교체가 한국 사회에서 누구를 기쁘게 하고, 누구를 강하게 할지, 어떤 사람들을 낙담시키고 사기를 떨어뜨릴지 판단하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지금, 위기의 지속과 심화 속에서 민주당에 대한 환멸로 우파가 점차 강화되고 있고, 온건 좌파들이
2021년 11월 9일
노동자연대 학생 조직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