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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청년 공약: 청년이 아니라 기업 편

조국 수사로 인기를 얻었고 청년과 공정을 운운하는 윤석열. 그러나 정작 청년 공약에는 청년이 없고, 선대위 요직에 딸 채용 비리로 유죄를 받았던 김성태를 앉혔었다 ⓒ출처 국민의힘

11월 29일로 대선 투표일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현재 여러 여론조사들을 모아 보면, 국민의힘 윤석열이 민주당 이재명보다 근소하게 우세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위기감을 느끼고 민주당 지지층이 결집했지만 정권 심판 정서가 워낙 강하다.

특히 문재인 정부 임기 초 지지를 많이 보냈던 20~30대 층에서 정권 심판 정서가 강하다. 배신감이 크다는 뜻이다.

그 덕분에 윤석열은 20~30대에서 이재명을 앞서고 있다. 윤석열은 문재인 정부를 “뼈 아프게” 응징해 주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 세대는 정치적으로 매우 유동적이다. 우파 정치인들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대한 대중의 불만과 분노로 반사이익을 누려 왔지만, 여러 조사에서 공통으로 드러나는 것은 청년층이 현재의 지지 후보를 바꿀 의사가 가장 높고 지지하는 후보와 정당이 없다는 답변도 월등히 높다는 것이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이재명과 윤석열은 20대와 30대 표심을 잡으려고 연일 “청년”을 외치고 있다. 급기야 윤석열은 본인 대선 캠프의 ‘청년위원장’을 직접 맡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정작 윤석열이 내놓은 청년 관련 공약을 살펴보면, 윤석열의 “청년” 운운이 문재인의 개혁 배신만큼이나 사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① 일자리·노동 : 기업 살리기와 규제 완화

오늘날 압도 다수의 청년들은 취업난, 생활고, 열악하고 위험한 일자리, 학자금 부채 등에 시달리고 있다. 팬데믹 하에서 실업률이 사상 최고치를 찍었고, 제2금융권 마이너스 통장 개설에 손을 뻗는 20대가 늘었다. 우울증과 자살 충동을 호소하는 20대의 수도 2017년에 견줘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미래를 준비하긴커녕 현재의 고통에 짓눌리고 있는 청년들에게 충분한 생활 지원책, 대학 등록금 부담 대폭 경감 등이 당장 필요하다. 공공부문과 대기업의 정규직 채용을 늘리고, 상대적 저임금 일자리의 조건을 개선해야 한다.

그러나 “청년” 운운하는 윤석열의 일자리 대책은 청년 지원이 아닌 기업 지원에 맞춰져 있다.

윤석열은 우파의 낡은 ‘낙수 효과론’을 그저 재탕한다. ‘기업이 살면 경제가 살고 그러면 일자리 창출 등이 뒤따라 해결된다’는 것이다. ‘코로나 극복 긴급구조 플랜’으로 기업에 100조 원을 지원하고 돈벌이에 방해가 되는 규제는 타파하겠다고 한다.

역대 정부들이 이어 온 투자 지원 및 규제 완화 기조가 떠오른다. 기업주들과 우파는 매 정부마다 ‘한국 경제를 새롭게 먹여 살릴 신산업 투자 지원이 절실하다’고 압박해 왔다.

그런데 11월 30일 전경련 발표만 봐도 현실은 그와 다름을 알 수 있다. 올해 한국 경제는 역대 최고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전경련은 이것이 “이차전지, 바이오헬스, OLED, 전기차 등 신성장동력에 대한 과감한 선행투자의 결실” 덕분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동시에 “수출의 일자리 창출 기여도는 ... 하락하고 있다”는 점도 인정한다.

문재인 정부의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2020년 정부는 코로나19 대응책으로 200조 원 이상 기업 금융을 지원했다. 또, “한국판 뉴딜”로 5년간 220조 원에 달하는 국가 재정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도 올해 청년들의 체감실업률은 2019년 22.9퍼센트에서 5월 기준 26.5퍼센트로 증가했다.

이런 시장주의적인 발상은 일자리 조건 개선 요구도 무시하게 마련이다.

가령, 지금 5인 미만 사업장에 고용된 청년 노동자 수는 13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런데 윤석열은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확대 적용하자는 요구에 대해 “사업자의 투자 의욕이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면 결국 근로자가 [피해를 입는다]”며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자 증세하면, 세입자가 피해 본다는 식이다. 실은 부자들의 이익을 건드리지 말라는 얘기에 불과하다. 저임금 노동자들에게는 기업의 횡포를 감수하라는 것이다. 법치, 공정 수사 운운하던 전직 검찰총장의 사고방식이 얼마나 계급편향적인지 보여 준다.

문재인 정부를 맹비난하는 윤석열은 현 정부의 친기업 우선순위를 더한층 노골화하려 할 뿐이다.

② 주거 : 부동산 투기 부추기기

청년들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드는 대표적인 문제가 바로 부동산 가격 폭등과 ‘내 집 마련’이다.

윤석열의 대안은 무주택 청년들이 부동산 대출을 더 쉽게 받을 수 있게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80퍼센트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저리 대출은 필요하지만 그것이 집 자체를 대신할 순 없다. 집값이 오르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한계가 크다. 양질의 영구 공공임대주택 대량 공급이 필요하다.

그런데 반대로 윤석열은 투기를 부추길 민간 재개발 지원과 규제 완화를 추진하겠다는 공약도 함께 내놓는다.

결국 청년들에게는 빚을 더 안겨 주면서 땅부자·집부자들만 돈방석에 계속 앉게 할 방향인 것이다.

이외에 윤석열이 내세우는 청년원가주택 30만 호 공급 공약은 이미 문재인 정부나 박근혜 정부 때 실행된 바 있는 정책들과 본질적으로 별 차이가 없다. 이것도 모자라 윤석열은 최소한의 보호책인 임대차 3법도 후퇴시키려 한다.(관련 기사: 본지 394호 ‘대선 후보들의 부동산 공약: 친부자 윤석열 VS 부자 증세 이재명 VS 서민 주거 보호 심상정’)

③ 복지와 등록금 : 보편 복지 반대·등록금 공약 없음

윤석열은 보편 복지는 “세금 약탈”이라고 핏대를 세우고, 보편 재난지원금이나 기본소득을 맹비난한다.

청년 지원 공약으로도 취약계층에 집중해야 한다면서 “청년도약보장금”을 내놨다. 저소득 청년에게 최장 8개월간 50만 원씩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공약은 현재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청년구직촉진수당(저소득 청년에게 50만 원씩 6개월 지원)을 아주 살짝 늘린 것에 불과하다. 이미 경험했듯이, (없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받는 사람이 적고 액수와 기간도 충분치 않다. 사각지대를 전혀 해결하지 못할 것이다.

윤석열은 저소득층에 집중된 복지를 말하지만, 핵심은 보편 지급을 반대하는 것에 있지 집중 대상에게 충분한 복지를 제공하는 것에 있지 않다. 결국 기업 지원에 우선순위를 두고 전체 복지 지출액을 줄이는 데 관심이 있을 뿐이다.

가령 윤석열은 부동산 공약 중 하나로 종합부동산세를 재산세에 통합해 없애겠다고 한다. 그런데 종부세의 2022년 예상 수입액(6조 원 이상)만 투자해도 ‘청년도약보장금’을 네 배 이상 늘릴 수 있을 것이다.

윤석열은 이재명·심상정 후보와 달리 등록금 부담 경감 공약도 내놓지 않았다.

④ 위선적인 “공정”

윤석열은 ‘엄마 찬스’, ‘아빠 찬스’가 입시를 좌우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입시 관련 공약을 내놨다. 그러나 뜯어 보면 입시비리 신고센터 운영,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정도에 불과하다.

더욱이 위선적이게도 윤석열은 딸의 KT 채용 비리로 유죄 판결(2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받은 바 있는 김성태를 선대위 직능총괄본부장에 앉혔었다. 결국 김성태는 비판에 직면해 사퇴했지만 윤석열은 ‘잘 몰랐다’며 반성도 안 했다.

조국 입시 비리 수사로 인기가 오르고 노조의 “고용 세습”을 비난했던 자의 위선이 놀랍다.

우파의 고용세습 비난은 완전히 과장된 거짓말인 적이 많았다. 가령 김성태가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였던 2018년 말, 자유한국당과 보수 언론들은 공공부문 노조의 ‘고용 세습’(특혜) 의혹을 대대적으로 제기했다. 그러나 거짓말이었다. 오히려 이듬해 조사 결과 고위직 인사들의 비리만 드러났다.

부패원조당의 대선 후보 윤석열이 말하는 “공정”은 그저 문재인 정부에게서 환멸을 느끼고 정치적으로 부유하는 청년층의 표를 얻기 위한 수작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