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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올림픽 한복 논란

사회자: 안녕하세요? 노동자연대TV의 [시사/이슈 톡톡]입니다. 이달 초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 한복을 입은 조선족이 등장해 논란이 일었는데요, 중국의 55개 소수민족 대표 중 한 명으로 등장해서 ‘중국의 한국 문화 침탈’이라는 비판이 쏟아진 것이죠.

오늘은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한복 논란을 계기로 관련 쟁점들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노동자 연대〉 신문의 김영익 기자 모셨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올림픽 개막식에 한복 입은 조선족이 등장해서 논란이 됐는데요, 이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우선 저는 조선족이 한복을 입는 것을 두고 한국의 언론과 정치인들이 왈가왈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조선족은 한국이 건국되기 훨씬 전인 19세기부터 수차례 대규모 이민으로 형성돼 온 중국 내 소수민족이에요. 조선족의 다수는 여전히 중국 옌볜에서 자치주를 유지하고 살고 있구요. 중국에서 조선족은 중국 내 정치·경제 상황에 따라 여러 굴곡을 겪기도 했습니다. 물론 위구르인들처럼 가혹하게 억압당해 온 것은 아니지만요.

그런데 오늘날 조선족 사람들이 자신들을 어떻게 규정하고 정확히 무엇을 원하는지 변화 염원이 있는지는 명확하게 드러나 있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중국 내 소수민족으로서 그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선택하고 유지해 갈 권리를 인정하고 지지해야 합니다.

따라서 중국에서 조선족이 한복을 입는 것을 문제 삼을 까닭이 없습니다.

오히려 우리는 베이징 올림픽을 둘러싼 전체 맥락을 주목해야 합니다. 이날 개막식 성화 최종 주자 중 한 명은 중국의 위구르인 선수였습니다. 미국·일본 등 서방 국가들이 중국의 위구르족 탄압을 이유로 베이징 올림픽을 외교적으로 보이콧한 것을 겨냥해서, 중국 당국이 위구르 탄압을 부인하려고 그 선수를 내세운 것이었죠.

중국은 제국주의적 이해관계에 따라 소수민족 지역들을 병합하고 지배해 왔습니다. 그리고 한족과 소수민족들이 모두 중화민족으로 통합돼 있다고 주장하죠. 이것은 한족 제국주의를 정당화하기 위한 이데올로기입니다.

요컨대 중국 당국이 이번 올림픽 개막식에 전통 의상을 입은 55개 소수민족 사람들을 등장시킨 것은 ‘중국은 한족과 모든 소수민족이 화합하는 나라다’라고 대내외에 선전하기 위한 목적이 컸던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문제의 핵심 쟁점인 것입니다. 한복 논란은 핵심은 빗겨나간 것이죠.

따라서 이 문제에서 우리는 중국이 올림픽 개막식 행사를 이용해 자국 제국주의를 정당화하고 위구르 억압을 무마하려는 것에 대해서, 위구르의 해방을 지지하는 입장에 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네,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문제의 핵심은 오히려 위구르 탄압을 부인하는 것이었군요. 그럼에도 국내 일각에서는 중국이 한국을 속국으로 삼으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마저도 나오는데요. 이런 주장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우파들이 불안을 부추기는 그런 얘기를 많이 하고 있죠. 이대로 중국이 더 강해지고 한국이 굴복하면 과거 중국에 조공을 바치던 시절로 돌아가게 된다고 말입니다. 예를 들어, 〈조선일보〉의 한 칼럼니스트는 구한말에 중국 정치인 위안스카이가 조선에서 상왕 행세를 했다면서 “한반도의 대(對)중국 2000년 종속 역사의 질곡을 끊자”고 강조했어요.

그런데 전근대에 한반도의 국가들이 중국의 속국이었다는 것은 과장된 인식인 데다가 오늘의 한·중 관계를 그렇게 규정하는 건 더더욱 맞지 않습니다. 황당한 얘기죠. 그런 주장에는 미·중 갈등 속에서 중국이 아니라 미국을 확실하게 선택해야 한다는 함의가 있기에 위험하기도 하고요.

물론 오늘날 중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강력한 경제와 막강한 군사력을 거느린 제국주의 국가이고, 자국의 이익을 관철하려고 때로 힘을 과시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도 경제 규모 세계 10위, 군사력 세계 6위의 중간 규모의 강국으로 성장했습니다. 한국 경제의 대(對)중국 수출 의존도가 크지만 중국에도 한국은 세 번째로 중요한 무역 대상입니다. 중국과 한국이 경제·군사 면에서 대등하지는 않지만 일방적으로 한국이 억압당하거나 종속된 관계는 아닌 것이죠.

따라서 중국이 한국의 문화를 “침탈”하려 한다는 말은 자본주의 국가들의 세력 관계를 고려하지 않은 잘못된 주장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중국이 한국에 자국의 언어나 역사관 등을 강요할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문화 제국주의”란 말은 어불성설입니다.

또한, 제국주의를 문화 중심으로 규정하는 것도 맞지 않고요. 제국주의는 세계를 누가 지배할지를 두고 강대국들이 지정학적·경제적으로 경쟁하는 체제입니다.

물론 중국은 자국의 제국주의적 이해관계 때문에 일련의 역사 다시 쓰기 작업을 진행해 왔습니다. 이는 주로 한족 중심의 ‘중화민족 부흥’을 강조하고 소수민족이 많이 사는 국경 지역 지배를 강화하기 위한 프로젝트였죠.

동북공정은 그런 프로젝트 중 하나였고 거기에는 북한에서 격변이 일어나 중국의 동북 지방 국경이 불안정해지는 것에 대비하는 목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중국 당국은 중국 동북 지방이 고대부터 중국의 일부였고 조선족도 중화민족의 일부라고 주장해 온 것이죠. 이처럼 동북공정에는 분명 중국의 제국주의적 역사관이 반영돼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한국 국가를 종속시키려는 목적으로 진행된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중국 제국주의에 반대하고 그 제국주의적 이해관계를 직시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국 지배자들의 국수주의적 대응에 속아 넘어 가서는 안 됩니다.

동북공정을 예로 들며 중국이 한국에 “문화 제국주의적” 태도를 취해 왔다는 주장도 있는데요?

윤석열, 안철수 같은 대선 후보들이 한복 논란을 국수주의적으로 부추기는 데 앞장섰죠. “고구려·발해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럽고 찬란한 역사”라거나 “한복은 대한민국 문화다”라면서요.

윤석열 같은 우파는 이번 논란을 한·미·일 동맹 강화론에 힘을 싣는 기회로도 삼았습니다. 한국을 속국으로 삼으려 드는 중국이 아니라 그로부터 우리를 지켜줄 미국·일본과 더 확실히 손잡아야 한다는 것이에요.

마침 주한 미국대사 대리도 한복 입은 사진을 SNS에 올리고 ‘한복은 한국의 전통문화’라고 거들며 논란에 끼어들었죠.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바이든이 추진한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대만 문제에서 미국 편을 들었다는 점 등을 생각해 보면, 문재인 정부가 한미동맹에 소홀하고 중국에 저자세였다는 우파의 주장은 맞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우파들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쿼드 가입, 한일 관계 개선 등 바이든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더 확실히 협력하기를 원하는 것 같습니다. 그게 한국 지배계급의 이익에 좀 더 부합한다고 보는 거죠.

이재명도 국수주의 선동에 편승했죠. 그는 중국에 “문화를 탐하지 말라”고 한 데 이어 한술 더 떠, 중국 어선이 영해를 침범하면 격침하겠다는 자극적인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이처럼 주류 정치인들은 중국에 대한 낡은 편견에 편승해 대선에서 표를 얻으려 하거나, 한·미·일 동맹 강화에 우호적인 여론을 이끌어 내려 합니다.

그들은 국수주의 선동을 통해 대중의 시선을 엉뚱한 쪽으로 돌리려는 속셈도 있습니다. 경제 침체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 속에 서민 대중의 고통과 원성이 매우 커져 있으니까요. 민족주의는 노동자와 서민이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이고 자신을 착취하는 자들과 일체감을 느끼도록 설득하는 이데올로기 구실을 합니다.

우리는 미국은 물론 중국 제국주의에 반대하되, 민족주의가 아니라 국제주의와 반제국주의에 기반해서 그렇게 해야 할 것입니다.


사회자: 오늘의 [시사/이슈 톡톡] 여기까지입니다 영상이 유익하셨다면 좋아요와 구독, 알림 설정 꼭 눌러 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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