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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의 파산은 노무현 정부의 파산

문재인 정부가 희대의 과학 스캔들인 황우석 사태에 연루됐던 박기영을 차관급인 과학기술혁신본부장에 임명했다. 박기영은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 과학기술비서관으로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 김병준 등과 함께 황우석의 강력한 후원자 구실을 했다. 그는 실험 조작이 폭로된 뒤에도 황우석을 옹호했다.

〈노동자 연대〉는 이 스캔들을 노무현 정부의 산업 정책, 의료민영화 정책 등과 연관된 정부의 실패 문제로 보고 비판을 가했다. 문재인이 반성도 없이 박기영을 재기용한 것은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문재인 정부가 계승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당시에 황우석 사태의 진정한 실체를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해 비판한 기사를 재게재한다.

황우석의 파산은 노무현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의 파산이다. 이번 사태는 현 정부가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사회적 자원의 배분과 그 과정, 그리고 그 성과를 사회로 귀속할 방법을 결정함에 있어 최소한의 합리성도 없으며 사회적으로 해악이 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 줬다.

황우석을 보며 우리는 지금 자본이 과학기술을 움켜쥐는 순간 더는 과학기술이 사회 발전의 자원이 아니게 됨을 보고 있다.

서울대 황우석 실험실에서 ‘황금알을 낳는 오리’를 개발할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자마자 자본과 권력은 개떼처럼 달려들었다. 황우석의 ‘원천기술’이 여성의 난자를 무한정 요구한다는 윤리적 문제(기술이 성공해도, 줄기세포허브 등록환자 2만 명을 위한 난자수는 수백만 개다)가 그들에게는 이윤실현 앞에 놓인 방해물에 불과했다.

이윤 앞에서 과학적 정직성이나 검증의 요구는 사치이자 무한경쟁시대에 ‘국익’을 갉아먹는 이적행위에 불과했다. 장기적 전망에 입각한 기초과학 분야의 합리적 예산배분은 이윤을 위한 선택과 집중 앞에서는 한가한 원칙적 이야기일 뿐이었다.

빨강과 초록으로 명멸하는 주식시장에서 당장 수조 원이 걸려있는 ‘현실’에서 과학의 진리와 윤리와 정직성은 주변 변수였을 뿐이었다. 황우석이 성공했다한들, 그들에게 난치병 환자들은 또 하나의 시장이었을 뿐이다.

황우석 사태는 또한 노무현 정부의 산업정책, ‘경제발전’ 정책의 파산이다. 노무현 정부는 우리 사회의 차세대 성장동력산업으로 IT, BT, NT 등을 내세웠다. 노동자는 필요없고 몇몇 천재만이 필요한 첨단산업이 우리 사회를 이끌어간다는 현 정부의 청사진 맨 앞에 황우석이 있었다.

황금박쥐의 김병준(청와대 정책실장)이 ‘10년 뒤 뭐 먹고 사나’라는 이건희 회장의 주문을 외면 박기영 과학기술보좌관이 “바이오, 바이오”를 외치고 삼성출신 진대제 장관이 ‘IT·BT 융합’으로 이를 마무리했다. 이것이 노무현 정부의 산업정책이고 경제발전 정책이었다.

황우석은 현 정부 ‘경제성장 전략’의 상징이었고 1퍼센트의 천재가 사회 전체를 먹여 살린다는 ‘지식사회에서 사회양극화의 필연성’을 합리화해 주는 살아있는 화신이었다. 국책연구원이 나서서 2015년이 되면 황우석 기술은 33조 원을 벌어들일 것이라고 ‘과학적으로’ 증명했다.

황우석 자신이 대통령직속 국가과학기술위 위원이고 산하 차세대성장동력추진특위 위원이며 과기부, 교육부, 복지부 등 10개 가량의 정부위원회 위원이라는 것은 놀라운 일도 아니다.

황우석의 파산은 노무현 정부의 의료정책의 파산이다. 노무현 정부는 병원을 주식회사화하고 민간의료보험을 도입하려는 의료 시장화·사유화 정책이 아무래도 설득력이 없자 바이오산업 발전을 끌어들여 이를 합리화하려고 했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

바이오산업이 성장하려면 의료산업이 성장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병원도 기업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의료산업화가 10년 뒤에 잘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이다.

황우석은 노성일과 더불어 BT 발전을 위해서는 영리병원의 허용이 필요하다고 했으며 의료시장화를 추진하는 주체인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 위원이다. 이 위원회에는 황, 노뿐 아니라 서울대병원장, BT 관련인사, 박기영, 김병준, 오명 등이 속해 있어 황우석 사단 친목회에 가깝다. 이들이 한국의 의료정책 최고위 위원회다.

개떼처럼 달려들던 자본과 권력이 파산한다는 소식에 쥐떼처럼 흩어지고 있다. 이들은 이 배가 완전히 망가진 건 아니라는 둥, 자기네들도 피해자라는 둥, 우리 사회 전체의 잘못이라는 둥의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똑똑히 잘 알고 있다. 이윤을 위해서는 과학도 윤리도 최소한의 이성도 기꺼이 버릴 수 있는 권력과 자본이 이 사태의 책임자들임을. 그들이야말로 황우석 신화를 이용해 국익과 난치병 운운하면서 바이오 주식과 현 정부의 ‘미래산업 전략’으로 떼돈을 챙기고 정권의 온갖 정책을 합리화한 바로 그 자들이라는 것을.

운동이 지금 이들의 책임을 준엄히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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